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아직 안 가본 곳이 더 많기는 하지만 경주는 내가 제주도 다음으로 좋아하는 국내 여행지다. 제주나 경주나, 그저 눈길 닿는 곳이면 다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느낌이라 갈 때마다 그 감흥이 조금씩 달라지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달까.
고등학생 때 기차를 타고 처음 찾아가 불국사 근처의 형편없는 여관촌에서 먹고자며 둘러본 경주 수학여행은 '경주'보다 '수학여행'에 방점이 찍히는 기억으로 남았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따위의 기억은 죄다 그 앞에서 60명이 빨간 모자를 똑같이 쓰고 찍은 단체사진으로 남았을 뿐이었고, 천년 고도 신라의 수도 서라벌로서의 경주 느낌 보다는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 기관사 아저씨를 구워삶아 객차 불을 끄고는 선생들에게 밀가루와 생닭발을 던진 일, 여관방에서 단체로 몰래 술마시다 뛰쳐나가 주정 부린 친구때문에 모든 것이 발각돼 단체기합을 받던 일, 토함산 일출을 본다며 깜깜한 새벽에 몽둥이 든 양치기에게 몰린 양떼처럼 바삐 산길을 오르다 숨이 딸려 몰래 뒤쳐진 것 뿐인데, 뒤 따라 오는 남학교 학생들과 모종의 접선(?)을 시도하려는 몹쓸 문제아 취급을 받아 억울했던 일, 모든 반찬이 비리고 짜기만 해서 너무도 맛 없었던 여관 음식 때문에 단식투쟁(?)을 하며 초코파이로 버텼던 일... 등등 주로 사고 치고 즐거워 했던 수학여행의 추억이 강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진으로 남은 추억뿐 ^^;;
불국사 앞이다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더라면 누구든 하나씩 갖고 있을 사진이 아닐까...
그 후 10년쯤 지나 가을 단풍이 예쁠 때 찾아간 경주는 정말 숨겨진 이야기 보따리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겼고 똑같은 자리에서도 나는 전혀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운 좋게도 분황사 터에서 만난 어떤 대학원생 덕분이었다. 박사 논문을 준비중이라던 그는 안내문을 대충 읽고 종알종알 떠들면서 몰려다니는 우리에게 국사책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모전석탑을 제대로 보는 법을 설명해주었고 유적지 한 귀퉁이에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 굴러다니는 바위 하나도 예전엔 어느 돌부처의 몸뚱이나 어깨였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정말로 어느 마당 한 구석에 절반쯤 파묻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석상과 돌부처를 발견하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다.
이번엔 1월이라 무료 문화재 설명 도우미도 없었고 운 좋게 신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냥 아는 만큼, 모르는 만큼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어설피 구경한 경주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50년만에 다시 경주를 찾은 엄마와 20년 만에 다시 경주에 간 막내, 15년 만인 올케, 10년이 조금 넘은 나, 그리고 난생 처음 경주에 가본 어린 조카의 느낌을 비교하는 묘미가 워낙 특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여행지에서 매번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어쩌면 달라진 내 나이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사람들이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공통점이라면 수학여행 이후 늘 그랬듯 이번 경주여행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주까지 처음부터 차로 여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학여행 때 말고는 계속 울산이나 부산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거기서 렌터카로 경주까지 올라가는 경로를 택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대단히 먼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가보니 중간에 휴게소에 두번 들러 점심까지 먹은 시간을 포함해도 총 5시간 밖에(!) 안 걸리는 거리였다. 그리고 과거엔 매번 해안도로를 따라 경주에 진입했기 때문에 몰랐는데^^ 경부고속도로에서 경주로 들어서면 톨게이트마저도 기와를 멋드러지게 얹어 아, 역시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물며 경주 시내 길거리의 주유소도 지붕엔 죄다 기와를 얹어놓아 양복에 갓 쓴 것마냥 어색한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검정색 기와와 날렵한 기와집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건 좋았다.
