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03.05 2월에 놀고먹고
  2. 2011.09.20 뮤지컬 <친정엄마> 14
  3. 2008.09.25 맘마미아 13
  4. 2007.01.26 한꺼번에 문화생활 - 미술관과 뮤지컬 6
  5. 2007.01.10 2006년 마무리 - 베스트 문답 14

2월에 놀고먹고

놀잇감 2013. 3. 5. 16:46

3월 중엔 어쩔 수 없이 슬슬 일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월엔 그야말로 참 열심히 놀고먹었다. 머릿속도 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기대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전시는 세 개나 봤잖니. ^^; 처음엔 다 따로따로 포스팅할 작정이었으나 벌써 다 기억이 가물거려 대강 기록만 해둘 요량이다. 안 그러면 몇달 지난 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릴 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입때
,

뮤지컬 <친정엄마>

놀잇감 2011. 9. 20. 17:42

소설이든 연극이든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절대로 보러 가지 않았을 뮤지컬 <친정엄마>를 엄마는 꼭 보고싶다고 하셨다. 별 수 있나. 효녀 코스프레를 하는 수밖에. 유니버설아트센터는 무대가 높아 맨 앞줄은 오히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보느라 목이 아프다는 친절한 객석설명에 힘입어 제일 좋은 자리라는 다섯째줄 정중앙 좌석을 꽤나 오래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친정엄마 역할에 나문희/김수미의 더블캐스팅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엄마가 나문희 버전을 보고싶다고 지정해준 것. 김수미 여사에겐 죄송하지만 나는 일용엄니 이외의 역할을 그리 좋게 본 적이 없다. 다들 국민엄마라는데 나는 영... 째뜬 친정엄마의 고향이 정읍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김수미 버전이 더 감칠맛나고 구성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하지만 뮤지컬인데 김수미/이유리 둘 다 탤런트라 두 주연배우의 가창력이 다 떨어지면 곤란하지 않았을까, 염려도 든다. 나문희/양꽃님 모녀의 경우엔 딸 역할의 양꽃님씨가 워낙 노래를 잘해서 뮤지컬다운 느낌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한두곡 밖에 안되는 나문희 여사의  독창 부분은 약간 안습... 박자도 막 틀려주시고. ㅋ 그래도 회한 어린 엄마 역할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었음.

극의 내용은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만하고 살았던 엄마, 스스로 엄마가 되어 딸을 키우며 병마에 엄마를 잃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이기적인 딸의 이야기다. 엄청 빤한 이야기인데도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는 대다수 중론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상대로 울지 않았다. 약간 울컥하는 부분이야 없지 않았지만 정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빤하게 예상대로 진행되다보니 오히려 지루한 느낌까지... -_-; 하지만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주변에선 정말이지 곳곳에서 흑흑 흐느낌이 솟았고 울 엄마도 눈물을 훔쳤다. 나중에 물으니 울 외할머니, 그야말로 친정엄마께 학창시절 쌀쌀맞고 못되게 굴었던 것이 생각나셨단다. 할머니가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하신 것도 떠오르고.

맞다. 울 외할머니 역시 극중의 김봉란 여사처럼 중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던 말년에도 손수 김치를 담가 자식들 집집마다 보내주셨던 분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떠올리면 나 역시 수시로 울컥 눈물이 솟지만, 뮤지컬을 보는 동안엔 역시 딸의 입장이었기에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재수없게 들려도 할 수 없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꽤나 착하고 훌륭한(?) 딸 축에 들기 때문이다. ㅋㅋ 오히려 가족과 엄마한테 너무 얽매여 살아서 주변에서 짜증낼 정도로. -_-; 그러다보니 시댁식구를 위한 집안 행사에 친정엄마 불러다가 가사도우미처럼 써먹고 김치 떨어졌다고 시골에 독촉전화하고, 엄마 병든 것도 모르고 자기 투정만 하는 딸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도 그런 딸과 엄마가 많다고? +_+  

어쨌거나 내용은 신파스럽고 진부하더라도 잔잔한 재미와 웃음은 있었다고 인정한다. 창작곡이 아니라 죄다 유명한 대중가요를 개사했으므로, 아는 노래도 많고 완성도 떨어지는 창작곡 때문에 짜임새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R석 7만7천원이면 가격대비 만족도도 괜찮다고 할 수 있겠고. 까칠한 나로선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극장을 나서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칭찬과 감탄(김수미/이유리 버전도 또 보러 오고 싶다고 하는 모녀들 꽤 봤음)을 보더라도, 그리고 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앵콜공연을 보더라도(11월부터 연말까지 또 연장공연이 잡혀있는듯;;) 옛날에 꽤나 고생하신 엄마를 둔 자식으로선 볼만한 뮤지컬인 모양이다. 

집에 와 찾아보니 나문희 여사 울 엄마랑 동갑이시던데 아무리 연예인이라 관리를 잘하기로서니 어쩜 그리도 피부가 곱고 팽팽하신지... 맨 앞줄이 비록 고개는 아프겠지만 중간 휴식 시간 이후 2부 첫 순서를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노래부르며 시작하는데다, 나문희 여사가 일일이 맨 앞줄 관객의 손을 잡아주는 혜택이 있다! 김수미 여사 공연때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그런 거 좋아하는 분이라면 맨앞줄이나 앞쪽 통로석도 고려해볼 만 하다. 재작년, 작년 어버이날 선물로 김영임 아줌마의 <효> 공연 보러갔을 때도 보니깐 노친네들도 아이돌에 광분하는 십대팬들과 다름없이 유명인과 악수하고 가까이 얼굴보는 거 엄청 좋아하시두만! 김영임 아줌마가 객석으로 내려와 일종의 굿놀음인 <대감놀이>를 하며 관객에게 깃발을 뽑게 시키면 여기저기서 막 수표와 지폐가 몰려들기도 했었다. 요번에도 맨 앞줄에 머리 새하얀 할머니를 모시고 온 3대 관객들을 비롯해 나문희 아줌마랑 손잡는 거 어찌나들 좋아하시던지. 울 엄마도 속으로 부러워했을까?

