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3.29 관계 2
  2. 2012.02.02 때아닌 스누피 열풍 10
  3. 2011.02.15 게임 10

관계

투덜일기 2012. 3. 29. 16:05

스마트폰을 별로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않는 나는 웬만한 푸시알림 기능을 다 꺼놓고 내킬 때만 들여다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조금씩 하기는 하지만 주로 구경하는 쪽이라 SNS의 과잉현상에선 한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그놈의 카카오톡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겼다. 문자와 달리 카톡은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또 무료이기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시답잖은 내용을 복사해 전송하는 사람들은 왜 또 그리 많은지! 4040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으면 순식간에 2만5천원이 결제된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의 메시지는 아마 그날 대여섯번 쯤 받은 것 같다. 유행하는 유머 동영상 링크를 수시로 보내는 사람들도 꼭 있다. 참 정성도 뻗쳤다고 하겠다. 하지만 안부인사를 겸한 것이든 아니든 대뜸 띵동 띵동 일방적으로 복사해 전송하는 그런 메시지가 나는 하나도 고맙지가 않다.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유유상종인지, 보내오는 메시지 내용이 똑같을 때도 많다. 알고 보면 퍽 비좁은 카톡 세상에서 돌고 도는 유행인지 몰라도, 그들이 원한 반응은 '지루한 오후 너 때문에 한참 웃었다. 고마워!' 따위의 것인지 몰라도, 그냥 내겐 귀찮은 스팸일뿐이라고!!

얼마전까지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받는 이가 정식으로 읽지를 않으면 전송시간 앞에 적힌 숫자가 없어지질 않는단다. 초기화면에 알림기능으로 내용이 뜨기 때문에 완전히 읽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간 귀찮은 메시지가 오면 읽지 않는 것으로 나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하게 무딘 사람이 아니고서야 읽지도 않고 답장도 안하고 씹으면 싫어하려니 싶어서 관두겠지 여기기도 했고. 헌데 나처럼 메시지 읽음 표시 기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아직도 끈질기게 재미난 유머 링크나 꼭 알아야 할(?) 뉴스 따위를 친절하게 보내오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는 카톡스토리라나 뭐라나 새로운 앱이 나왔는지 새로이 친구신청을 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쯤 되니 대인기피증이 심해지는 듯,  카톡 계정을 확 삭제해버릴까 충동이 인다. 내게 연락을 하고픈 사람이라면 문자 메시지 비용쯤은 감당하기를 바란다고 하면 너무 이기적인가? 안 그래도 수익구조에 야로가 많은 통신회사에 굳이 유료 문자전송으로 돈 벌어줄 이유가 없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으려나?

어쨌든 충동 대로 곧장 카톡탈퇴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데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전화기피 증상이 심하고, 차츰 사교성도 줄어들고 그렇다고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도 아닌 삶이 이어지다보니 밖에서 친구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친구라고 해도 다들 거의 비슷한 성향의 인간들이 어울리다 보니, 누군가 성격을 바꾸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은 어영부영하다가 결국 곁에 남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깊이 공감한 적이 있다.  궁금하고 보고싶고 만나서 수다떨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실천은 하게 되지 않는 이 망설임을 과거엔 그래도 '갑갑함' 때문에라도 떨칠 수 있었지만, 이젠 정말이지 집구석이 제일 좋고 일주일, 열흘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아도 별로 갑갑하지 않다.

나의 전화 기피증과 게으름을 알기에 먼저 연락해주는 이가 아직 더러 있는 건 고맙고, 막상 불러주면 기쁘게 달려나가지만 내쪽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만남을 청하는 건 또 쉽지가 않다. 머릿속으로 늘 생각하고 있으면서 막상 연락은 못해 아쉬운 이들도 있지만, 차라리 이렇게 서서히 관계가 정리된 것이 반가운 친구들도 있지 않은가! 나도 그렇게 정리되어 차라리 반가운 인물이면 어떡하지?! 아무려나 점점 은둔형 인간이 되어가는 탓에 소통의 도구가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몇몇 과도한 친철형 인물들 때문에 카톡마저 관두는 건... 소외를 자처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일방적이고 뜬금없는 메시지가 짜증스러운 것일뿐 또 관계 자체를 아예 끊고 안 볼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조금 전, 오늘의 유머 동영상 링크를 보내온 이에게 까칠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런 거 안 좋아해서 별로 안 고맙다고. 그래도 계속 보내면 카톡차단할지도 모른다고 경고도 했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쪽도 앞으로 내게 그런 쓸데없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더 편하지 않을까. 일단은 좀 만만한 상대라서 이런 방법으로 해결을 했지만, 문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대상도 있다는 점이다. 대체 왜 내게 그런 정성을 들일까, 혹시 보험 같은 걸 팔려는 것일까, 의아스러운 몇몇 인물은 눈 딱감고 차단해두긴 했으나, 원천적으로 봉쇄된 게 아니라 퍽이나 찜찜하고 껄끄럽다. 아마도 메시지를 보낸 저쪽에선 그냥 내가 읽지 않은 걸로만 나온다지... 스마트 한 세상에서 스마트하게 관계를 맺는 것도 참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묵직하다. 이러다 완전히 혼자가 되고 말 거라는 두려움은 또 별개의 것이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니까...  

