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1.28 경주를 가다 11
  2. 2008.01.24 뜬금없는 여행 8
  3. 2007.05.12 자전거 문답 8

경주를 가다

여행담 2008. 1. 28. 17:31
방방곡곡 아직 안 가본 곳이 더 많기는 하지만
경주는 내가 제주도 다음으로 좋아하는 국내 여행지다.
제주나 경주나, 그저 눈길 닿는 곳이면 다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느낌이라
갈 때마다 그 감흥이 조금씩 달라지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달까.

고등학생 때 기차를 타고 처음 찾아가 불국사 근처의 형편없는 여관촌에서 먹고자며
둘러본 경주 수학여행은 '경주'보다 '수학여행'에 방점이 찍히는 기억으로 남았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따위의 기억은 죄다 그 앞에서 60명이 빨간 모자를 똑같이 쓰고 찍은
단체사진으로 남았을 뿐이었고, 천년 고도 신라의 수도 서라벌로서의 경주 느낌 보다는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 기관사 아저씨를 구워삶아 객차 불을 끄고는 선생들에게 밀가루와 생닭발을 던진 일,
여관방에서 단체로 몰래 술마시다 뛰쳐나가 주정 부린 친구때문에 모든 것이 발각돼 단체기합을 받던 일,
토함산 일출을 본다며 깜깜한 새벽에  몽둥이 든 양치기에게 몰린 양떼처럼 바삐 산길을 오르다
숨이 딸려 몰래 뒤쳐진 것 뿐인데, 뒤 따라 오는 남학교 학생들과 모종의 접선(?)을 시도하려는 몹쓸 문제아 취급을 받아 억울했던 일, 모든 반찬이 비리고 짜기만 해서 너무도 맛 없었던 여관 음식 때문에 단식투쟁(?)을
하며 초코파이로 버텼던 일... 등등 주로 사고 치고 즐거워 했던 수학여행의 추억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 후 10년쯤 지나 가을 단풍이 예쁠 때 찾아간 경주는 정말 숨겨진 이야기 보따리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겼고
똑같은 자리에서도 나는 전혀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운 좋게도 분황사 터에서 만난 어떤 대학원생 덕분이었다.
박사 논문을 준비중이라던 그는 안내문을 대충 읽고 종알종알 떠들면서 몰려다니는 우리에게
국사책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모전석탑을 제대로 보는 법을 설명해주었고
유적지 한 귀퉁이에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 굴러다니는 바위 하나도 예전엔 어느 돌부처의 몸뚱이나 어깨였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정말로 어느 마당 한 구석에 절반쯤 파묻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석상과 돌부처를 발견하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다.

이번엔 1월이라 무료 문화재 설명 도우미도 없었고 운 좋게 신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냥 아는 만큼, 모르는 만큼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어설피 구경한 경주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50년만에 다시 경주를 찾은 엄마와
20년 만에 다시 경주에 간 막내, 15년 만인 올케,
10년이 조금 넘은 나, 그리고 난생 처음 경주에 가본 어린 조카의 느낌을 비교하는 묘미가 워낙
특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여행지에서 매번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어쩌면 달라진 내 나이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사람들이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공통점이라면 수학여행 이후 늘 그랬듯 이번 경주여행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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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삶꾸러미 2008. 1. 24. 23:23
한파가 몰아치는 이 엄동설한에 뜬금없이 여행을 간다.
따뜻한 남반구...로 가는 것이면 좋겠지만 ^^
그것은 아니고 최소한 남쪽으로 향하긴 한다.
한가로이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보자는 막내동생네의 의견에 그러마고 대답한 게
꽤 됐는데, 그때 정해진 날짜가 하필 이번 주말이었고 공교롭게도 날씨가 협조를 안하는 것 뿐이다.
지난주말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기에 내게는 뜬금없는 여행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된 여행이기도 하다.

행선지는 경주.
온 가족이 까마득한 수학여행의 추억으로만 간직한 그곳에 나는 어른이 된 뒤에도 두어번 여행을 갔고
수학여행 때 놓쳤던 옛도시의 정취와 놀라운 볼거리에 늘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녀올 때마다 늘어지는 나의 경주 자랑에 부모님 역시 솔깃해 하셨고
고등학교 때 본 느낌과 얼마나 다른지, 불국사와 첨성대, 안압지, 석굴암, 남산의 일출 따위를
다 같이 한번 꼭 보고 오자고 우린 막연한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어딜 한 번 가려면 두 동생네가 마음쓰여 그냥 나가서 밥 한 번 먹는 자리에도 결국엔 꼭 죄다 불러들여 거국적인 대사로 만들고 마는 아버지에게 부디 경주 여행은 단출하게 엄마랑 꼭 셋이 떠나자고 해두었는데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벛꽃 만발한 봄과,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경주 모습이 제일이긴 하지만
눈이 쌓였을지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한겨울의 경주는 나 역시 처음이라 살짝 가슴이 설렌다.
운동부족에다 체중은 나날이 늘어나 걸음걸이마저 시원찮은 엄마 역시
짐스러울까봐 걱정을 하면서도 소풍 앞둔 아이처럼 퍽 기대하는 눈치다.
엄마랑 조카들이랑 같이 아버지 몫까지 최대한 실컷 보고 먹고 찍고 돌아올 생각이다.

음... 해서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블로그 개점휴업이라고 간단히 알리려던 것인데,
늘 나의 수다는 참 길기도 하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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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문답

놀잇감 2007. 5. 12. 17:11
자전거타고 싶다고 징징대는 나에게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라고 지다님이 권하셨고
신이 나서 냉큼 바톤을 받았다. ㅎㅎ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알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옆을 슝슝 지나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부러웠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장만하고나서 달리다 멈추는 문제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면서는
안정감 있게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부러웠으니까...
그리고는 벨로의 자전거 예찬과 미니벨로 소개 포스팅이 이어졌고
토룡왕국 식구들의 자전거 찬양 분위기에 휩쓸려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오래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 데다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몹시 위험천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전거를 장만하면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집앞에 난 홍제천변 산책로를 위로삼아
올 생일선물 목록 1위는 어쨌든 미니벨로다. ^^*
그러니 상상으로라도 자전거 문답을 해보는 것이 그리 '미친짓'만은 아니라 여기련다.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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