'조심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9.24 유리 6
  2. 2010.07.21 방향감각의 한계 9
  3. 2010.07.12 안전거리 6

유리

투덜일기 2010. 9. 24. 03:19

부실한 왕비마마 덕분에 본격적으로 무수리의 삶을 산지 꽤 됐지만, 정말이지 가사노동은 '정'이 들지 않는다. 드물기는 해도 간혹 살림살이에 취미를 붙이고 호사스러운 그릇 사재기부터 집안 꾸미기를 즐기는 이도 없지는 않는 듯한데, 나로선 도무지 재미가 없는 게 살림이다. 특히 제일 싫은 건 뭐니뭐니해도 청소! 그 다음으로 요리, 설거지, 빨래의 순인 것 같다. 정리정돈도 뭐 잘하는 건 아니고...

암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이니 하기는 하는데, 나의 무의식이 끊임없이 가사노동을 거부하는지 어느 시점에 이르면 한계에 다다라서는 몇달에 한번은 꼭 사고를 친다. 청소를 하다가 뭔가를 망가뜨린다거나, 그릇을 깨는 정도의 사고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깨닫는다. 하기 싫은 일에 성질 부리다가 애먼 살림살이만 아작냈구나, 하고.

일주일 전에도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다가 유리 밀폐용기를 떨어뜨렸는데, 오늘 또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 그릇을 놓쳐 바닥으로 투하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엔 내용물까지 있었어도 깨진 유리조각 치우기를 사고 없이 마쳤건만, 오늘은 역시나 조심하느라고 했는데도 두 군데나 손을 벴고 조금 전 밤참 챙기러 부엌에 갔다가 또 덜 치운 유리조각에 발가락도 살짝 찔렸다. 깨진 유리를 치우다 다치는 건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내가 미리부터 두려워하는 일이라 퍽 조심을 하는데도, 오늘은 심히 부주의했다는 의미다.

유리란 놈이 참 교활해서 깨지며 튀긴 범위가 빤한 것 같지만, 파편조각을 치우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저히 날아갔을 것 같지 않은 곳까지 버젓이 반짝거리는 유리파편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해서 구석구석 죄다 치운다고 하느라 했는데 마지막에 방심해서 키친타월을 너무 세게 잡았던 것이 문제였고, 그러다 보니 또 빠뜨린 유리조각이 남아 발가락까지 공격당하고 만 것. 다행히 발가락은 무딘 놈이라 찔리고도 피 한방울 닦고 나니 멀쩡한데, 엄지와 검지는 움직일 때마다 불편해서 작은 밴드를 붙여야 했다.

워낙에도 좀 덜렁거리는 인간형이지만 일주일 만에 유리그릇을 또 깨뜨렸다는 건 마감을 핑계로 나의 가사노동 혐오증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손까지 벤 건 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하늘의 뜻인가? 미신 따위는 코웃음치면서도 막상 심통 부리다 퉁박을 맞듯 작은 사고를 내고 나면 뜨끔하다(특히 엄마한테 버럭 소리지르고 나면 꼭 뭔일이 생긴다 -_-;). 어쩌면 못난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 응징이거나 제발이 저려 발생하는 실수일지도? 유리에 베긴 했어도 아주 슬쩍 보일듯 말듯한 상처로 그쳤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늘의 반성일기 끝.

착하게 살자.
Posted by 입때
,

예술의 전당에 갈 일이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딱 1시간 10분(과거 경험으로 나름 예상한 시간이었다) 먼저 집을 나서며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겠군 싶었다. 퇴근시간을 교묘히 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오산이었다.
늘 가던 대로 내부순환도로 - 강북강변도로 - 반포대교 - 반포로로 이어지는 길을 택할 작정이었는데
강변도로가 주차장이었다. 반포대교까지 전광판에 뜬 예상시간(지체 돼서 28분)대로라면 10분쯤 되레 지각을 하게 생긴 반면 한강 건너 올림픽 대로를 보니 거긴 그나마 좀 차가 움직이는 추세였다.

