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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08 고양이 ㅠ.ㅠ 9
  2. 2013.03.15 목구멍이 포도청 6
  3. 2012.02.10 신발장을 열다 18

고양이 ㅠ.ㅠ

투덜일기 2014. 8. 8. 01:05

어제 장을 보러가려고 주차장에 내려서다 흠칫 놀랐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계단 아래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다가 내 발소리에 놀라 야옹 하며 차 밑으로 숨었다. 비도 오는데 너 왜 거기 있어!? 하마터면 밟을 뻔 했잖아! 기겁해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얼른 차에 올랐다. 누군가 주차장 계단 옆에 우유 그릇과 통조림 캔도 놓아준 걸 보니, 새끼고양이에게 신경쓰는 이웃 주민이 있긴 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왜 비도 오는데 한데서.... 먹을 것 때문인가? 고양이 문외한이자 동물혐오주의자인 나는 도대체 그 고양이가 얼마나 어린지 가늠도 되지 않았고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 


암튼 조심조심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룸미러로 돌아보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땐 갑자기 억수로 비가 쏟아졌고 주차장으로 후진하며 계단 밑에 고양이가 없는 게 다행이다 싶었는데... ㅠ.ㅠ 앗... 새끼 고양이는 딴데로 간 게 아니라 계단 옆 모퉁이에 숨어 있었다. 엄마가 낙엽을 모아 퇴비로 쓰려고 담아놓은 비닐봉지와 계단 구석 틈새에... 으악.. 어떡해 어떡해... 집안에 들어가 엄마에게 얘기하니 아침부터 계속 거기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더란다. 다른 새끼 고양이도 두세마리 더 있다고...


다시 저녁때 비가 그치고 한밤중. 10시쯤 됐나, 조카를 집에 데려다주러 나가며 보니 아.. ㅠ.ㅠ 이젠 갔겠지 싶었던 새끼고양이는  그대로 계단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고, 자동차 엔진의 온기로 몸을 말리려했는지 똑같이 몸집 작은 형제 고양이들과 어미 고양이까지 차밑에 우글우글 모여있다 쏜살같이 달아났다. 원래부터 있던 흰바탕에 검정 무늬 새끼 고양이만 계속 구석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신고를 해야하는 건가(어디에?), 제 식구들이 돌보는 중인가(아프면 어미가 물고 가지 않을까..), 통 감을 잡을 수도 없고 불길한 느낌에 겁이 날 뿐이었다. 심각한 병이 들었나... 에이, 고양이 밥준 사람이 알아서 신경쓰겠지... 애써 모른 척 외면했다. 내가 뭘 어쩌겠어!