암튼 공연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엄마의 옛날 추억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피난살이 할 때 고생한 이야기, 공부 시키겠다며 데려간 고모한테 구박 당한 이야기, 교복 입고 까탈떨던 이야기... 나는 몰라도 울 엄마에겐 분명 재미있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던 게 틀림없다. 
Posted by 입때
,

맘마미아

놀잇감 2008. 9. 25. 21:32


영화본지 일주일이 지나 그 감동이 이미 가물가물해지려고 하고 있으니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서 끼적여야겠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본 적이 없다. 아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추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그 뮤지컬이 몹시 보고싶으면서 동시에 어쩐지 꺼려지는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섣불리 뮤지컬을 보러갈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집에 전축은 없고, 카세트플레이어와 라디오로만 음악을 듣던 내가 중학교 때 처음 아버지가 장만하신 워크맨으로 이른바 <스테레오> 음악을 처음 영접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순간 내 귀에 울려퍼졌던 노래가 바로 아바의 주옥같은 명곡들이었다.
왼쪽 귀에서 시작해서 오른쪽 귀로 뇌를 통해 연결되는 듯한 오묘하고 강렬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헤드폰으로 들으며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삼남매는 앞다투어 서로 음악을 듣겠다고 줄을 서다시피했다. 아버지가 즐겨 들으시던 폴모리아 악단의 다른 영화음악들은 비교적 따분하게 생각되던 반면, 아바의 음악들은 열세살 짜리 계집애가 들어도 마냥 좋고 신이 났다.

그런데 그 소중한 아바의 명곡들로 만든 뮤지컬이라니... 뮤지컬 배우들이 과연 그 아름다운 <오리지널> 음악들을 제대로 소화나 할 것인가, 겁이 날 정도였고 성량 떨어지는 배우들이 노래들을 망치면 막 화가 날 것 같았다. 더욱이 스무살 된 딸을 결혼시키는 중년의 주인공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들었고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 왔을 때도 나는 줄곧 외면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지들이 어떻게 아바의 노래를 제대로 표현하겠어, 라며. ^^;
물론 내심으론 뮤지컬 맘마미아에 대한 혼자만의 상상과 기대를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배우들은 입만 벙긋거려 립싱크를 하고, 아바의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식으로.

그러다 영화 맘마미아의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이 메릴 스트립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나는 드디어 맘마미아를 볼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캐스팅엔 심히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영원한 나의 미스터 다아시 콜린 퍼스까지 나온다는데 더 망설일 것도 없었다. ^^;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대로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솜씨는 아슬아슬했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자연스레 어우러진 소중한 아바의 노래들은 전혀 훼손된 느낌이 없었다. 어쩌면 그간 뮤지컬 맘마미아를 멀리 했던 내 편견이 전혀 근거없는 아집이었을 것이다.
스무살 소피는 매우 사랑스럽고 예쁜데다 가창력도 뛰어났으며, 메릴 스트립은 연기로든 노래로든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아.. 나도 메릴 스트립처럼 아름답고 멋지게 늙어야 할 텐데!)
아참, 콜린 퍼스의 노래 솜씨는 세 미중년 가운데 단연 돋보일 정도였고, 뱃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리드하는 장면은 남들에겐 몰라도 나에겐 그저 흐뭇한 백미였다. 
게다가 그리스와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또 어떻고!! +_+
영화관을 나서던 나는 입으로는 Thank you for the music을 흥얼거리며, 머릿속으로는 어서 지중해를 가봐야해, 그리스를 가봐야해... 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아바의 추억 때문에 더욱 점수를 많이 땄을 수도 있지만, 내겐 정말 좋았던 영화.
DVD가 나오면 당장 살 작정이다!

Posted by 입때
,

무슨 한풀이를 하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젠 온종일 문화생활에 힘쓰느라, 평소 걷는 양의 10배쯤 되는 걷기를 통한 육체노동(?)과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를 겪고 보니 오늘은 살짝 몸살 기운마저 있다.
그렇지만 흐뭇하기 짝이 없던 하루를 기록해두지 않을 수야 없지.
역시 문화생활이란 내 두뇌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주변에 자랑을 일삼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궁극의 목적이 아니겠나. (아.. 속물스러워라~~ ^^;)

Posted by 입때
,
키드님을 선두로 이웃 블로거들의 재미난 베스트 문답을 보며
참 흥미롭긴 했으되, 나는 기억력도 나쁘고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인간 유형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다 보니(다이어리 쓰기를 작파한지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이젠 아예 장만하지도 않는다) 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파피와 쌘이 한 번 더 옆구리를 쿡쿡 찔러주니 또...
정리 못하는 인간이라 더욱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참.. 그냥 수월하게 살면 될 것을 나란 인간은 뭐든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다 판난다.

게다가 또 이렇게 만날 서론이 길다. ㅋㅋ
사진 편집해 올릴 능력도 없으니 단조롭고 별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 ^^;;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