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연진'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22.07.16 연이가 안보인다 1
  2. 2022.06.23 설이, 점이, 묵이 2
  3. 2022.05.30 4마리였다! 5
  4. 2022.05.17 새끼냥들 사라짐 1
  5. 2022.03.17 연이와 하늘이
  6. 2021.12.26 연이 홀로 2
  7. 2021.10.31 펄쩍펄쩍 6
  8. 2021.10.10 연진이 새집 장만 1
  9. 2021.09.25 연이진이 3
  10. 2021.09.11 진전 3

사흘째 연이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젖을 물리는 모습을 더러 봤는데 장마비가 쏟아지던 7월 13일 아침에 마주친 걸 마지막으로 계속 연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양양이가 두달만에 연이와 진이만 두고 사라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덜컥 겁이 난다.
설점줄묵이가 태어난 것이 4월 24일. 이제 아깽이들이 80일정도 되었는데 벌써 젖을 떼어도 되는 걸까? 암튼 좀 쎄한 느낌을 받은 건 지난 월요일부터였다. 그간 평소 연이가 쉬거나 낮잠을 잘 때는 아깽이들과 함께 뒷베란다로 내다보이는 아래층 지붕 그늘에서 함께 모여 있었다. 꾸벅꾸벅 졸거나 자면서도 아깽이들이 연이의 젖을 물고 있는 것 같아서, 연이 진짜 덥고 답답하겠다며 안쓰러워 할 정도였다. 헌데 그날 낮엔 연이와 아깽이들이 다 따로 따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연이는 아예 축대 철망 너머에서 홀로 낮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리면 아깽이들 있는 쪽을 내려다보았다. 아깽이들이 더 어릴 땐 밤에도 낑낑거리고 울면 득달같이 연이가 다가가 보살펴주곤 했는데, 이젠 아무리 울어도 (젖달라고 우는 소리 같았음) 멀찍이서 지켜보며 밤중엔 어리광 떨지 말라고 나무라는 것 같기도 했다. 밤에 자다가 아깽이들이 울어대서 랜턴 켜고 비춰보면, 연이가 오히려 나를 보며 애처롭게 에옹 에옹 울었다.

솔직히 오랜 시간 돌봐온 연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아깽이들보다 크기 때문에 그간 나는 연이가 좀 안타까웠다. 엄청난 모성애로 새끼들을 키우고는 있지만, 자꾸만 얼마나 귀찮고 고단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천방지축 아깽이들은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통에 악취가 심해졌고, 연이 혼자 깨끗하고 고고하게 지낼 때와는 창밖 연이네 집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연이진이는 양양이한테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인지 화장실을 축대 철망 너머에 두고 있었던 듯, 한번도 대변 덩어리 때문에 파리가 꼬이고 악취가 풍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이네 아깽이들은 내방 창문 바로 바깥에 있는 자기네 집들 뒤쪽에 조금 쌓인 흙더미 구역을 화장실로 사용했다. 보다 못한 내가 모래를 퍼다가 흙더미를 더 높여주었으나, 딱 한번 모래를 파고 대변을 본 뒤 흙을 덮었을 뿐, 그 다음날부터는 그냥 또 아무데나 똥을 싸놓았다. 심지어는 연이가 작년부터 애용하는 받침대인 스티로폼 상자 위에도!
집냥이든 길냥이든 집과 화장실을 가능하면 멀리 떨어뜨려 두라던데, 이젠 집 두채 바로 뒤가 화장실인 셈이다. 지들도 악취가 싫은 건지 겨울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던 모습은 차츰 사라지고, 연이네 가족은 울 엄마네 집쪽 반대편 지붕으로 낮잠터를 옮겼었다. 대변을 싹 다 치우고 다시 모래를 덮은 뒤 고양이 탈취제를 사다가 뿌려주고 해보아도, 아깽이들의 무차별 대변투척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암튼 그래도 연이는 아깽이들을 핥아주고 젖을 물리며 함께 놀아주곤 했는데, 7월 11일과 12일은 같이 사료와 츄르만 먹은 뒤 홀로 축대 너머에서 편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인 거다. 저녁 준비하려고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에 내놓다가 연이와 눈이 마주쳐 손을 흔들어주고는, 그래 너도 새끼들 지키느라 그간 힘들었겠지, 낮잠이라도 편히 자라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7월 13일. 그날은 장마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 연이와 아깽이들이 걱정돼 내다보니 연이 홀로 흠뻑 젖어서 돌아다니다가 창밖 박스 집앞에 다가와 앉았다. 연이야, 너 왜 비 맞고 돌아다녀? 물으니 쓱 올려다볼 뿐 묵묵부답. 비오는 날 늘 그러듯 츄르를 얹은 사료를 처마 안쪽 집안에 놓아주고는 외출했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아그작아그작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묵이와 점이가 사료를 먹고 있는데, 어라 사료 양이 아침에 준 거의 그대로였다. 연이야,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밤에 창문만 열어도 에옹, 혹시라도 내가 아깽이들 해꼬지할까 걱정되는 건지 특식을 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울음을 울었더랬는데.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7월 14일. 비가 그쳐 사료와 츄르를 원래 자리에 놓아주며 연이를 아무리 불러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엔 부시럭부시럭 사료 준비하는 소리만 들려도 베란다 창문 밖 적당한 거리에서 울며 대기하는데 왜? 아깽이들 세 마리만 후다닥 놀라 저 만치 숨었다가 츄르를 핥아먹었다.
7월 15일. 외출 전 아침 일찍 아깽이들을 살피고 사료 줄어든 양을 확인했다. 건사료를 빻아서 아깽이들용으로 놓아주었는데, 절반 이상 남은 걸 보니 밤새 연이가 와서 먹은 흔적도 없었다. 여전히 연이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가 이틀은 굶을 수 있다고 하니, 어디 탐험을 갔더라도 배가 고파서라도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연이야, 어딜 간 거니?
7월 16일. 연이는 오늘도 실종상태다. 아깽이들은 어미가 없으니 더욱 의기소침 날 보면 겁에 질려 구석에 숨고, 사료와 츄르를 놓아주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 마음 놓고 먹어라, 창문을 닫고 기다리다 한참만에 열어보니 위에 얹어준 츄르만 사라졌다. 연이 젖 대신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할텐데, 물 좀 마셔, 니네 엄마 어디 갔니, 물어보아도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불안해죽겠다. 오늘로 사흘째인데 대체 연이는 어디에 있을까? 폭우 속에 돌아다니다 혹시 아파서 어디 쓰러져 있으면 어쩌나 불안하다. 설상가상 좀 전엔 고양이 발정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연이가 벌써?! 후다닥 내다보니 낯선 누렁검정 고양이 한 마리가 철망 너머에서 울어대고 있었다. 아깽이들은 벽틈으로 다 숨어버리고... 눈싸움만으로는 물러나지 않아서 결국 집게를 휘둘러 쫓아보냈다.
연이의 출산과 육아가 너무 괴로워보여서, 찬 바람이 불면 꼭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주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혹서기엔 중성화수술 신청을 받지도 않고, 원래도 수유기간에는 수술을 해주면 안되므로 더위가 한풀 꺾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중성화수술을 받게 해야지 작정한 거다. 친구네 고양이와 비교하니 지난 1년간 사료를 잘 챙겨 먹였다고 해도 새삼 연이가 성묘 치고도 얼마나 작고 연약한 고양이인지 알 수 있었다. 작년 어미 양양이와 비교해도 연이가 좀 더 작은 것 같다. 그 몸으로 네 마리나 낳아서 돌보려니 힘에 부칠만도 했을 듯.
작년에 새끼를 두고 양양이가 사라졌을 때 내가 섭섭하고 괴씸해하자,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므로 함부로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되며 호르몬이 유발한 모성 본능이 사라져 제 갈 길 갔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초보 엄마냥인 연이 편이어서 천방지축 말도 안 듣고 지저분한 새끼들을 돌보다 지친 연이가 에라 모르겠다 가출을 감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엄마냥 연이를 힘들게 만든 아깽이들도 얄밉고 아빠로 추정되는 하늘이도 밉고...
아무튼 연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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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아깽이들 이름을 드디어 정했다. 실은 봄여름가을겨울도 가장 마지막까지 물망에 올랐다. 봄과 함께 떠나버린 줄무늬 아깽이를 봄이라고 하고, 남은 세 아이들을 여름, 가을, 겨울로 부를까 싶었던 것. 그러나 그렇게 애들 이름을 정하면 부를 때마다 언제나 봄이와 함께 연상될테고, 계절 지날 때마다 어쩐지 불안할 것 같았다. 또한 연이, 진이가 외자 이름이어서 두자 이름 부르는 거 은근 귀찮게 느껴졌다. 외자 이름 단촐하고 경제적(?)이고 부르기 편하고 좋다! 게다가 임시로 불렀던 하양이=설(雪), 점박이=점(點), 까망이=묵(墨). 이렇게 부르면 직관적으로 딱딱 연결되고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다.  

