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싫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1.29 3
  2. 2011.03.09 무사귀환 6
  3. 2011.03.06 닥터 하우스가 필요해... 16

투덜일기 2015. 1. 29. 17:53

언제부턴가 소화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고, 밥만 먹으면(특히 저녁밥) 빌빌 졸린 증상이 이어지더니 최근엔 가끔 빈속이나 식후에 뱃속이 좀 따끔거렸다. 위염이 약간 있다는 건 건강검진때 알았으나, 불편한 점 없으면 굳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기에 나몰라라 방치해서 증상이 심해진 건가? 아니면 그냥 단기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다.


그러다가 그끄저께 밤부턴 속이 심하게 쓰라려 집중이 안 돼 일도 잘 못하겠고 그렇다고 잠도 잘 못자는 상황. 아플 때 대뜸 병원부터 달려가는 성격이 아닌 사람이라 그냥 버텼다. 소화기 내과 찾아가면 내시경부터 하자고 할 텐데,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을 위생적으로 잘 관리할지 어쩔지 미심쩍고, 그렇다고 대학병원엘 곧장 갈 수도 없고 (예약하기도 어려울 걸;;) 2차 병원 중에서 찾아봐야 하는데.... 뭐 이런 생각만 가만히 앉아 하고 또 하는 스타일, 짜증나지만 진짜 우유부단의 극치다.


병원 멀리하다가 큰 코 다친 사람들을 봤으면서도 도무지 '병원가기 싫은 병'은 떨칠 수가 없다. 암튼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속쓰림, 위염 따위를 알아보다 눈에 띈 건 바로 '단식'. 옛날부터 울 집에서도 할머니들이 배앓이엔 그저 굶는 게 최고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옳거니, 굶으면 되겠다 싶었다. 위가 따가운 건 상처난 위벽에 자꾸만 위액이 닿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뭐 이런 돌파리 진단으로 생각해보면, 1달 내내 병원다니며 약 먹어도 안 낫던 위염이 3일간 단식후 싹~ 다 나았다(물론 과장임을 안다;;)거나 훨씬 속이 편해졌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타당하게 여겨졌다.


언젠가 TV로 본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단식'이 확실히 여러가지 병을 치유한다던데, 나도 까짓거 굶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속이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데 뭐. 사흘 쯤 물만 먹고 버티는 거, 외출만 안하면 문제 없지 않을까... 사흘이 힘들면, 되는 데까지 지친 위를 최대한 쉬게 해주겠어!


허나 ㅋㅋㅋ 밖으로 나다닐 땐 한 끼만 굶어도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마구 분노가 치밀지만, 집안에 얌전히 있을 땐 괜찮겠지 싶었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20대쯤이었나 단체로 동조단식을 한다며 물만 마시고도 으쌰으쌰 밤새 노래부르고 꼬박 이틀을 버텼던 경험은 그냥 젊은 패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듯했다. 2끼는 아무 어려움 없이 건너뛰었으나, 만 24시간이 넘어가자 온몸에 기운이 쪽 빠지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일도 해야하는데 도무지 글자도 눈에 안들어오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문장이 안 만들어져! ㅠ.ㅠ 그럴 땐 자는 게 상책이라지만, 잠을 시도하기 전에 나는 이미 뭔가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 재료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맙소사, 유민아빠는 45일간이나 단식을 하셨다던데... 어휴. 민망했다. 암튼 그래서 오밤중에 감자 한 알을 전자렌지에 찌고 우유를 약간 데우고 잡곡밥과 한 술과 함께 믹서기에 넣어 휘리릭 갈아서 대충 미음 비슷한(실은 수프에 더 가까웠다)걸 만들어 한 컵을 먹었다. 또 쓰라리면 어쩌나 염려했던 뱃속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고, 대신에 차가워졌던 손발에 차츰 다시 온기가 돌았다. 식탐녀 주제에 단식은 무슨...  괜히 밥 안먹는다고 커피까지 금했더니 편두통만심했다. 


그렇게 하루만에 단식을 포기하고 계속 살살 위를 달래는 중이다. 이후 두 끼는 죽을 조금 먹었고, 밥을 먹더라도 예전의 절반 양만 50번씩 꼭꼭씹어서 삼키고, 위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는 밀가루는 입에도 대지 않는 중. 근데 이잉... 우동도 먹고 싶고 스파게티도 먹고 싶다. 


