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으면그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05 2012년에 읽은 책 6
  2. 2011.05.20 요즘 보는 드라마 7

2012년 베스트 포스팅을 하려고 보니 먼저 읽은 책 정리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마흔권을 넘겼던 작년에 비해 권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으니 정리하기도 더 수월하다. 읽은 족족 누구에게든 도움이 될만한 독후감을 써놓으면 참 좋으련만 올해도 독서후기는 거의 남기지 못했고, 독서노트랍시고 만들어놓은 공책에도 감상은 별로 없고 죄다 베껴적어놓은 인용문 투성이다. 그래서 어떤 책은 제목도 벌써 가물가물, 낯설 정도다. 적어놓은 제목을 보며 소설인지 비소설인지 분류하는 것도 혼동했으니 오죽하랴. 어쨌든 따져보니 24권, 한달에 딱 2권 꼴이다. 여름 지나고부터는 통 소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비소설만 찾아보았는데도 소설이 적지 않아 좀 놀랐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도 하기 싫어 마냥 방구석에서 뒹굴러다니는 날들이 많았기에, 독서경향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그저 이 정도로도 장하다고 결론지었다.

 

 

 

 

Posted by 입때
,

요즘 보는 드라마

놀잇감 2011. 5. 20. 00:25

<시크릿 가든> 이후 관심을 기울여 볼만한 드라마가 별로 없었다. 배우가 마음에 들면 이야기가 별로고 소재가 흥미로우면 배우와 인물묘사가 마음에 안드는 식으로 뭔가 하나씩 어긋났다. 인물과 이야기가 충분히 흡인력 있는데도 내가 못견디는 드라마도 있었다. <로열패밀리>가 그런 편이었다.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조마조마함과 긴장감을 나는 견디지 못하고 리모컨을 돌려버렸다. 그게 바로 드라마 보는 재미인데! 드라마에서조차 그런 것들이 내겐 스트레스가 되다니 테순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싶긴 했다. 어쨌거나 죽어라 욕하며 조롱했던 국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는 드디어 끝나버려서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다. 그간 울 엄마를 비롯해 모든 할머니들은 매일 꼭 그 드라마를 봐야하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는 모양이었으나, 막장설정은 관두고라도 무슨 여덟마디 단조로운 노래에 도돌이표를 붙여 돌림노래를 끊임없이 부르듯(텐아시아에서 이런 비슷한 표현을 보고 무릎을 쳤다. 딱이야!), 똑같은 음모와 사건이 반복되는 설정에 나는 정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몇 주일을 안봐도 계속 똑같은 상황이라면 말 다했지;;). 그런데도 이 땅의 나이든 아주머니들은 그 드라마를 안 보면 대화가 안 통하는 지경이었다니 참 신기할 노릇이다. 내가 아무리 기막혀 해도 시청률 40%를 넘긴 '국민드라마'라니까 머잖아 일일드라마는 또 그밥에 그 나물 타령이 이어질 것이다. 하기야 노친네들은 그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고 반복해야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전개가 휙휙 이루어지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울 엄마도 통 따라가질 못해 이해를 못하신다. 요새 낮에 <신데렐라 언니>를 재방송해주고 있는데, 엄마는 예전에 다 본 건데도 두번째 보니까 비로소 좀 이해가 된다며 열심히 시청중이다. 예전엔 문근영이 왜 노상 오만상 찡그리고 화만 내는지 영문을 몰랐단다. ㅋ