왼쪽부터 묵이, 점이, 설이

고양이는 숫자를 세지 못하기 때문에 연이가 아깽이 한 마리 없어진 거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친구 말을 들으니 뭔가 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연이도 아직 두살 애기인데 아깽이 세마리 돌보기도 너무 고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깽이들이 점점 자라고 몸도 커져서 연이한테 매달려 다퉈가며 젖먹는 걸 보면 좀 안쓰럽다. 30도 넘는 날씨에 젖먹이들 엉겨붙어 있으면 얼마나 더 더울까.

좌: 6월9일 연이와 묵이, 우: 6월22일 위부터 설이, 묵이, 점이 

아깽이 네 마리중 가장 막내라고 여겼던 설이는 어느덧 가장 움직임이 활발하고 덩치도 우람해져, 형제들에게 장난을 제일 먼저 거는 편이다. 묵이도 설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서 걸핏하면 겨울집과 바깥 박스 사이 틈새로 들어갔다가 못나오고 울어 연이가 구출해내야 한다. 현재 체구도 가장 작고 얌전한 녀석은 점이다. 눈꼽도 제일 많이 낀 모습이라 걱정했는데 셋이 우당탕탕 뛰놀거나 레슬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또 안심이 된다.  

위 오른쪽 사진에 놓인 동그란 스크래처는 비 맞지 말라고 처마 안쪽으로 놓아두면 녀석들이 계속 밀어내서 늘 지붕 끄트머리에 가 있기 일쑤였다. 떨어질까 조마조마해서 잠자리채로 안으로 당겨놓으면 언제나 또 그 자리... 알루미늄 호일 뭉치는 그냥 작은 것 하나만 스크래처 안에 담아 두번째 집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제일 큰 뭉치가 스크래처 안에 들어 있었다. 공굴리기 하듯 갖고 놀다가 영차 안에 던져 넣은 걸까? 귀여워라. 가끔은 드르륵드르륵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내다보면 돌멩이를 굴리며 놀고 있다! ㅋㅋ 놀이동산 꾸미듯이 친구가 보내준 장난감들을 놓아주었으나 거의 외면하고 구경만 하는 것 같다. 길냥이들은 자연과 노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지붕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멈춰 있던 스크래처는 결국 어젠 마당으로 떨어뜨렸더라. 얼른 주워다가 다시 집앞에 놓아주었다. 위 사진은 6월 19일에 찍은 점이와 묵이. 묵이 눈과 표정이 가장 초롱초롱 건강해보이고, 점이가 가장 비실비실 아파보였다. 연이한테 내가 혀를 날름날름 시범을 보이며 아깽이들 그루밍 좀 더 해주라고 잔소리를 꽤나 했는데 그게 먹힌 걸까.. 그래도 눈상태가 차츰 나아가는 모습이다. ㅠ.ㅠ 