첫날엔 워낙 추운 날씨라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아, 2시반쯤 콘도에 도착하자마자 짐풀고 곧장 아쿠아월드로 내려가 물놀이를 했으므로 사진은 한 장도 없다. ^^ 설악 워터피아에 비하면 규모가 절반도 안되는 크기이고 놀이시설 내 먹거리도 훨씬 부실했지만 한겨울에 온천여행 삼아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꽤 많았고 조카들도 울 엄마도, 본전 안 아깝게(!) 실컷 놀다가 늦은 저녁을 먹으러 숙소로 퇴청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에겐 본디 여행이란 최대한 '편하고' 맛있게 즐겨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해서 숙소를 콘도로 잡았다고 해도 웬만하면 끼니는 밖에서 사먹는 걸 고집하는데 놀러가서 한 끼는 꼭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어야 제맛이고 아침 정도는 간단히(?) 해먹자는 막내부부의 계획에 살짝 난감했지만 ^^;; 알뜰한 그들의 방식을 무조건 마다할 수도 없어 그러마고 동의를 했더랬다. 허나... 테* 그릴까지 싸가지고 간 동생 부부의 열성으로 삼겹살은 맛있게 구워먹을 수 있었으되 으으으... 코딱지만한 전기밥솥에 무식하게 많은 쌀을 앉힌(다음 날 아침에 먹을 밥까지 한꺼번에 해치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만;;;) 나의 실수로 밥은 완전히 설어 냄비에 다시 쏟아 밥을 짓느라 냄비를 새카맣게 태우고 3층밥을 해서 뒤집어 억지로 익히는 해프닝이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어흑..
동생부부와 엄마는 탄내 별로 안나고 먹기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그 많은 밥을 다 망쳤다는 자괴감에 빠진 나는 일단 뱃속에 넣어 최대한 밥을 줄여보자는 작전으로 삽겹살을 배불리 먹은 뒤에도 술김에 집에서 먹는 양보다 두배나 많은 밥을 꾸역꾸역 먹은 뒤 술과 밥에 취해 그대로 뻗어버리고야 말았다. @.@
다음날 나는 물론이고, 역사상 최대 과음으로 우릴 모두 놀라게 했던 왕비마마, 복분자주+맥주에 취한 올케까지 세 여자는 모두 탱탱 부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여 여전히 빌빌 거리고 있는 가운데, 제일 먼저 일어나신 왕비마마 曰, "다들 술 마셨는데 국물이 있어야 밥을 먹지 않겠니...." ㅠ.ㅠ 2박3일간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었던 무수리는 어쩔 수 없이 슈퍼에 내려가 대파와 계란, 고춧가루, 소금, 3분 북어국을 사와 계란탕을 끓여 왕비마마께 바칠 수밖에 없었다.
째뜬 해장에 성공한 우리는 ^^ 드디어 경주 시내 관광에 나섰으니 첫 행선지는 안압지.
'안압지'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완전히 폐허가 된 그곳에 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어 붙여진 후대의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임해전'이라는 별궁이 있던 터라는 뜻의 '임해전지'였다. 막내는 이곳에 조명시설을 잘 해놓아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며 혼자라도 찾아가 야경 사진을 찍어보려고 노렸으나 밤마다 음주를 하느라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내가 찍은 사진은 이렇게 참 민망하게 멋없다. 하늘로 뻗어오른 지붕 꼭대기 장식인 '치미'와 처마 끝에 장식한 도깨비 모양의 기와가 확실히 다른 시대 건축물과 다름을 느꼈는데 내가 찍은 사진엔 제대로 안보인다. 흑..
임해전지에 복원해 놓은 제일 큰 건물 지붕..
임해전지는 별궁을 세우고 못을 파 희귀한 동물과 식물을 길렀다는 곳인데 연못을 따라 한 바퀴 완전히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이 닦여 있다.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좀 험란했지만, 신기하게도 뒤쪽엔 작은 대숲도 있었다.
남쪽이기 때문인지 경주에선 곳곳에서 흔히 이런 대나무를 볼 수 있다. 불국사 근처에도 수종 다양한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가느다란 대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던데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알량하게나마 <와호장룡> 생각도 나고 해서 볼때마다 느낌이 색다르다. 7살난 준우는 저기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올 것 같다며 앞에 서서 으르릉 공룡소리를 내는 바람에 또 한참을 웃었다. ^^
경주에 사는 사람들은 늘 보니까 아무런 감흥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갑자기 옆에 커다란 능의 봉분이 예고도 없이 솟아오르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도 신기하고 좋았다. 이번엔 다리 부실한 왕비마마 때문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 시내를 구석구석 다니지 못해 그런 느낌을 많이 만끽하진 못했지만 천마총 근처 대릉원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날 날씨가 참 좋았는데 햇살이 너무 찬란한 때문인지 역광이라 사진이 영 어둡다. ㅠ.ㅠ 역시 실력없는 찍사는 사진기 탓만 왕창...