그야말로 삽질의 시작.
강을 건너 여의도에서 올림픽대로로 접어들려고 했지만, 노들길 진입로로 얌체 끼어들기를 하려던 걸 실패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요리조리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머리를 최대한 굴려 이리저리 차를 돌려봤지만 결국엔 미친듯이 막히는 남부순환도로에서 약속시간을 맞고 말았다. +_+ (대체 얼마나 돌아간 것이냐!)
하필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했던 친구를 50분이나 기다리게 한 끝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모른다. 그냥 가던 대로 갔으면 10분 지각할 길을 휘발유 없애가며 돌고돌아 (안막히는 길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착각했는데, 5시반 전후로 서울시내에 안 막히는 길이 어디 있다고!) 조바심에 자꾸 차선바꾸느라 욕이란 욕은 죄다 먹어가며 뭐하는 짓이었는지.

늦은 밤이라 30분만에 주파한 귀가길로도 도저히 만회가 되지 않는 오늘 삽질의 교훈은 이렇다.
잠깐잠깐 더워도 러시아워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더웠다고! ㅠ.ㅠ)
이왕 차를 몰고 나섰으면 그냥 아는 길로나 가라. 내비게이션도 없이 방향감각만 믿고 모르는 길 개척하지 말고. (아니 그냥 뒷북으로라도 내비게이션을 살까? -_-;;)
약속시간에 딱 맞춰서 가려고 꼼지락거리는 버릇을 없애자. 좀 일찍가서 기다리면 어떠리. 
진짜로 명심해라. 오늘 보니 니 방향감각은 별로 훌륭하지 않다. -_-;;
 
Posted by 입때
,

안전거리

하나마나 푸념 2010. 7. 12. 02:42

얼마전 인천대교 부근에서 난 버스 교통사고 뉴스를 보며 너무 참혹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가끔 고속도로에 나가는 일이 있어도 나 역시 안전거리따위는 무시하고 다들 그러듯 앞차에 바짝 따라붙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간혹 미적미적 느리게 가면서 차간 간격을 쓸데없이 넓게 둔 차를 만나면 신경질을 확 부리면서 차선을 바꿔 앞지르기 일쑤고...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초보때도 시내운전보다 고속도로 운전이 훨씬 쉽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초보시절 고속도로에 감히 진출하기까지 시일이 꽤 걸렸다. 처음 한달은 올림픽대로에서 고집스레 시속 60km로 달리며 사방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의 욕을 먹기도 했으니, 시속 100km까지 밟을 자신은 정말로 없었던 거다. 당시엔 수동 자동차를 운전했는데, 기어를 4단까지만 넣겠다고 다짐하고 다녔었다. 5단은 고속도로 용이야 이러면서;; 시내에서야 기껏 사고가 나도 경미한 접촉사고겠지만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어느틈에 나는 꽤 난폭한 운전자가 되어 있었고 초보운전 딱지를 뗀지 1년쯤 뒤엔 경인고속도로에서 나를 무시하고 욕설을 해대는 대형 트럭과 추월해서 브레이크 밟기 싸움을 할 정도로 무모해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철이 좀 들었는지 운전 방식은 퍽 얌전해지고 있어도 안전거리만은 잘 못지켰던 게 사실이다. 원칙대로 100미터쯤 안전거리를 두고 달리면 수시로 끼어드는 옆차선의 차들을 못견디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차간 거리를 너무 띄우면 오히려 함부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핑계를 대면서...

그래도 뭔가 큰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는 성격답게 간만에 오늘 고속도로를 달리며 나는 정말로 안전거리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시속 100km일 땐 안전거리 100미터가 원칙이라지 않은가. 100미터가 얼만큼인지는 몰라도 시내에서 달릴 때처럼 바짝 따라가는 짓거리는 최대한 삼가며 안전운전에 힘써보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은 변함이 없었다. 다른 차선 자동차들에 비해 내가 좀 넓은 간격을 유지하는 걸 보아넘기질 못하고 다들 추월해가질 않나, 마구 끼어들질 않나, 카레이스하듯 미친듯이 달리는 자동차들이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통로로 이용되기 일쑤였다.

이런 사고가 날때마나 지겹게 나오는 말이 '안전 불감증'이라는 짜증스러운 표현인데, 이 나라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아예 안전과 담 쌓고 사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트렁크에 삼각대랑 사고났을 때 표시할 하얀 페인트는 있어도 필수품이라는 휴대용 소화기는 없으니 하는 말이다. 아마 나 또한 기억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또 안전거리에 신경쓰고 다닐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버릇이 도져 앞차와의 거리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운전할 게 뻔하다. 어쩌면 안전거리는 운전대와 나의 거리를 최대한 띄울 때나 확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애먼 사람들한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고뭉치는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