Posted by 입때
,

2011년 최고의 발견으로 손꼽기도 했던 스누피 스트리트 페어 게임에 여전히 심취하여 계속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며칠 전엔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또 게임이 업그레이드 돼, 막 흥분하는 바람에 하루에 딱 두번 잠깐씩만 하기로 했던 결심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동안엔 일단 캐릭터와 아이템을 장만해놓으면 언제 다시 들어가든, 사라지거나 망가지는 일 없이 저절로 지들이 알아서 돈을 벌어주고 있었는데 요번에 생겨난 화단은 적정 시간을 넘기면 꽃이 시들어 죽어버리니 어쩌란 말이냐! 꽃 피는 시간 기억해뒀다가 죽기 전에 얼른 옮겨 심으러 다시 들어가는 수밖에. ^^;

아무튼 스누피 게임 덕분에 스누피에 대한 열정이 새삼 피어나고 있다. 무려 60여년 전(1950년이라는 듯;;)에 탄생했다는 스누피와 친구들을 나는 처음 언제 알았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워낙 선풍적으로 인기였기 때문에, 어려선 종종 스누피 그림이 들어간 일제 문구용품을 탐냈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집에서 보던 신문에 번역된 스누피 만화가 실렸던 던 것 같다. 원래도 신문 볼 때 맨 마지막 페이지 안쪽을 열어 4컷짜리 만화를 제일 먼저 보곤 했는데, 스누피는 주말판에만 실렸던가... 어디서 봤든 암튼 나는 엉뚱하고 냉소적이고 시큰둥하고 투덜대는 캐릭터가 많은 스누피 만화가 마음에 꼭 들었다. 물론 때때로 알콩달콩 로맨스와 풋사랑이 넘쳐나기도 했고.

학교 다닐 때 누군가 내게 '루시'를 닮았다는 말도 했다. 납작하고 동그란 코가 두드러지는 옆모습이 특히 닮았다나 뭐라나;; 위 그림에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가 루시인데, 만화 속에선 저렇게 착하게 웃는 모습보다 주로 못되게 심술을 부리는 캐릭터다. 특히 찰리 브라운을 몹시 못살게 굴며 무시하는 일이 많고, 친동생인 라이너스 형제한테도 워낙 못되게 구는 인물이라 그리 좋아하는 별명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공필수 과목에서 매주 일주일치 사설로 쪽지시험을 봐야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영자신문을 매일 봐야 했는데, 다행히 그때도 스누피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다. 대개는 신문 사는 값도 아까워 학교 복사실에서 사설 부분만 복사하는 일이 많았으나, 스누피 만화가 나오는 날은 일부러 신문을 샀다. 근데 애들이 막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터라 사전을 찾아봐야할 때도 꽤 있었다. 만화 하나도 사전 찾으며 봐야하는 영문과 학생이라고 비참해 하면서... ^^;

암튼 최근 매일같이 스누피 게임을 하면서 문득 책장에 오래된 스누피 책도 갖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테두리가 좀 헐긴 했어도 여전히 화려찬란한 스누피 책을 꺼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샀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예전엔 책을 사면 꼭 면지에 언제 어디서 누구랑 사거나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었는데,

27년 된 정가 2500원짜리 스누피 책

1985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책을 선물한 친구는 그해 미국으로 이민가 아직도 LA에서 살고 있다. 뜻밖의 깨달음에 득달같이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기억 나느냐고 물으니 금시초문이란다. 하기야 뭐 선물 받은 나도 까먹은 마당이렸다. 찰스 슐츠가 원래 이런 책도 썼는지, 출판사에서 사랑과 관련된 글귀와 그림만 발췌해 편집한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으나 그림 하나하나에서 그간 까먹었던 스누피 친구들의 관계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맞다, 찰리 브라운은 패티랑 사귀는 사이였다. 못되처먹은 루시도 음악하는 남자는 매력적이라며 피아노맨 슈로더를 짝사랑했었다. 찰리 동생 샐리도 라이너스랑 친했고...

