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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가든 외가든 할머니댁에 놀러 가보면 온 집안이 깜깜했다. 전깃불을 아끼느라고 혼자 계시거나 할아버지랑 두분만 계시면 낮엔 좀처럼 전등을 켜지 않는 게 일상이었던 거다. 역시나 전쟁 세대의 습관인 것 같다. 7, 80년대까지도 종종 비가 많이 오거나 벼락치면 정전사태가 났으니 학교에서 전기 절약에 관한 표어를 만든 적도 있다. 

암튼 여름방학때 외가에 놀러가 며칠 지내다보면 외할머니는 심지어 전깃불을 켜면 덥다고 얼른 끄라고 소리치셨다. 예전 30촉, 20촉, 100촉짜리 (이런 말 아는 사람은 옛날 사람이다. ㅠ.ㅠ) 백열등에 익숙한 사고방식이었을 거다. 진짜로 백열등은 오래 켜두면 뜨거워서 손을 델 수도 있다. 그치만 형광등은 안 뜨거워진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외할머니에겐 안 통했다. 해서 여름 낮엔 어둠컴컴한 방안에서 선풍기만 휘휘 돌아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문제는 우리 엄마도 여전히 전깃불을 몹시 아끼신다는 거다. 이번 여름에 하도 더워서 에어컨을 밤새 트는 날은 있었을지언정, 방에 전등 켜는 건 잘 볼 수가 없다. 집이 동남향이라서 오후엔 좀 거실이 어두워지는 편이라 글씨라도 읽을라치면 난 전등을 켜야 속이 시원한데 엄마는 굳이 베란다 창에 비춰가며 그냥 뭔가를 읽으신다. 화장실 갈 때도 낮엔 전등을 켜지 않으신다. 문 닫으면 당연히 어두우니 볼 일 보면서 문을 열어두는 식이다. ㅠ.ㅠ 엄마나 나나 각자 공간에서 따로 살지만 난 혼자 있어서 화장실 문 열고 볼 일 보는 건 상상도 안 되는데, 엄만 참....  

짜증이 나는 건 엄마가 뭔가 안방이나 옷방에서 물건을 찾아야할 때다. 낮에도 옷장이나 서랍에 든 물건을 찾으려면 전등을 켜야 마땅하건만, 엄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뒤져놓곤 "암만 찾아도 없다"고 그냥 나오신다. 내가 전등 스위치만 올려도 바로 보이는 물건을 도대체 왜?!!

놀랍게도 전등을 잘 안 켜는 것 역시 친구의 어머님들도 공통으로 보이시는 행동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시야가 좁아지는지 물건을 잘 찾지 못하면서도, 굳이 전기요금을 아끼는 습관... 참으로 괴롭다. 우리나라만큼 전기요금 싼 데도 없다고, LED등이나 형광등은 전기요금도 얼마 안 나온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반면에 조카들은 가는 곳마다 전등을 켜두는 게 일상이다. 어두운 걸 못 견디는 거다. 혼자 있을땐 더더욱! 그래서 조카 ㅈㅁ이가 우리집에서 지낼 땐 전등 스위치 안 내린다고 할머니한테 잔소리를 엄청 들었다. 화장실도 늘 켜놓고 냉장고 들락날락해야하니 부엌도 켜놓고...  ㅎㅎ

신체리듬을 자연에 맞추려면 낮엔 태양광으로만 살고 밤엔 전등의 도움을 약간 받다가 깜깜하게 끄고 잘 자는 게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냐고! 전등은 잘 안켜고 깜깜하게 사시지만 그보다 전기요금은 훨씬 더 많이 나오는 TV는 온종일 틀어놓으신다는 것 또한 엄마들의 공통점이다. 아 진짜, 엄마들은 왜 그럴까. (그렇지 않은 어머님들의 사례 구함!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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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비혼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노모를 봉양하며, 혹은 여전히 노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살고 있다. 독립해서 20년도 넘게 홀로 잘 살던 친구는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자의가 3할, 타의가 7할의 비율로 집에 다시 들어갔고 무급 가사도우미로 구박 받으며 살고 있다고 종종 푸념을 한다. 

암튼 뭐 그건 각자 집안의 사정이 있을테고 내가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는 것 같으니 그저 셋이 모였을 때 서로 어쩜 그리 똑같냐고 놀라워했던 공통점을 적어본다. 

엄마들은 대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양념 간장을 너무나도 아끼신다. 예를 들어서 두부 부침이라든지 부추전이라든지 뭔가 부침개라도 만들어 먹는 날  양념 간장을 만들어 찍어 먹고 나면 기름도 둥둥 뜨고 당연히 버려야 맞지 않나? 근데 노모들께선 그걸 절대 못 버리게 한다. 랩으로 씌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담에 또 찍어먹어야한다고. 아깝다고. 버리겠다고 하면 펄펄 뛰신단다.

해서 어느 날은 대여섯 개 쯤 되는 간장종지가 그릇장에서 한개도 보이지 않는 사태가 생겨난다. 찾아보면 다 냉장고에 들어 있고, 어떤 건 간장이 다 말라붙어 소금기만 남아 있기도 한다. 고추장 양념은 검게 굳어 언제부터 냉장고 구석에서 굴러다녔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친구들의 어머니는 친구와 함께 살림살이를 분담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집은 내가 거의 전담하기 때문에 간장종지가 몽땅 다 냉장고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울 왕비마마께서는 랩을 씌워 반찬을 치운다든지 하는 가사일을 절대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 내가 바빠서 설거지라도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식탁에서 미리 벗어나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식탁에 양념장 간장종지만 고대로 놓여 있다. 반찬 뚜껑을 대충 덮은 채로...

궁상 떨지 말고 양념장 좀 버리시라고 버럭 소리치면, 엄마의 반응은 똑같다. "아깝잖아." 

나름 추측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1) 전쟁을 겪으신 세대라서 엄마들의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2)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죄받는다,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가 버린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믿음. (울 엄마와 H의 어머니는 불교신자이시지만, Y의 어머니는 아닌데?)

3) 메주를 쑤어 간장 된장을 만들어 먹던 세대 분들이라 간장 한 종지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저렴한 양조간장 사먹는 우리와는 시각부터 다른 거다. (그러나 말라붙은 종지에 든 간장은 분명 양조간장이라는 점)

간장종지뿐만 아니라 울 엄마는 김치 탕기에 담긴 김칫국물도 못 버리신다. 간편하게 사느라 자른 포기 김치를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매 끼니마다 꺼내먹고 또 넣어놓고 반복하는데 김치는 다 먹고 국물만 남아도 당연히 뚜껑을 덮어 고스란히 냉장고 행이다. 아 대체 왜??? 엄만 그릇을 씻지 말고 거기다 다시 또 김치를 잘라 넣으면 되지 않냐고 하신다. 김치국물 아깝잖아... 

어휴. 난 지옥 같은 거 믿지도 않아! 실제로 있다면 나중에 지옥에 가서 내가 다 먹을 게요. 제발 버립시다! 엄마 몰래 오늘도 나는 남은 김치국물과 두부 찍어먹은 참기름 간장을 설거지해버렸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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