고양이 애호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어떻게든 아깽이들을 잡아 병원에 데려갈 것인가 고민도 오래 했었는데, 일단 접근도 쉽질 않고 벽틈으로 숨어버리는 아이들을 잡을 방법도 막막한 가운데 연이가 그래도 엄마 노릇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겁쟁이 준집사는 그냥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병원에 데려가거나 사진으로 눈약을 처방받더라도 약을 자주 넣어줘야한다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ㅠ.ㅠ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도 없어서 아깽이들 눈에 좋다는 영양제와 유산균 영양제를 구매했다. 유산균은 나도 아직 안 먹어봤는데 ㅋㅋ 암튼 면역력이 높아지면 연이도 아깽이들도 더 건강해지겠지 싶어서 처음엔 물에 타서 줘보다가, 무색무취라더니 물 색깔이 약간 변해서 애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그 뒤론 그냥 사료와 츄르에 섞어준다. 아깽이들의 섭취량까지 미세하게 적용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연이 젖을 통해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

 

좌: 6월 16일 낮잠 가족 줌으로 도촬. 우: 어제 마당에서 주워온 스크래처에 들어가 노는 설이.

어제만 해도 날이 더워서 그간 한낮엔 주로 늘어져서 낮잠을 자다가 아침 일찍과 저녁무렵에 시끄럽게 뛰놀곤 했는데,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니 또 걱정이다. 억수로 쏟아질 땐 처마 밑 상자 안이라도 빗물이 좀 튀길 것 같아 좀 아까 골프 우산을 살짝 씌워놓았다. 연이와 세 아깽이 모두 축축하고 눅눅한 장마철을 건강하게 무사히 잘 넘기길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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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리였다!

양양연진 2022. 5. 30. 15:52

연이 출산이후 만5주째인 어제 드디어 연이네 온가족을 알현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핏얼핏 수유장면 훔쳐볼 때마다 젖먹이 새끼냥이 3마리 뿐이었는데 ㅠㅠ 연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니! 새삼 또 감격이고 안쓰럽다.

어제 촬영에 성공한 가족 사진 중에서 오후에 한번 더 시도했던 아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몸처럼 엉켜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이 눈빛은 여전히 좀 경계하는 듯해서, 얼른 소리 안나게 찍고 창문을 닫았다.

22년 5월 29일 만5주차.

어제 감격하며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바로 이거다. 줌으로 당겨서 사진이 조금씩 다 흐리지만 이거나마 감지덕지.

22년 5월 29일

창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에 너무 놀라서 헛.. 얼어붙었다가 얼른 눈을 찡긋찡긋 하며 나는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열심히 연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랬더니 마음이 통했는지 연이가 쓱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사진에서 보듯 다들 아빠인 하늘이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아서 흰색바탕에 검정무늬가 있는 아가냥들이다. 연이는 갈색 무늬가 정말 예쁜데 하나도 안 닮음. 모두 고등어야!

그나마 위 사진 왼쪽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녀석이 흰바탕이 가장 많아 연이를 젤 많이 닮았다. 근데 가장 막내인듯 수유다툼에서 늘 밀려나 맨 마지막에 억지로 파고들거나 형님들 다 먹고난 뒤에 혼자 연이 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궁..

사실 어제 종일 호시탐탐 연이네 가족을 엿보고 있었다. 5주쯤 됐으면 말이지 이제 준집사에 대한 경계도 좀 누그러져야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연이야 연이야 많이 불러주고, 황태포 간식도 넉넉히 주고... 그러느라 사진도 여러장 건졌는데 총 네마리인 줄 몰랐을 때 가장 극성인 두 녀석이 엄마를 독차지하는 모습 포착. 

22년 5월 29일. 점박이 얼룩이와 물결무늬 고등어 이 두 마리가 가장 활동적인듯.
22년 5월 29일.

두마리가 젖을 먹는 저 사진을 찍자마자 연이는 기분이 나쁜지 벌떡 일어나 몸을 피했는데, 연이가 일어나자 점박이 얼룩이는 벽틈으로 몸을 숨겼던 반면 물결무늬 고등어는 끝까지 엄마 젖을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집안으로 아장아장 걸어들어갔다. 덩치도 제일 큰 것 같음.

22년 5월 29일

얼결에 난사하며 대충 건진 사진이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놓아야 나중에 찾아보며 구분하기 쉬울 것 같아서 모두 저장해놓으련다. 위 왼쪽 사진에서 드러누워 얼굴만 보이는 아가냥이 가장 하얀색바탕이 많은 막내(추정) 꼬물이다.몸집도 가장 작고 걸음걸이도 가장 위태위태. 위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아이가 아마도 내가 처음 독사진 찍은 1호가 아닐까? 등부분이 거의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음. 아직 얼굴 구분도 못하겠고 네 마리나 되니 헷갈려 죽겠다! ㅎㅎ

4마리를 언제나 제대로 다 구분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네 마리 이름을 뭘로 짓나 고민중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매란국죽. ㅋ 그러나 넘 구리다! 연이처럼 외자 이름으로 하려니 동서남북, 청백단흑, 조율이시, 이딴 거나 생각나고 말이지... 예쁜 이름 추천 바랍니다! ㅋㅋ (그러나 이제 이 블로그엔 오는 이가 별로 없고;;) 외자로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봄여름가을겨울이 떠올랐다. 암튼 1호부터 4호까지 엄마냥 연이 속썩이지 말고 젖 먹으며 싸우지도 말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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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연진 가족이 나를 찾아왔던 작년 6월부터, 양양이가 사라지고 10월쯤엔 진이도 안보이게 된 뒤 홀로 남은 연이한테 점점 더 아늑한 집과 밥자리를 마련해주고서 생긴 가장 큰 걱정은 내가 곁에 없을 때 고약한 침입자냥이 해꼬지를 하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었다. 그간은 다행히 내가 1박2일간 집을 비워도 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었는데... 지난 토요일 진안 마이산엘 다녀오느라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집을 비운 사이... 새끼냥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흑...

