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취향'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10.13 택배 없던 시절엔... 5
  2. 2011.07.13 선물이~ 왔어요 14
  3. 2011.05.15 이러고 놀았다 11
  4. 2011.05.07 지하상가 득템 15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택배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체 나가고 싶지 않은 게르음뱅이로 살다가 그런 나날이 보름이상 이어지면 또 압력솥 꼭지를 틀어 증기를 배출하듯 콧바람을 쐬어 팽팽해진 무료함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은 삶의 연속인데, 그렇게 간만의 외출을 하더라도 쇼핑은 온전한 출타목적에서 제외된다. 지나는 길에 눈에 띈 물건을 얼른 사는 건 또 몰라도 말이다.

얼마전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에 가서 책을 고르며 사람에 치이기도 했지만 돌아와서 죽도록 피곤했던 이유는 눈요기로만 하는 것이든 실제 물건을 사는 것이든 하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이제는 직접 발품 팔아 하는 쇼핑이 드물어졌기 때문인 듯하다. 뭐니뭐니해도 옷과 신발은 직접 가서 걸쳐보고 사야한다고 아직도 믿지만, '무료반품' 혜택까지 있는 경우엔 겁없이 덜컥덜컥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도 뭔가를 지를때 한참 고민하는 성격이라 신중히 머리를 하도 굴리다보니 실패율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몇해동안을 따져봐도 반품한 횟수는 두어번 정도?

아무튼 이달 들어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가 왔다. 주변에 부는 운동화 열풍에 따라 검색하다 엉뚱하게 고른 밤색 옥스포드화, 옷을 사줄 땐 함께 가서 고르기로 한 원칙을 깨고, 반품할 각오를 하고 산 엄마 옷(다행히 마담사이즈라 익숙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라 성공했다), 두피관리에 좋다는 샴푸(벌써 두번째 구매), 검정콩 미숫가루(역시나 두번째 구매), 늘 쓰는 수분크림과 핸드크림, 장난감과 문방구(요맘때 정기세일을 하는 텐바이텐에서 또 사줘야 제맛이지), TV볼 때 쓸 목베개, 커피원두, 책,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외삼촌이 보내신 고구마까지. 어떤 날은 택배가 두 건이나 오는 날도 있었는데, 골목에 지나가는 차만 봐도 미친듯이 짖어대는 아래층 똥개 때문에 택배 오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다. 놈이 좀 요란하게 짖어대야지!

다른 데서 쇼핑했는데 택배회사가 같아 이틀 내리 같은 분께 택배상자를 받게 되면 슬며시 민망하다. 이 사람은 뭘 이렇게 연일 사들이나 짜증낼 것 같아서(우리집 골목이 협소하여 운전에 미숙하거나 너무 큰 택배 트럭은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와 배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랫집들의 경우를 보아도 며칠에 한번은 택배가 오는 것으로 보아 (똥개가 워낙 크게 짖어대는 데다가 택배 아저씨들이 계단 아래부터 받는 이의 이름을 크게 외치므로 내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ㅋㅋ) 홈쇼핑에 탐닉하는 것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 없을 땐 다들 어떻게 살았대그래!

오늘 도착한 플레이모빌(이건 세일도 안하는데 조카한테 상으로 하나 사주기로 한 김에 내것까지 또 구매)을 조립해 선반에 올려놓고, 종류별로 골라 산 '우표' 스티커를 문방구 상자에 넣어두며(거의 쓰지도 않고 보기만 할 거면서!) 어찌나 뿌듯한지 웃음이 실실 났다. 앞으로 누가 물으면 인터넷 쇼핑과 택배상자 받기가 취미라고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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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왔어요

놀잇감 2011. 7. 13. 17:19

(한심하게) 이러고 논다 제2편. 플레이모빌 역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다는 개미지옥이라는데 아무래도 이미 빠진 것 같다. 위시리스트에 잔뜩 담아만 두고 나중에 스스로 칭찬해줄 일 있을 때 사들여야지 마음먹었던 품목을 선물로 받았다. ㅎㅎㅎ 비 철철 내리는 어젯밤 10시도 넘어서 택배가 와 깜짝 놀랐으나, 부리나케 조립해 갖고 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계속 조물락거리고 있는 걸 본 엄마가 또 늘어난 이 잡동사니는 또 뭐냐고 한숨을 쉬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희희낙락. 