다음 행선지는 대릉원에서 아주 가까운 첨성대. 고등학교 때 처음 첨성대를 보고도 "에게 이게 뭐야. 뭐가 이렇게 작아?"라고 구시렁거렸는데 어쩐 일인지 첨성대는 와서 볼 때마다 작아지는 느낌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천문대"라는 안내판의 문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새로운 학설에 의하면 천문대 용도로 쓰인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주술의식에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재미 있었던 건 첨성대를 본 준우왕자의 반응이었다. "엄마, 저게 뭐야? 찜질방이야?" 크하하하... 7살짜리로선 그럴듯한 추론이어서 우린 또 다 같이 까르륵 웃어댔다.
다음엔 또 어딜갈까 지도를 들고 고민하다 분황사로 가기로 결정. 오래 전 국사책에서나 보던 유적을 실제로 보는 느낌은 마치 TV로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맞닥뜨린 것처럼 신기하고 약간은 기대와 달라 실망스럽기도 하다. ^^;; 10여년전의 경주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황사 모전석탑은 이상스럽게도 이번에 보니 그저 그랬다. 아무래도 그때의 감동은 사자상이 있는 모퉁이에서 탑을 보지 말고 부처님이 모셔진 문 앞에서 탑을 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구조를 설명해준 대학원생 덕분이었던 듯했다.
탑의 돌문 네 개 안에 모셔진 부처님은 한 군데밖에 남아있지 않고, 원래 몇층이었는지도 추정만 할 뿐이다. 무너진 탑안에서 나온 커다란 돌덩이들이 마당 한구석에 놓여만 있는데 기술이 없어 복원해볼 엄두도 못내고 있는듯하여 아쉬웠다.
또 하나 이상한 건 분황사 마당에서 정말로 땅속에 박혀 있는 여러 부처 석상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왜곡된 것인지 그새 어디론가 옮겨놓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나마 분황사 마당 구석에 남아있는 이 석상을 찾기는 했는데 내 기억과 달라 계속 갸우뚱...
분황사 모전석탑 뒤쪽의 작은 전각 문창살이 예뻐서 찍어보았다. 옛날 사람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어쩜 이리 정성을 들였는지 원... 다 낡아 부서질듯한 문고리도 내 눈엔 그저 정겹다.
불국사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제일 비싼 입장료 거금 4천원(그 이전까지의 유적지들은 대개 천원에서 1200원 사이^^)을 내고 불국사 경내에 들어가니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아 막내가 삼발이 놓고 찍은 단체사진으로 만족할 태세였는데, 그래도 석가탑 다보탑은 찍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ㅋㅋ
조카에게 10원짜리를 꺼내 보여주며 비교해보라고 했더니만 몹시 신기해했다. 탑 중간에 놓인 사자상은 원래 4개였으나 아쉽게도 다 도둑맞고 한쪽에만 저렇게 놓여 있는데 10원짜리 도안에는 사자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쪽 면을 새긴 것이 틀림없다. -_-;;
다보탑과 마주보고 서 있는 석가탑은 당연히 역광이라 너무 어두워 실루엣만 나오는 바람에 몇번이나 다시 찍었어도 여전히 부실하다. 기념촬영하는 다른 사람들도 피할 길이 없었고..
그리고 여기는 불국사 내부의 주랑. 궁궐도 그렇고 대규모 사찰도 그렇고 이렇게 기둥을 가지런히 세우고 지붕을 얹은 주랑(회랑이라고도 한다)이 나는 공연히 참 좋다. 게다가 저렇게 가운데가 통통한 기둥들이 바로 배흘림 기둥이잖아!! ^^
어라.. 사진에서 보니 기둥 가운데가 덜 통통하닷..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경내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자꾸만 계단과 전각 기단 위로 올라가려는 어린 조카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 부랴부랴 바다를 보러 감포로 향했건만, 그리고 시간이 되면 수중능이라는 문무대왕릉을 찾아갈 작정이었으나 금세 해가 져버렸다.