22년 5월 12일. 밖에 나와 쉬고 있던 연이 모습. (새끼냥들은 집안에)

며칠 전인 금요일 13일까지도 연이와 새끼냥들은 집안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매일같이 집 바로 앞에 물과 사료 그릇을 놓아주면 연이는 머리만 구멍으로 내밀고 하악하악... 나를 위협했다. 제아무리 호르몬과 본능의 힘이라지만, 1년간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건 연이의 출산 이후 다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야생성을 유지하고 인간에게 거리감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라 여기면서도 내심 섭섭했다. 언제는 막 창문 방충망에 매달려서 집안으로 들어올 것처럼 굴더니! 쳇... 암튼 사료 접시 집으려 손만 내밀어도 냥냥펀치 당할 것 같은 느낌에 조심조심하긴 했어도, 새끼 한마리를 얼핏 보기는 했었다. 연이처럼 새하얀 새끼가 아니라 하늘이처럼 검은무늬가 더 많아 고등어 느낌의 보송보송한 새끼냥은 아직 눈도 채 못뜬 듯 취침중이었고 연이가 하도 위협적이라 곧바로 후퇴했는데, 나의 그 행동이 연이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걸까? 물론 이제와선 후회해도 쓸데없다. ㅠ.ㅠ

토요일 새벽에 내다보았을 때 사료는 넉넉히 남아 있길래 물만 보충해주고 떠났고, 긴 등산에 지친 몸으로 늦은 밤중에 귀가해서는 당연히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등산 뒤풀이에서는 하필 돼지 등갈비 구이를 먹었는데 다들 배가 부른 상태라 엄청 많이 남았고, 양념도 전혀 안된 고기니 다들 반려견과 반려묘 가져다주겠다며 비밀봉지에 주섬주섬 남은 갈비를 챙겼다. 당연히 나도 연이 몫을 챙겨왔길래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근육통 작렬하는 다리를 억지로 들어올려 베란다를 넘어갔는데....    

사료 주기 전에 놀랄까봐 늘 연이야, 연이야 부르면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하악하악~ 소리를 내던 연이가 안보였다.  어쩐지 느낌이 쌔~~... 집안을 들여다보니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왜!!! 고양이 모성애가 출산후 2주차까지 극단적으로 높다는 ㅁㅈ의 말을 들었기에 그간은 그려려니 했었다. 그래도 이제 3주차에 접어들었으니 꼬물꼬물 새끼냥들이 기어나와 바람을 쏘이지는 않을까, 연이도 서서히 나에게도 곁을 내줄지도 몰라 상상하며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았던 것이 연이에겐 위협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흑흑흑.. 사진 찍는 소리가 거슬렸나? ㅠ.ㅠ

암튼 허망한 마음에 사료그릇과 물그릇 놓아두는 자리를 원래 베란다 창문 밑으로 옮겨놓고선 연이야 연이야 불러대니 어디선가 에옹~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담벼락 쪽에서 나타난 연이가 익숙한 츄르 냄새 때문인지 다가오긴 하는데 전처럼 내가 보는 앞에서 덥석 먹기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경계중인 게 느껴져서, 오냐, 무사하니 되었다, 싶어서 물러났다가 슬며시 다시 다가가 보니 허겁지겁 식사중.

22년 5월 15일. 새끼냥들 사라진 뒤 홀로 와서 갈비 뜯는 연이

아무래도 왼쪽 방향 어디엔가 새끼를 숨겨둔 듯 먹다말고 그쪽을 자꾸만 바라봄. 살코기와 갈비 두 대를 함께 놓아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갈비 두 대가 모두 사라졌다. 양치질을 시켜줄 수 없으니 치아관리를 위해서 뭔가 딱딱한 것도 좀 줄 필요가 있다고 고양이 전문가께서 조언해주심.

품종묘 협회 회원이라는 지인에게 연이 사진을 보내주고 새끼냥들이 사라졌다고 징징댔더니만, 나를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 새끼들을 숨긴 게 아니라, 내가 없던 하루 사이 침입자냥이 위협을 해 현재 집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거나 혹은 이제 3주차에 접어들어 밖에 나와 꼬물꼬물 놀기 훈련을 해야하는 아가들에게 위해한 환경이라 (지붕 아래로나 축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 옮겼을 수도 있으니 너무 염려말라고 위로해주었다.

연이 입장에서 집을 옮긴 이유를 상상해보면...

1) 집사가 자꾸 기웃대며 새끼냥을 노린다. 도망치자

2) SOS 울음으로 알리면 늘 잠자리채로 침입자를 쫓아주던 집사가 종일 안보이는데 깡패냥 출현. 이 집 안 되겠네, 이사가자

3) 이제 새끼냥들 걷고 노는 훈련 시켜야하는데 환경이 너무 개방되어 있고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네, 이사가자. 

그밖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암튼 새끼냥들을 숨긴 새로운 보금자리가 어디일지, 한 마리 한 마리 입에 물고 위험한 담장과 축대를 오르내리며 이사를 했을텐데, 연이도 작년 요맘때 천방지축 갓난 아기였단 걸 생각하면 너무 놀랍다. 

새끼냥들이 사라진지 오늘로 벌써 3일째. 다시 연이와 신뢰를 쌓고, 집사가 요주의인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려고 매일 같은 시간에 다양한 간식과 특식으로 연이를 유혹하고 있다. 근데 출산 전에는 꽤나 잘 먹던 삶은 멸치는 외면하심. 입맛이 바뀌었나... 

일단 베란다 문을 열고 연이야 부르면 멀리서도 에옹~ 대답을 하고 좀 있으면 슬그머니 나타난다. 오늘은 그래도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내가 문 닫고 사라지기 전에 와서 츄르부터 할짝할짝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고온 새끼들이 걱정되는지 잠깐 먹고는 금세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원래도 한번에 폭식 안하고 수시로 먹는 스타일이니, 잠깐 요기하고 다시 새끼보러 갔다가 틈 나면 와서 먹는 건가?

고양이가 인간의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고 하니, 좀 전에 창문 밑에서 쉬고 있던 연이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새끼들 어디에 숨겼니? 걱정하지 말고 새끼들 다시 데리고 와라. 여기가 제일 안전해.... 안 그러니? 연이는 알아들었는지 못알아들었는지 계속 대꾸를 하듯 울다가 잠시 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번 더 에옹에옹 울더니 가버렸다. 