오늘 아침 뚜벅이로 외출하며 슬쩍 주차장을 들여다보니, 새끼 고양이는 그대로 그 자리... 아 난 몰라... 형제 고양이들도 어미도 보이지 않았다. 먹이 사냥을 간 걸까. 암튼 밖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새끼 고양이 아직도 거기 있으니 신경 좀 쓰시라고 얘기하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ㅠ.ㅠ 주차장 앞 골목에 어미 고양이인 듯한 큰 고양이가 떡 버티고 앉아 나를 노려보고, 형제 고양이들인듯한 조그만 녀석들은 차 밑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녀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내가 내려다본 각도에선 가지런히 모은 하얗고 검은 발만 보였다. 죽었나보다는 직감. 징징거리며 집으로 뛰어올라와 엄마에게 제발 나가보시라고 안달복달을 했다. 오후에 엄마가 들여다봤을 땐 다른 고양이들이 야옹야옹 달려들 것처럼 울어서 접근 못하고 그냥 두셨다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미 길냥이와 새끼 고양이들은 세상 떠난 새끼와 형제의 곁을 계속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는 죽은 고양이 좋은 데 가라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치우셨다고 한참 뒤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다. 께름칙하고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애묘인도 아니고 고양이 관련지식도 없다고 자꾸 발뺌을 하고는 있는데 문득문득 죽은 고양이의 가지런히 모은 발이 떠오른다. 반성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고 그저 길냥이 애묘인들에게 지탄받을 무관심과 비정함을 토로하는 이 글을 쓰는 건 가슴이 답답해 일단 어디라도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아서다. 뭔가 더 현명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앞으로 또 똑같은 일이 닥치더라도 뭔가 내가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할 것 같진 않다. 내게 길고양이는 아무리 작아도 그냥 무서운 존재인 걸...  불심 깊은 엄마의 기도 덕분에 정말로 좋은 데 갔기를(정말로 그런 데가 있다면;;) 덩달아 바라는 걸로는 안되겠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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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안식년 선언도 했겠다, 악착같이 알뜰하게 버티면 1년쯤은 탱자탱자 놀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적어도 반년(그러니깐 최소한 4월까지!)은 놀아야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러나 수년째 알량한 수입으로 버텨온 재정상태에 비해, 긴축을 해 살아도 고정된 씀씀이는 별로 줄지 않았고 통장 잔고는 다달이 푹푹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호기롭게 놀아보겠다던 결심도 당연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번역가도 실업수당 같은 걸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ㅠ.ㅠ 작년과 재작년에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삶을 살았으니, 10여년 전에 다시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일을 중단했을 때와 비슷한 통장 잔고로는 애당초 시작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땐 등록금을 내야 했으니, 지금 다달이 들어가는 보험료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따위의 총액과 대강 엇비슷할 거라 여겼는데... 누가 셈에 젬병 아니랄까봐 통장 바닥나는 속도는 내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위기감에 휩싸여 보험을 해약할까 어쩔까 어떡해야 더 버틸 수 있을까, 노는 기간을 6개월로 줄여야 하나 한창 약해진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자니, 일감 문의 전화를 전처럼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번역 문의가 오면, 신뢰 못할 악덕 번역자로 출판계에서 완전히 매장당한 건 아니로구나 내심 기뻐하며 우아하게 내년을 기약하자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꾸만 구차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어흑... 

 

올 10월 중순이면 만 일년을 꼬박 노는 셈이므로, 올 들어서는 여름 이후 정도로 가능한 일정을 통보하면서도 몇번 더 도끼질을 당하면 넘어가고 말 거란 예감이 들었다. 연로하신 노모한테 얹혀사는 것도 모자라 용돈까지 달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그저 가난이 웬수! 그래도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계를 감안하면 여름까지 통 일감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확률도 높으니 그저 운명에 맡기련다 하고 앉았었는데... 여차저차해서 으음... 설날 지나고 결국 계약에 응하고야 말았다. 장당 500원도 아니고 300원 인상에 마지못한 듯 넘어가면서 가슴 한켠이 슬픔으로 먹먹해졌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구나. 물려받은 재산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나 같은 인생이 신나게 아무 걱정 없이 놀고먹을 가능성은 결국 로또 당첨밖에 없다는 결론. 그러나 내 사주는 평생 소박하고 성실하게 꾸준히 벌어먹어야 한다던데 행여나!

 

어쨌거나 이젠 정말 진득하게 앉아서 일 좀 해야하건만... 펄럭거리는 궁둥이가 좀체 묵직해지질 않는다. 이 짧은 포스팅 하나도 제대로 못 끝내고 왔다갔다 여러번 오가는 산만함을 어뜨케 잡아야할 것인가. 그 또한 문제. 이래저래 서글프다. 젠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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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을 열다

놀잇감 2012. 2. 10. 00:45

이웃들의 운동화와 신발장 구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사진 찍어 포스팅할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니 매우 귀찮았다. 헌데 마침 어제 조카한테 물려받은 운동화 두 켤레를 거실바닥에 널어놓고(올케가 손수 빤 운동화를 젖은 채로 싸주었다;;) 오갈 때마다 쳐다보고 있으려니 귀찮음을 극복할만한 호기심이 마구 동했다. 현관에 종종 신발을 네다섯 켤레 늘어놓고 살아서 엄마에게 종종 "니가 이멜다냐!"라는 핀잔을 듣는 바이지만, 정말로 나는 신발이 총 몇결레나 될까?

킥킥킥 웃음을 흘리며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부터 시작해 양쪽 신발장을 오가며 운동화와 구두상자를 열고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신발을 그리 자주 사는 건 아닌데도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오래된 신발을 못 버리고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정말로 이멜다 기질이 강렬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객관적인 판단은 이웃들에게 맡기겠음. ;-p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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