암튼 내가 요즘 적응해서 꽤 열심히 보고 있는 드라마는 <반짝반짝 빛나는>, <내마음이 들리니>, <최고의 사랑> 세 편이다. 공교롭게도 셋 다 MBC 드라마인데, 처음부터 마음먹고 본 건 아니고 주말에 재방송 하는 걸 어쩌다 보게 되었거나 그랬다. <반짝반짝>과 <내마음>은 주말에 내리 몰아서 하기 때문에, 평일보다 한껏 늘어져 게으름을 부리는 주말 밤 TV앞을 지키며 보기에 딱이고,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최고의 사랑>은 지난주 목요일 부터 본방사수를 시작했다. 나는 딱히 드라마 취향이라는 게 없고, 노희경, 인정옥 말고는 좋아하는 작가를 따지는 편도 아니다. 드라마를 고르는 제일 중요한 조건이라봤자 내가 싫어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정도다. 그런데 그 기준도 들쭉날쭉 원칙이랄 수도 없다. 내가 싫어하는 배우들이 총 집합했기 때문에 <아이리스> 같은 건 볼 생각도 안했다. -_-; 미안하지만 그만한 배우 없다는 평을 듣는 차승원이 나에겐 괜히 별로라서 친구가 극구 추천하는데도 <씨티홀>은 보지 않았다. (* 이제부터 스포일러 나올 수 있음)

그러고 보니 요즘 보고 있는 세 편의 드라마엔 다 내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하는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그냥 본다. 왜냐고? 재미있으니까! ^^; <반짝반짝>은 정말 김현주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현실성은 대단히 떨어지는 장면들이 대거 연출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수백억대 자산가가 경영하는 출판사가 배경인 것도 흥미롭다. 워낙 탄탄한 출판사라서 소신 있는 편집장이 인터넷서점의 반값할인 강요도 막 거부하고, 그러는 대신 하루 물류비용이 2백만원이나 든다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한다. 맞춤법 틀리는 건 예사고 비문을 마구 양산하는 인기 작가도 송편집장의 입을 통해 조롱한다. 비출판인의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드라마에 책과 책 만드는 과정이 비쳐지는 게, 좀 비현실적이라도 어쨌든 반갑다. (황금란이 출판사로 배달온 인쇄용 필름으로 사고치는 장면은 얼굴 간지러웠다. 그렇게 중요한 필름을 왜 초짜 인턴사원한테! 책임 담당자가 출력소로 가서 확인해야지 말이야.. -_-;) 고두심, 박정수 두 엄마들의 연기도 장난 아니다. 도박중독자 아버지 길용우는 밉상에다 오버스럽지만, 부자 아버지 장용의 연기도 일품이다. 처음인지 아닌지 몰라도 욕망에 불타는 악역을 맡은 이유리의 황금란 연기도 무시무시하고... 또 한편의 유전자 공화국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미 결과는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놀랍다. 김석훈을 제대로 드라마에서 본 적이 없으면서 그냥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선 꽤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일단 김현주의 행복을 절반은 쥐고 있으니 응원하는 중이다.

<내마음이 들리니>는 황정음이 주인공이래서 볼까말까 했다가 윤여정과 정보석 때문에 본다. ㅋㅋㅋ 여기서 욕쟁이 할머니 윤여정은 이미 시베리아어쩌고로 유명해진 욕쟁이 할머니 김영옥과는 또 다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윤여정이 한혜진 할머니로 나왔을 때도 좋았다. 깡마른 몸을 몸뻬바지에 집어넣고 구겨놓은 듯 앉아 술을 마시거나 누워서 꿍얼꿍얼 욕을 해대는 모습이 어찌나 리얼한지 원. 언젠가 윤여정이 무릎팍도사에 나왔를 때 배우가 연기를 제일 잘할 땐 돈이 절실할 때라고 한 걸 기억하는데, 싱글맘으로 애들 키우느라 항상 돈이 절실해 진짜 연기가 몸에서 우러나오나 보다 싶다. 조연시절 없이 억대 몸값 받고 전격 주연으로 발탁되는 젊은 배우들이 발연기를 해대는 건 다 돈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럴듯하다. 밑바닥부터 좀 굴러야 연기를 제대로 배우는 건데 쯧쯧쯧. 암튼 황정음의 zzz 발음은 여전히 내 귀에 걸리지만, 아역을 했던 작은 미숙이 김새론양과 초반에 명을 달리한 큰미숙이 김여진의 역할이 워낙 인상적이라 그 관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봉영규 역을 맡은 정보석이 차동주(김재원)가 선물한 랜턴 달린 헬멧을 쓰고 눈을 위로 째지게 하며 '무서운 사람'(이혜영) 흉내를 낼 땐 그 때마다 빵 터진다. 수목원이 배경이라 수시로 꽃나무들이 대사에 등장하는 것도 좋다. 아 맞다, 봉우리 황정음을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해온 치킨집 아들 승철이 이규한도 귀엽다. <내이름은 김삼순> 때부터 눈여겨 봤는데 껄렁껄렁하지만 순박한 승철이 역할에 아주 딱이다. 주말에 일이 생겨서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두 드라마를 못 보면 뭔가 손해본 것 같다.