이제 바람이라면 작년에 양양이가 연이랑 진이를 데리고 나타나 함께 사료와 츄르를 먹고 지냈듯이, 걸음마를 다 익힌 새끼냥들을 거느리고 연이가 다시 옛집에 보금자리를 트는 것이다. 근데 한번 버리고 떠난 집에 길냥이가 다시 오는 경우가 있나?? ㅠ.ㅠ 뭔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연이 출산 직전에 방향을 바꿔놓았던 집과 박스를 완전히 연이 어린 시절 살던 때 예전 그대로, 입구가 안쪽 벽을 바라보도록 돌려놓았다. 연이 없는 새 혹시 다른 녀석이 집을 차지할까봐 그것도 걱정이다. 해서 부시럭 소리 날 때마다 내다보고는 있는데 아직은 계속 연이만 오가는 듯 했음. 

대체 연이는 새끼를 몇 마리나 낳았는지, 모두 건강하고 무사한지 너무 너무 너무 궁금하다. 제발 새끼들 좀 보여주라, 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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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하늘이

양양연진 2022. 3. 17. 15:46

연이는 지난 겨울 혹한을 잘 넘겼다. 난생 처음 지내는 겨울일 테니 영하11도가 넘는 날은 핫팻을 겨울집에 넣어주기도  했지만, 적응력을 높이는 게 좋다는 조언도 있고 해서 결국 박스째로 사들였던 캠핑용 대형 핫팩은 다 쓰지 못하고 남았다. 다시 겨울이 찾아오기까지 안 굳고 잘 남아 있을까. ㅎㅎ

암튼 연이의 성별은 암컷이었던 모양이다. 2월 중순 연이는 이상하게 괴로운 소리를 내며 발정기 울음을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봄가을에 밤마다 울어대는 발정기 고양이들 울음 소리에 엄청 욕하고 싫어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발정기 암컷이 우는 건 너무 배가 아파서라니 ㅠ.ㅠ 안쓰럽고 짠해서 빨랑 발정기가 지나가길 빌었다.

물론 걱정도 많이 했다. 발정기 울음을 듣고 수컷이 찾아오면 사료랑 물이랑 뺏기는 거 아닐까? 겨울집=연이 보금자리가 바로 내방 창밖에 있는데 인간의 소음과 너무 가까운 곳이라 짝짓기가 가능할까? 별별 걱정이 다 들었던 것이다. 암튼 아으~아으~ 괴롭게 울어대던 연이의 울음소리가 며칠이나 이어지던 밤, 창밖에서 우당탕탕 난투극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일인가 싶어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겨울집을 가운데 두고 (힘도 좋지, 둘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벽에 붙여놨던 집이 밀려나와 있었다) 연이와 하늘이가 뱅글뱅글 돌며 쫓기 놀이 같은 걸 하고 있었다.

하늘이가 누군고 하면, 그간 걸핏하면 연이와 연이 집을 노리고 접근했던 칩입자냥이다. 눈동자가 약간 하늘색이 돌아 하늘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연이 사료를 탐내지 못하도록 따로 뒷마당 벽 위에 밥자리를 만들어 매일 저녁 따로 사료를 챙겨주고 있었다. 물론 사료를 따로 챙겨줘도 이 녀석은 연이 집이 탐나는지 2-3일에 한번씩 슬쩍 축대 철망을 넘거나 벽을 타고 접근해 연이가 질색팔색 울어대게 만들었다. 자지러지게 연이가 울면 왜 왜 왜 ! 고함치며 내가 출동해서 잠자리채로 녀석을 쫓아주곤 했었는데;; 헐.. 그 녀석과 짝짓기를 하기에 이른 모양이다!

발정기 동안엔 둘이 싸우던 때의 울음소리가 들린 적이 없고 약간의 하악질 + 그냥 몸싸움만 벌이는 듯 했으므로 나는 조용히 창문을 닫고 물러나드렸다. 대체 길냥이의 발정기 짝짓기는 며칠이나 지속될까 궁금했는데, 연이의 발정기 울음소리는 차차 줄어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또 궁금해졌다. 연이는 과연 임신을 했을까? 작년 5월에 태어났다고 치고 9개월이 지났으니 이미 연이도 성묘라지만 워낙 체구가 작은데; 그래도 단번에 임신을 했을지 어쩔지... 길냥이의 임신 확률은 백퍼센트일까?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니 길냥이들은 전략적으로 여러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해 새끼들의 아비가 누군지 아예 모르게  하고, 실제로 서로 다른 수컷의 새끼를 동시에 임신할 수도 있단다. 연이 주변에 얼씬거린 수컷이라고는 하늘이밖에 못봤는데 과연...

발정기 동안에는 애교도 안부리고, 사료를 줄 때도 가까이 다가와 양양거리기는커녕 멀리 떨어져 지그시 쳐다보기만 했던 연이는 거사 이후 다시 야옹야옹 울며 놀아달라거나 빨랑 사료를 내놓으라고 한다거나 손을 내밀면 붕붕이를 하며 만져보기도 하는 등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   

3월 초: 내방 창문을 열면 연이가 이렇게 눈을 맞추고 야옹야옹 인사한다

발정기 이후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연이가 좀 꼬질꼬질해졌다는 것. ^^; 세수도 언제나 깔끔하게 해서 새하얀 털의 자태를 자랑하더니만 요샌 위 사진처럼 눈꼽이 좀 덜 닦인 얼굴이고, 몸을 바르르 털면 노란 먼지가 풀풀풀. 

그러다가 얼마 전엔 하늘이랑 연이랑 둘이 엄청나게 싸움이 붙어서 온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연이가 울어댔는데 내가 잠자리채로 협공에 나섰지만 흥분한 연이는 달아나던 하늘이를 멀리까지 뒤쫓아갔고, 담장 너머 어딘가 안보이는 곳에서 하늘이가 연이를 깨물었다(혹은 할킨 걸까?). ㅠ.ㅠ 엉덩이쪽 옆구리에 털이 움푹 파일 정도로 물린(혹은 할킨)자국이 보였는데 피는 나지 않은 것 같고, 튀어 날아오르듯 도망쳐온 연이는 한참 숨을 헐떡이다 물을 마시고는 제집으로 쏙 들어갔다. 하늘이 이 나쁜 자식!