이번에도 이 둘만 고른 걸 보면 확실히 내 눈엔 남자가 안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아직 개봉 안한 미식축구 선수도 내 선물이라니 앞으로는 남자애들도 좀 눈여겨봐야겠다. ㅋ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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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놀았다

놀잇감 2011. 5. 15. 15:22
작년에 워낙 조카들이 어린이날이며 생일선물로 줄곧 레고를 원했기에 올해도 그럴 줄만 알았다. 그래서 레고 선물을 사러 가게 되면 나도 요즘 유행이라는 레고 피규어 랜덤 뽑기를 해보려고 내심 흐뭇하게 벼르고 있었다. 뽑고 싶은 레고 모양 조각을 상상하며 손감각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카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들이 원한 어린이날 선물은 보드게임 아니면 게임팩. ㅠ.ㅠ 대형할인마트에 가면 어쩐지 나는 산소부족을 느끼며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러 차몰고 가야하는 그곳에 가고 싶지가 않다. 이마트엘 가야만 레고를 뽑을 수 있다는데... 그저 아쉬워하고만 있는데 막내조카가 나의 안타까움에 불을 질렀다.

나한테는 보드게임 사달래놓고, 제 큰엄마한테선 레고 선물을 받아온 것이다! 그럼 차라리 나한테 레고 사달라고 하고 보드게임은 큰엄마한테 부탁하지!! 그것도 내가 레고 사러 갈 때마다 보며 좋아라했던 토이스토리1 ㅠ.ㅠ


조립하고 나자마자 나도 한참 갖고 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했다. 사진으로라도 갖고 있어야지 하며... 그러고 나니 레고피규어 열망이 확 도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간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놓고 간간이 구경만 하던 플레이모빌을 전격 주문해버렸다. 5월 기념으로 꽃과 아이들을 주제로 나름 선별해서... 

며칠 전 택배가 온날, 나는 희희낙락 조립을 해선 이리저리 늘어놓고 신나게 놀았다. 물론 사진촬영도 했다. 이야기도 만들었다... -_-; 장난감 사모으는 사람들, 이해는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까지 동참하게 될 줄이야. 뭐든 오타쿠 기질은 없으니 또 몇번 이러다 말겠지만 암튼 며칠째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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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득템

놀잇감 2011. 5. 7. 03:27

지난주에 자빠져 무릎을 깬날 그리도 급히 향한 최종 목적지는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였다. 꽃과 각종 공예품과 잡다한 물건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옛날엔 주변사람들에게 주는 독특한 선물을 사려고 일년에도 서너번씩 찾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 몇년 사이엔 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5년은 됐겠다고 짐작하며 길고 긴 한산 지하상가를 구석구석 뒤지고 다녀보니 몹시 피곤하긴 해도 확실히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수백만원짜리 가구가 없나, 향기 그윽하고 줄기 길쭉한 꽃들이 없나, 유아복부터, 10대,  6,70대까지를 아우르는 각양각색의 옷들이 없나...