<최고의 사랑>은 홍자매 작가와 공효진에 대한 호감과 차승원, 윤계상에 대한 거부감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는 쪽으로 돌아섰다. ^^; 홍자매 작가의 작품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그룹을 그렸던 <미남이시네요>를 워낙 재미있게 봤고 공효진은 <네 멋대로 해라> 때부터 팬이다. <파스타>에서 유경 역할도 좀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어야지. <미남이시네요>에서도 그랬듯이 홍자매의 만화스러운 장면들은 질끈 눈감고 그저 그러려니 넘겨야 하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은 차승원의 코믹 연기도 가끔 난감하지만, 암튼 5회를 정점으로 독고진(차승원이 맡은 톱스타 역할)마저도 정이 들었다. <미남이시네요> 때 내가 못마땅해하던 장근석을 그냥 황태경으로 보게 만들더니, 홍자매의 인물은 역시 놀랍다. 차승원의 연기가 놀라운 건가? ㅋ
오만불손하고 성질 더럽고 못돼처먹은 국민배우 독고진이 찌질한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에게 솔직히 사랑을 고백한 뒤, 그래서 자기가 '수치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심지어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가 떠올랐다(오만한 점 빼놓고는 모두 완벽했던 다아시와 비교하면 독고진은 재력과 외모 빼놓고는 단점 투성임에도!) @.,@  천박하고 무례한 가족들 때문에 사랑하지 않으려고 몹시도 애썼으나 자기 마음 어쩔 수 없었다고 프러포즈를 했던 다아시가 엘리자베스한테 뻥 채였듯이, 독고진도 구애정한테 거부당한다. 뭐, 로맨틱 코미디에서 잘난 남자주인공이 생계형 여자주인공한테 반해서 막 들이대다 처음에 까이고 자존심 상해하는 설정은 드라마의 진부한 클리셰다. 그런데 이건 뭐가 다르다고 내가 제인 오스틴까지 떠올리게 됐을까나.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도 그렇고, 잘나서 오만하고 까칠한 남자주인공이 요즘 드라마의 추세던데. 게다가 엘리자베스한테 거절당하고도 사랑을 접지 못해 곤경에 처한 엘리자베스의 가족을 은밀하게 도왔던 다아시와 달리 독고진은 티나게 엄청 생색내면서 구애정을 돕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미 편견에 눈이 어두워진 나는 비어 있는 독고진의 집에 들어가 물고기 밥을 주는 구애정을 보며, 다아시가 출타중에 아름다운 저택 팸벌리를 돌아보았던 엘리자베스에 대입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보안장치 해제번호도 알만큼 이미 수없이 간 집인데도 새삼 -_-;;). 큭큭큭. 악의는 없으되 속물스럽고 무례하고 천박한 구애정의 가족들도 베넷 가족과 동일시하고. ^^; 물론 독고진의 연적인 윤필주는 사기꾼 위컴과 비교하기엔 심히 착하고 훌륭하지만, 콜린 퍼스가 나온 BBC판 <오만과 편견> 때문에라도 내겐 최고의 로맨스 주인공인 다아시를 감히(?) 독고진에게 비유한다는 건 정말 최고의 찬사다. 

이 세편의 드라마로, 수목토일 잠깐은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할 수 있게 됐다. 간만에 적응에 성공해 즐겨 볼 드라마가 생겨서 어찌나 기쁜지. 그러니 부디 내가 견딜 수 없는 조마조마한 서스펜스와 음모는 좀 등장하지 않으면 좋겠다. 당분간 드라마 보는 낙으로 살련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