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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3 또 개 이야기 3

며칠째 아래층 똥개가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은 된 듯하다. 사서 매달겠다던 전기충격 개목줄은 실행의 기미가 안보여 그럼 그렇지 했었는데(개의 몸집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기 충격의 정도도 달라지던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가격이 십몇만원이었다 -_-;), 어느 순간 동네가 조용해졌다. 집안에 놈을 가둬놓았을 때는 누군가 현관을 드나들 때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호통치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렇구나 하게 되는데, 요즘엔 집안에서도 개 소리는 안 난다는 것이 나의 관찰 결론이다. 내 바람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르겠다. 개집이 그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래층 곰돌이(없어지니깐 또 그간 미워한 게 미안해서 이름 한 번 써주기로...)를 집안에 들여놓을 때 아래층 사람들은 이상스레 개집을 기울여 놓거나 쓰려뜨려 놓았었다. 성격 참 이상하다 싶기도 했는데, 길고양이가 들어갈까봐 그러는 것이거나(하지만 그 정도 높이를 고양이가 못 들어갈 리 없는데!) 햇빛 소독이라도 하나보다 했었다. 그게 아니라면 개짖는 소리에 불만을 토로한 이웃들에 대한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 것일지도. (목격한 바는 아니지만 화를 내며 발로 차 쓰러뜨려 놓은 건 아닌지...)

암튼 다시 동네의 평화는 찾아왔다. 우렁차게 왈왈대는 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미 더운 날씨 때문에 다들 창문 열어놓고 지낸 지 오래인 사방 이웃에서 큰 소리로 개 욕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아래층 똥개 이야기 하기 전에도 불만을 토로하던 이웃집 2층의 <우는개> 소음은 여전하다. 헌데, 우리 마당을 차지하고서 마치 제가 주인인 양 아무한테나 짖어대던 아래층 똥개의 출현 이후 이웃집 2층의 그 개가 깨갱깨갱 우는 소리 쯤은 약과로 들렸던 거다. 어쩌면 곰돌이의 위세에 눌려 그간 아예 못짖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상으로는 (이웃집 개의 본거지는 2층 베란다였다) 10미터도 안 떨어져 있는 두 개가 동시에 합창으로 짖어대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나댄다던가. 우렁찬 아래층 개소리만큼은 아니지만 슬슬 옆집 개의 낑낑 우는 소리도 거슬리는 중이다. 그 집 역시 이웃들의 원성을 3년 넘게 받으면서도 끄덕없이 버티고 있으니, 나 정도 깜냥으로는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일단 아래층 똥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할 때다.

지난주엔 너무 바빠서 사실 사라진 아래층 개에 대한 생각까지 할 여유가 없었는데, 그나마 숨좀 트일 여유가 생기고 보니 성격상 아래층에다 개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볼 수고 없고 속으로만 궁금해 미치겠다. 놈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절대로 아닌데 말이다! 잠깐 어디로 보냈다가 다시 데려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길 비는 마음인데, 동시에 이왕이면 실컷 뛰놀수 있고 마음껏 짖어댈 수도 있는 집에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싶다.  동물이라면 죄다 혐오하는 주제에 참 나도 오지랖이 쓸데없이 넓어졌다. -_-;; 어쨌든 이 동네로 돌아오지만 마라!

조카네 개 파랑이는 한 일주일 사고 안 치고 잘 지내다보다 했더니만, 이틀 전에 또 지환이 침대에 똥오줌을 싸놓아 하루 반 동안 베란다에 갇혀 지내다 어제 풀려났단다. 베란다에 놓인 배변판에 잘 찾아가서 성공적으로 똥을 누고 난 뒤 엄청 자랑스러운 듯 빨랑 까까 달라고 짖어대는 놈을 보면, 말짱하게 다 아는 것 같은데 정말이지 녀석의 심리를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간심을 끌려고 퇴행현상을 보이는 때가 있는 것처럼, 파랑이도 그러는 걸까? 나 원참. 어쨌든 내가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는 싫은 소리를 좀 한 게 효험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개를 데려갈 사람이 나타나질 않아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인지, 당장이라도 쫓겨날 줄 알았던 녀석은 아직 조카네 집에서 살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조마조마한 평화가 이어지는 중이라는 보고서 끝.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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