하늘이는 별로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하늘이 입장에서 보면 헷갈릴 만도 할 것 같다. 하늘의 입장의 가설을 세워보면 아래와 같다.

1) 작년부터 집도 밥도 여유로운 암컷 길냥이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옆에 인간 집사가 자꾸 나타나 훼방을 놓아 목적 달성이 어렵다. 그래도 계속 얼씬거리는 중. 2) 갑자기 발정기 울음으로 이 암컷이 나를 유혹함.  3) 그래 좋다, 짝짓기 성공. 이제 넌 내 애인이다. 4) 이상하다, 짝짓기할 땐 언제고 이 암컷이 다시 나를 멀리한다. 인간도 다시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먹튀냐?! 5) 인간도 이상하다. 밥 챙겨줄 땐 언제고 암컷 냥이 옆에만 가면 잠자리채로 쫓아버리네? 어쩌란 거냐.

하늘이는 몸집도 연이의 1.5배-2배 가까이 되고 뭔가 연륜이 있어보인다. 내가 저리 가라고 버럭 고함을 질러도 멀리 도망치지도 않는다. 어차피 창밖으로 못나가니 담장 너머 철망 너머까지 쫓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 듯하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빤히 보다가 금세 다시 접근을 시도할 때가 많다. 한 겨울에 창문 열고 헤드렌턴으로 어둠을 비춰가며 녀석과 한참 대치하려면 어찌나 춥던지 원;; 

하여간 하늘이는 오늘 아침에도 연이가 집안에서 쉬고 있는 사이 집밖에서 얼씬거리다가 연이의 구조신호(으으으으.. 낮게 위험신호를 보냄)를 받은 내가 창문 열고 쫓아내야했다. 연이와 하늘이의 영역 다툼은 과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길게 외출을 해야할 때면 혹시라도 연이가 하늘이한테 해코지를 당할까봐 걱정스러워서, 오자마자 무사한지 확인하는데 입때껏^^; 연이는 다행히도 자기 집을 잘 지켜왔다. 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2달. 앞으로 진짜로 새끼를 낳을지 어쩔지 모르겠는데, 양양연진 세 마리를 창밖에서 처음 맞닥뜨렸던 경이의 순간이 또 기대되기도 하고, 제발 이번 발정기엔 그냥 잘 넘어갔길(?) 비는 마음도 있다. 앞으로도 포획틀 대여하고 어쩌고 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것까지는 시도할 자신이 없으니, 그냥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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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홀로

양양연진 2021. 12. 26. 11:44

진이는 결국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선가 새로운 터를 잡고 무사히 잘 살고 있기를 바라지만 성묘들한테 겁 없이 달려들고 싸우던 진이의 성향을 돌이켜보면 걱정이 많다. 생각할수록 나쁜 상상이 커져서 그냥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홀로 남은 연이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걱정스러워 11월에 고보협에서 공구하는 겨울집을 구매했다. 작년 모델보다 더 튼튼하고 보온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 같다. 앞쪽 입구에도 아크릴비닐 같은 걸 붙여서 바람이 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안엔 등산용 깔개 위에 담요를 접어서 깔아주었었는데 나중에 포근한 발방석을 하나 더 넣어드림.

관찰해보니 연이가 저 비닐 밑으로 잘 드나든다
간식으로 유도했더니 별 어려움 없이 입주 성공.
아침마다 사료를 담아주며 관찰해보면 연이가 참 많이 컸다.
연이는 어떻게 이리도 미묘이신지
츄르 먼저 먹고 입맛 다시는 중
이것이 바로 고양이 세수?
폭설이 내린 날 내다보니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간에도 영하 7도가 넘어가는 날엔 핫팩을 하나씩 집안에 넣어주었었는데;; 올들어 최대한파가 예고된다니 걱정스러워서 캠핑하는 사람들이 쓴다는 방석형 핫팩을 주문했고 다행히 어제오늘 최대한파가 몰아치기 전에 당도해 어제 처음으로 핫팩이 8개 붙어 있는 방석을 집안에 깔아주었다. 확실히 뜨끈뜨끈한 느낌. 그러나 시간이 유지 시간이 14-16시간이라 애매하다. 추워도 어딘가 쏘다니는 것 같은 눈치라서 연이가 핫팩을 가장 잘 이용할 시간대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으로선 그냥 가장 추운 시간에 맞춰서 주는 수밖에. 올 겨울 추위를 연이가 홀로 잘 견뎌야할 터인데;; 걱정이다. 사료 줄 때 이젠 코앞에서 기다리며 독촉하는 정도는 되었지만 한번 만져볼라고 손이라도 뻗을라치면 후다닥 축대 너머로 아예 달아나 버린다. 핫팩 깔아줄 때도 멀찍이 도망침. ㅋㅋ 겁쟁이...

근데 길냥이는 어차피 인간을 계속 무서워하는 게 옳으므로 적당히 사료 셔틀로서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맞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혹한이 올지 모르겠으나 부디 삼한사온이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누구한테?) 바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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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펄쩍

양양연진 2021. 10. 31. 03:20

우리 집은 2층이고 연이와 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아래층 뒷베란다의 지붕이다. 매일 아침 내방 창문을 열고 연진이의 새집이 무사한지 또는 밤새 애들이 별일 없었는지 내다보고는 다시 뒷베란다로 이동해 사료와 물을 내려준다. 창턱이  높아서 사료통을 내려주고 올리고 할 때 집게 사용은 필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충 그림을 그려보면 이런 식이다. ㅋ 근데 아침에 베란다에서 바스락바스락 사료 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연진이는 이미 밥 달라고 마구 울어대고 있거나 슬며시 집에서 나와 기다릴 때도 있는데, 요샌 아예 급한 성미를 보이려는 건지 묘기를 보이려는 건지, 아니면 집 내부가 궁금한 건지 연이와 진이가 종종 방충문에 매달리기도 한다.