무려 27년된 스누피 책이라며 책 내용도 사진을 찍어 막 자랑했더니, 촌스러운 원색 색감이 딱 그래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랗고 빨갛고 샛분홍에 진초록, 진짜 알록달록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요즘 만든다면 분명 원색이라도 색감이 이렇진 않을 것 같다. 책 표지의 '스누우피-의' 표기는 또 어떻고! ㅋㅋㅋ



이 책만 발견하고 말았다면 굳이 포스팅까지 할 마음이 없었을 텐데, 방학때 와서 자고 간 지환이가 요상한 마법사 놀이를 하느라 여기저기에서 온갖 소품을 죄다 끄집어내다 장롱 구석에서 또 스누피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다. 역시나 올해로 역사가 12년이나 된 물건이다. -_-;

 

Posted by 입때
,

게임

놀잇감 2011. 2. 15. 01:48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 둔한 때문이겠지만 나는 어려서나 지금이나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MT든 친구들과 보내는 밤이면 늘 방구석에 둘러앉아 007빵, 김밥장수, 전기게임 따위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구멍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최근에 생겨난 369나 구구단 게임의 경우는 워낙 셈과 수에 젬병이라 그러려니 한다지만, 셈과 상관없이 그저 머리로만 푸는 수수께끼나 컴퓨터게임도 못하는 걸 보면 순발력도 논리력도 전부 부족한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시절 두 남동생을 찾으러 오락실엘 가봐도 난 정신없이 삐용거리는 여러 게임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해봐야할 것 같아서, 갤러그, 제비우스, 인베이더 같은 총쏘기 게임에 공을 들이던 때도 있었지만 들이는 동전에 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확률이 너무도 희박하다보니 버럭 짜증이 나 관두고 말았다. 그나마 테트리스는 한 판 깰 때마다 나와서 러시아 춤을 추는 캐릭터가 귀엽고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라 꽤 오래 하러 다녔고, 나중에 나온 컴퓨터 버전에는 온 가족이 매달려 기록갱신에 힘썼지만, 단한번도 마지막 단계까지 깨보기는커녕 최고단계 근처에도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컴퓨터로 하는 게임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지뢰찾기, 프리셀, 스파이더 카드놀이 정도만 한동안 해보다가 이내 싫증을 냈다. 십수년전에는 잠시 심시티에 열광해 밤을 새워가며 도시를 건설한 적도 있기는 했지만 그나마도 금세 흥미가 사라진 것 같다. 블로그 이웃들이 닌텐도 동숲 같은 게임에 심취하거나 아이폰 위룰에 재미를 붙이는 걸 봐도, 나는 그닥 끌리지 않았다. 귀찮음과 게으름에 더하여 눈을 피로하게 하는 작은 화면에 대한 거부반응 같은 것이 있나 할 정도. 그렇다고 비디오게임 유형이 아닌, 보드게임류를 잘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몇년 전 보드게임 카페가 대거 유행할 때 덩달아 따라가서 몇번 해봤지만, 머리를 쓰는 유형이든 몸을 쓰는 유형이든 하나같이 얼마나 못하던지! 추억의 브루마블도 했다하면 제일 먼저 파산되고 마는 형편이고, 할리갈리, 젠가, 그외 이름 까먹은 다수의 보드게임에서 늘 꼴찌를 기록했었다(당연히 지금도 그러하고).

그러다 아이폰이 생기고 나서는 순전히 '조카들'을 위해 몇 가지 무료 게임을 깔아놓았다. 틀린그림찾기, 버블버블, 플라이가가, 애니멀팡팡 정도였다. 틀린그림 찾기 말고는 사실 게임을 하는 방법조차 익히는데 오래 걸릴 만큼 게임과 관련해서라면 굼뜬 사람이 나다. 그런데 몇달만에 내가 모든 단계를 다 깨뜨리는 게임을 만났다!  바로 애니멀 팡팡.


직선으로 세번 안에 연결되는 똑같은 그림을 연달아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식이라, 다섯 살짜리 조카도(이젠 녀석도 여섯 살이 됐지만)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긴 해도, 어쨌든 나로선 감격이었다. 최종 20단계를 깨뜨리고 All stage clear!라는 화면이 떴을 때의 그 희열이란. ㅠ.ㅠ 터치 스크린 망가지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거의 매일 매달렸던 그 게임을 드디어 다 깨뜨렸으니 이젠 그만 해야지 생각하고 보니, 아 '인증샷'을 안 남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핑계로 난 또 며칠간 이 게임에 매달렸고 드디어 다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다. 우선 나를 게임열등생으로 알고 있는 주변에 마구 자랑을 할 요량이었는데, 그 단계도 지나고 나니 남은 건 블로그 자랑질. ^^; 남들은 시도한 지 불과 몇번 만에 다 깨는 판을 몇달만에 '클리어' 해놓고 이렇게 좋아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뢰찾기와 프리셀, 스파이더 카드놀이 이후 내가 이런 종류의 게임을 끝까지 완료한 건 처음이니 내겐 기록을 남길만한 역사라고 우길란다. 내심 게임 잘하는 사람 엄청 부러웠었던 말이다. ㅋ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