하지만 내가 예전에 독특한 촛대나 장식품,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사던 앤티크숍들은 상권이 엄청 줄었고, 꽃가게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늘어난 건 옷가게 옷가게 옷가게들. 가장 중요한 쇼핑 목적(동생네 콘솔 위에 놓을 화병 장식)을 제일 먼저 달성한 뒤엔 주로 그냥 눈요기를 하러 다닌 셈이었다. 올케는 하얀 자개로 만든 고가의 샹들리에(관심 없어서 가격 까먹음)를, 나는 할인가 48만원이라는 투박한 원목 책상을 탐냈다. 그런 물건들을 보고 난 뒤의 욕망은 원래 자질구레한 싸구려 물건을 지르는 것으로 달래는 게 제격이다. 마트에서 장 볼 때는 10만원을 훌쩍 넘겨 물건을 사도 품목이 몇 개 안되는데, 지하상가에서는 10만원 이내에서 마음껏 써주마 마음 먹으니 늘어나는 보따리 보따리가 끝도 없었다. ㅋㅋㅋ 그 재미에 마냥 돌아다니고 보니 지하상가를 휘저은 시간이 놀랍게도 무려 3시간에 가까웠다.(창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하는 상술은 백화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듯)

그날의 쇼핑 품목 중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져보며 득템했다고 계속 뿌듯한 물건은 바로 이 녀석이다.

 

그 유명한 브랜드 '메이드인차이나' 슬리퍼. ^^
올케가 어느 찜질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신은 걸 보고 사려했으나 없어서 못샀다는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떡하니 매달려 있었다. 찜질방에선 만원에 팔았다는 걸 거기선 단돈 5천원! 메이드인차이나 브랜드를 마뜩찮아하는 편이지만 이건 재질이 대체 뭔지 낭창낭창 발에 착착 감기고 폭신한 것이 엄청 편하다.
빨간색, 분홍색, 검정색 중에 제일 무난한 게 분홍으로 보여, 별로 분홍색 안 좋아하면서 찜했는데, 올케가 신은 걸 보니 빨간색이 훨씬 예쁘다. 그러고 보니 검정색도 '착화빨'이 이거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몰랐지 한참 유행하다 들어가는 끝물 슬리퍼인 듯. 이걸 사겠다고 그 먼 고속터미널 상가를 또 헤맬 순 없지만 어디선가 발견하면 색색깔로 사다놓고 싶다. ㅋ 한겨울 빼고는 늘 맨발족이라 털신이라면 모를까 다른 계절엔 실내화 안신고 사는데, 요 녀석은 하도 편해서 요새 집안에서 돌아다닐 때 매일 애용하고 있다. 신는 걸 자꾸 까먹기는 하지만...
 



그밖에도 여러가지를 샀으나 두번째로 뿌듯한 건 지난번 깨먹은 유리화병 대신에 역시나 '메이드인차이나' 브랜드라 몹시 저렴한 유리화병 세트다. 내친 김에 보라색 리시안서스도 한 다발 사다 꽂아놓고 일주일 넘게 눈호강을 했다. 장미랑 사촌처럼 닮은 꼴이지만 당당한 장미보다는 좀 소박한 느낌이고 하늘하늘 여리여리 우아한 리시안서스가 나는 참 좋다. 하지만 확실히 비실하게 생긴 거 답게 그리 오래 가는 꽃은 아니다. 진즉에 사진을 찍었으나 보라색은 아이폰이 잘 인식을 못하는지 꽃이 자꾸 파랗게 찍혔다. 조명탓인가? -_-; 암튼 꽃병 개비 기념으로 꽃 좀 자주 사다 꽂고 살아야지...

맨 아래 꽃 한송이 띄워놓은 동그란 유리그릇은 단돈 2천원이다. +_+ 신문지로 겹겹이 어찌나 꽁꽁 싸줬는지 신문지 값도 안나오겠다고 중얼거렸다. 그 옆에 동그란 유리병은 조카가 먹고 난 사과주스병을 달래서 가져왔다. 전생에 넝마주이였는지 예쁜 주스병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좋아라 한다. ㅋㅋㅋ 하기야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듯, 일본서 파는 앙증맞은 온갖 크기의 음료수병만 따로 모아 파는 데도 있더라. 궁상이 아니라 엄연한 자원 재활용이라고 핏대 세워 주장하노라.

그날 바리바리 싸들고 온 봉다리 많았는데 또 뭘 샀더라? -_-aa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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