처음엔 고개를 들다가 어찌나 놀랐는지 옴마야..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는데; 이젠 벌써 도약을 준비하는 애들의 발소리로 짐작이 된다. 요 녀석들 또 뛰어올라와서 들여다보겠구나 싶어지는 것.

펄쩍 뛰어 창문에 매달리는 연진이와 마냥이와 준집사

사료와 츄르를 담은 밥통을 집게로 집어 내려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타난 성묘 마냥이(새끼 3마리의 엄마임이 드러나 이 녀석 가족도 사료를 던져주고 있다.)가 축대 위 철망 안쪽에서 구경을 하기도 한다. 마냥이가 위협적으로 아래까지 내려와 접근하면 연진이도 죽어라 울어대지만, 이젠 철망 건너편에 와 있을 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눈만 마주치면 우는 연이. 고양이 번역기 필요하다  
동작이 굼뜨다! 빨리 내놔라! 혼내는 표정 같으심 

그나저나 진이가 통 보이질 않고 사료 줄어드는 양도 연이 혼자만 먹는 듯해서 걱정이다. 진이가 호기심도 많고 어디 멀리까지 놀러다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며칠만에 한번씩 돌아와 사료를 싹 비우고 아침 일찍 연이랑 같이 밥 빨리 내놓으라고 울어대던 전적이 많았으나, 안 나타난지 일주일이 다 되는 것 같다. 마냥이 가족을 위해서 종이에 싼 사료뭉치를 열심히 축대 위 철망 너머로 던져 놓고 있으니 그걸 먹는 걸까? 

구청이나 보호단체를 통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면 혹한기도 피해야하고 뭔가 회원활동을 오래 해야하는 것 같던데 연진이 정도 자라면 체중 기준인 2킬로그램이 넘어 수술이 가능할까? 애들을 포획 의뢰하는 게 과연 가능은 할까? 내가 틀을 놓아야하나? 계속 염려와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일단 중성화수술을 해서 길냥이들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과 길냥이는 이미 공존해야하는 사회라면서...

터키에 갔을 때 보니 온 도시에 길냥이들과 길강아지들의 천국이던데. 당국에서 관리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다들 귀 안 잘렸던데. 점점 생각도 많아지고 어렵다.  째뜬 고보협에 신상 겨울집도 주문해놓았고, 비닐 온실 같은 것까지 구비하면 연진이가 겨울을 무사히 나게 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엄마냥 없어도 건강하게 계속 쑥쑥 자라나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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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검냥이는 아직도 거의 매일 연진이를 위협한다. 애들을 위협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료만 노리는 것일지 모르지만 암튼 녀석이 다가오면 밤이고 낮이고 연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때문에 나로선 후다다닥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며칠 전엔 한밤중에 12시 넘어 기괴한 울음소리가 (아마도 검냥이의 위협이었던 듯) 들려서 놀라가지고 장식장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잠자리채 같은 양파망 도구(원래는 살구 딸 때 쓰던 것 ㅎㅎ)로 철망을 후려쳐 침입자 냥이를 쫓았다. 그러느라고 안경테를 밟았다는 것이 문제. 가느다란 티타늄테는 안경접으면 90도로 꺽여있을 만큼 사태가 심각했다.

얼마 안 남은 재난지원금을 또 안경테 사는데 보태야하는건가 고민하며 안경점에 갔더니, 망가질 확률이 더 크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ㅠ.ㅠ  그러나 또 운이 좋았는지 펜치(?)로 바로잡은 테는 코팅이 좀 까졌을 뿐 얼추 원상복구되어 무료로 해결되었다! 기분이 좋기도 했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야매로 만들어준 스티로폼 집은 덧댄 차양이 다 깨져버려 집을 새로 사줘야하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고민을 하던 차에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관계로 일단은 저렴한 다이소에 가서 스크래처와 이삿짐박스를 하나 사왔다. 

길냥이 겨울집으로 검색해서 찾아본 이미지들은 대체로 이렇다. 

 

실외에서도 포근하고 좀 따뜻한 집을 원했는데;; 나름 방수도 되고 안쪽은 극세사 천이나 방석으로 덧대어져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집으로도 길냥이들이 한겨울 영하 15, 6도 되는 강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이 가운데 집은 방수가 된다지만 조립식이라 지붕을 따로 얹는 식인데;; 비가 새진 않을까 염려됨. 

 

 

 

 

 

 

 

 

 

 

제법 튼튼해보이는 제품이지만, 저 글씨는 왜 새긴 걸까.. 마음에 안들고 시커먼 색인 것도 좀 그렇고... 

하여간 이 고양이집을 본 순간 이삿짐 박스 사다가 내가 만들어주면 되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은 가성비를 먼저 생각했음 ㅎㅎ)

 

 

 

안경도 무료 수리되었겠다;; 흐뭇한 마음에 스크래처(2천원)도 한번 사보았다. 애들이 좋아하려나, 사용할 줄 알까 일단 저렴이 버전으로 골라옴. ㅎㅎ 야외용 간이방석 방석(천원)과 이삿짐 박스(5천원)로 일단 집장만 끝. 

이삿짐 상자라서 양옆에 손잡이 구멍이 뚫려 있어 그 부분을 다시 셀로판지 대고 테이프로 막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창밖에 내놓기 딱 좋은 크기의 집이 완성되었고, 방석과 담요와 스크래처를 놓아드린 뒤 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연어 간식을 던져놓았더니 연이가 망설임없이 입주!

플라스틱 냄새가 좀 나서 과연 연이 진이가 금세 적응할까 염려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몇시간 뒤에 내다보니 진이도 연이랑 같이 새집에 들락날락 신나게 놀았고 마침 비도 쏟아져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아 물론 스크래처는 그냥 올라 앉아 쉬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 같다. ^^; 한쪽이 살짝 내려앉은게 보임. 