감포항에서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 사이로 일손 바쁘게 출항을 준비하던 배들은 우리가 어영부영 항구에서 어정거리는 동안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고 최대한 바다를 가까이 가보려고 감포항 주변으로 차를 돌리니 저 멀리 바다엔 벌써 환한 유인등을 켠 배들이 줄지어 떠 있었다. 낮게 내려앉은 회색 하늘 아래 옥색 바다가 철썩이는 장엄한 모습이었는데 늘 그렇듯 '내'가 찍은 사진 속에 담긴 자연은 실제 모습을 한참 왜곡하여 슬프다.
감포항에서 가격대비 너무도 실망스러웠던 대게찜과 참돔회로 저녁을 먹은 우리는 둘쨋날을 마무리했다. 경주를 비롯해 경상도쪽으로 여행을 갈 때 늘 듣는 이야기가 '먹거리'에 별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점심때 먹은 맷돌순두부도 그렇고, 이름은 '명성' 횟집이되 명성 날리기엔 애저녘에 글른 듯 불친절하고 곁다리 반찬 부실하고 마리당 거금 6만원이나 하는 대게도 별 맛이 없고 ㅠ.ㅠ 회 접시 자체도 어찌나 맛없게 잘라놓았는지 정말로 마음이 상했었다. 앞으로 누구든 경주 감포항에 가시려거든 절대로 '명성횟집'은 가지 마시길...
인터넷 검색으로 몇 군데 찾아보고 갔음에도 그 식당들은 찾을 길이 없어 그나마 그럴싸하게 생긴 집으로 고르고 골랐으나 아무리 경상도 음식이 형편없음 감안해도 완전 대실망을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회를 싫어하는 막내 때문에 분명히 '곁다리 반찬'이 많이 나오느냐고 미리 물었는데 당연히 그렇다고 해놓고선 달랑 네 개 나오는 석화 한 접시 더 달라고 했더니, 그건 더 안 준다고 한 마디로 자르질 않나 우리가 회 조금 시켰다고, 다른 테이블엔 서비스로 주는 '그 싼 오징어회'도 안 주질 않나 동해한 횟집 어딜 가도 당연히 곁다리 서비스로 나오는 해삼은 구경할 길도 없고 대게찜이 나오기에 잘라달라고 했더니 원래 손님들이 잘라먹는 거라면서 대단히 생색내며 가위질을 해주질 않나.... 그날 저녁엔 한동안 명성횟집 불매운동에라도 나설 마음이 들만큼 괘씸했다. 바로 옆에 있던 감포횟집을 갈까말까 고민하다 그집에 붙들린 것을 어찌나 후회했는지 지금도 버럭 열이 샘솟는다. @.@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아침은 나의 소원대로 콘도 꼭대기층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부페를 먹었는데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부페는 가격대비 괜찮더라는 '카더라' 통신의 정보를 믿었던 나의 기대를 여지 없이 부숴놓았기에, 앞으로 정말 다시는 경상도 쪽에서 먹거리에 기대를 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 1인당 만2천씩이나 하는 대명콘도의 아침부페는 뜬금없이 단맛이 나는 수프, 제과점이 아닌 수퍼에서 파는 빵을 그것도 한 종류만 가져다 놓은 듯한 토스트빵, 여러 개씩 들러붙어 있는 베이컨, 밥과 미역국은 있으되 같이 먹을 반찬이 부실했기 때문에 몹시 감점! 째뜬 그래도 아침밥을 내 손으로 안 해먹은 것이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배를 채운뒤 가뿐히 호숫가 산책에 나섰다.
햇살 찬란한 보문 호수
역시나 역광이라 반짝반짝 은비늘처럼 빛나는 수면의 느낌은 못담아왔지만 (반대방향으로 찍은 건 몹시 황량하게 나왔다 ㅠ.ㅠ) 그리고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자전거로 호숫가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동생과 조카가 타는 4륜 오토바이를 구경하는 것으로 경주 여행은 마무리 되었어도 새삼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며 돌이켜보니 결론은 '그저 좋았더라'. ^^*
아참... 계속 실망스러웠던 경주의 먹거리 가운데 유일하게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경주빵! ^^ 경주시 황남동에서 수십년전에 유래하여 일명 '황남빵'이라고도 불리는 이 경주 토산품은 파는 곳마다 약간 맛이 다른데, 아마도 우리가 들러 사온 곳이 바로 황남동에 있는 원조격인듯 별로 달지 않고 꽤 맛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