오늘은 날씨가 더 쌀쌀해졌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어, 집 방향을 바꿔주었다. 혹시나 낯설어할까봐 옆에 나란히 놓아주었던 스티로폼 상자는 오늘 강풍에 홀라당 날아가 마당에 떨어져 버리려고 치워두었다. 일단은 이 박스로 살게 두다가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이 상자 안에 다시 보온되는 집을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ㅠ.ㅠ 

엄마는 놀랍게도 한겨울엔 집안에 (베란다에) 들이면 되지... 라고 하시던데 나 원 참..  집에 들이는 건 완전 입양이라 병원 검진도 해야하고 완전 둘을 책임지는 거거든요! 전 못해요. ㅠ.ㅠ 애교덩어리 연이는 눈 마주칠 때마다 야옹야옹 울면서 뭔가 엄청 애원하는 느낌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일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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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진이

양양연진 2021. 9. 25. 12:16

양양연진 가족과 만난지 어느덧 백일이 지났고 110일쯤 되었다.
동네에 살고 있는 주변 길냥이들은 여전히 기웃기웃 매일같이 엄마냥에게 버려진(?) 혹은 강제 독립당한 연이와 진이를 위협했다. 심상치 않게 우는 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면 검정 성묘가 다가왔거나 어느틈에 남은 사료통를 차지하고 먹다가 달아나는 식이었다. 연이진이 둘이 합심해도 아직은 성묘 침입자를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내가 노려보고 쫓아도 한참을 안가고 버티는 녀석이니…  녀석도 가엾이 여겨 사료를 랩에 싸서 몇번 멀리 던져주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런 행동이 다른 길냥이를 연이진이 주변에 불러들이는 행동 같아 자제하고 있다. 일단 나는 연이 진이를 지켜야해. ㅠ.ㅠ

째뜬 어제는 나도 냥이들 지킴이에서 벗어나 일주일만에 문밖에 나가 종일 외출할 일이 있었다.
해서 일찌감치 8시쯤 사료통에 츄르와 사료를 담아줬는데, 이상하게 두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다른 때는 먼저 기다리고 있거나 좀 이따 냄새 맡고 오곤 했는데 좀 걱정됐다. 밤새 무슨 일이 생긴걸까.

오늘 아침 사료통을 확인해보니 사료양이 거의 그대로 남았고 위에 얹었던 츄르만 사라졌다. 요샌 연이 진이 따로 사료통을 두 개 놓아주는데… 흠. 사료가 무사했다는 건 침입자냥이 와서 애들 쫓아내고 다 먹어버리진 않았다는 의미다. 

오늘 아침엔 다시 통 하나에만 사료를 쏟고 츄르를 얹어 내놓고 한시간 쯤 기다렸을까… 연이만 홀로 나타나 츄르만 할짝대고 먹더니 저만치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낚싯대로 같이 놀기를 시도해보았으나 움직임이 시원찮다. 귀찮고 졸리고 그런 느낌..  그래 그럼 어여 가서 쉬거라, 하고 물러났는데 진이는 어디 갔는지, 잠시 모험을 떠난 것인지,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인지 다시 걱정모드. ㅠ.ㅠ


2021. 9. 25. 사료먹던 연이가 찰칵 소리에 돌아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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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양양연진 2021. 9. 11. 18:12

귀여운 길냥이 남매/형제/자매(성별 모름 ㅠ.ㅠ) 연진이와 만난지 어제(9월 10일)로 만 세 달이 지났다. 어미냥 양양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연이와 진이만 우리집 창밖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름 우리 사이에도 진전이 있는 듯 해 기쁘다. 척박한 환경에서 야생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간과 넘 친해지지 않아야 옳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연진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버릴 수가 없다. 째뜬 영리한 연진이는 매일 밥 주는 시간이 되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전 9시쯤 사료와 츄르를 담아주는데, 어느날인가 전날 과음으로 내가 좀 게으름을 부렸더니 창밖에서 와다다다 와다다다 쿵쿵 뛰어다니다가 (축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면 쿵 소리가 남) 덜그럭 덜그럭 밥그릇 내팽개치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 미안미안.. 얼른 일어나는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창밖으로 내다보니 본죽 통이 저 멀리 구석에 거꾸로 처박혀 있고, 연이 진이 두 녀석이 나를 딱 기다리고 있었다. (두번째 사진 ^^;;) 영리한 녀석들. 

(티스토리 뭔가 이상한지 사진이랑 본문 편집 잘 못하겠다. ㅠ.ㅠ) 

8월 말즈음인가, 아직도 내가 모습을 보이면 밥 먹다 말고 도망치는 연이 모습 포착함. 위협적인가 아닌가 돌아서서 살피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미묘이신지. 

낚시 놀이기구로 처음 놀아본 날. 연이만 호기심을 보임

축대 위 담장은 어미냥인 양양이가 늘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던 곳인데, 거기가 햇빛 맛집인지 연이 진이도 종종 거기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창문을 열면 귀찮은 듯 눈을 뜨고 달아날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들. ㅎㅎ 미안. 

9월 9일이 한국 고양이의 날이라길래 한참 놀아주기 시도! 첨엔 뚱하게 관찰중. 
진이는 겁쟁이인지 놀이에 관심 없고 연이만 열혈 참여.

깃털 달린 물고기 인형이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인 걸 연이는 알아차린 것 같다. 오늘도 잠깐 같이 놀았는데;; 진이는 올듯말듯 아직도 망설이고 연이는 거침없이 달려들어 탁 낚아챈 뒤, 다시 나더러 들어올리라는 듯 쳐다본다. ㅋㅋㅋ 춤추는 것처럼 나온 연이 사진 넘 귀엽고 예쁘다. 

용인에서 1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캣맘 친구는 밥 주기 전에 이름 부르면 서너마리는 이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연이 진이는 택도 없다. 그냥.. 칩입자 냥이들 피해가며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지난주에 한번 더 집사의 도움으로 검냥성묘 물리쳤는데 다른 고양이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는 듯하다. 다행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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