그래도 왕성한 식탐이 이끄는 대로 예전처럼 아무거나 와구와구 먹어대려면 한동안 조심해야지. 며칠 두고보다 결국 위내시경을 받아보긴 해야겠지 싶던 마음은 차츰 속쓰림이 잦아들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냥 버텨도... 자연치유가 되지 않을까. +_+

Posted by 입때
,

무사귀환

투덜일기 2011. 3. 9. 20:01

어제 집에 왔다. 작년 여름 최단기간 입원이었다고 기뻐했던 것 같은데 요번에도 날짜상으론 얼추 같은 기간이었던 것 같다. 귀찮아서 지난 포스팅 찾아보고 싶지도 않지만.

이번엔 병실 운이 좋아서 2인실 옆 침대가 계속 비어 있는 덕분에 좁고 낮은 보호자용 간이침상 대신 나도 버젓이 환자용 침대에서 잘 수 있었고, 다들 정신적인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들만 모인 병동이다 보니 간호사들도 밤새 두어번 살짝 문만 열어보고 나가는 식이라 다른 때보다는 나도 훨씬 더 잘 잔 편이었는데도 나이 탓인지 체력 탓인지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도 끼니 때만 빼곤 정신 못차리고 계속 잤다. 머릿속으론 밀린 일해야 하는데, 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몸이 늘어지는 걸 무슨 수로 막겠나. 일단 자고 보자, 배째라는 마음이 더 컸다.

5박6일간 좀 비싼 건강검진을 받은 셈 치자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지난주의 충격과 당혹감이 혹 착각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왕비마마는 거의 말짱해지셨다. 물론 몇 가지 약을 끊은 바람에 무릎 통증과 손발저림은 심해졌지만 일단 그건 원인도 치료법도 아는 병이니 차차 다른 약으로 대체하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건, 1년 가까이 복용해온 약들이 왜 새삼 이제와서 '충돌'을 일으켜 사람을 놀라게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의사들도 모르겠다는데 그걸 내가 어찌 알겠냐마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다.

그나마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수확을 찾아본다면 없는 것도 아니다. 온갖 성인병을 지닌 종합병원 수준의 몸이지만, 결정적으로 왕비마마의 뇌와 심장은 나이에 비해 꽤나 건강한 편이란다. 방금 했던 말도 까먹는 기억력 감퇴 현상 때문에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만;;) 혹 치매 아니냐고 노상 전전긍긍하셨는데 큰 걱정을 덜었다. 입원 첫날부터 100에서 7을 계속 빼보라는 의사의 요구에 거의 거침없이 대답하는 왕비마마를 보며 나도 좀 놀랐다. 수맹인 나는 속으로 같이 계산해보면서 93에서 7을 빼면 얼만가 머리가 멍해지면서 통 답이 안나와 끙끙 앓았는데 말이다. 지금도 93에서 7일 뺀 답이 86임을 아는 건 몇번에 걸친 연습의 각인 효과이지 즉각 암산해서 나오는 답은 아니다. -_-; 마흔다섯 살 딸보다 셈을 더 잘하는 일흔한 살의 노모라니, 훌륭하지 아니한가. ㅎㅎ

어쨌든 집에 오니 좋다. 며칠 새 더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낼 기력은 아직 없지만 먼지 속에 뒹굴어도, 출판사에서 원고확인 전화 올까봐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속이 뜨끔뜨끔해도, 아무튼 집이 최고다. 집밥과 집잠이 이렇게 달디달다는 걸 나에게 깨우쳐주기 위해서 가끔가다 한번씩 왕비마마가 식겁하는 상황을 만드는 건 설마 아니겠지? 병원에 있는 동안 발생한 디도스 공격으로 혹 내 컴퓨터 하드도 날아갔으면 어쩌나 살짝 고민도 했는데 기우였다. 하기야 모르긴 해도 그 사이 컴퓨터가 아예 꺼져 있었으니 공격을 하려야 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그저 바짝 정신차리고 밀린 일을 하는 것뿐. 일하자 일!
Posted by 입때
,
일년에 한번씩 이 무슨 난리인지... 갑작스런 간병 무수리 생활 사흘째다. 이젠 마음 놓고 투덜댈 수 있는 상황이니 천만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걸핏하면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대한 짜증이 줄어들진 않는다. 인체의 신비인지, 인간의 한계인지, 현대의학의 무능인지 좀체 알 수 없는 질병 상황 앞에서 난 또 닥터 하우스를 그리워하고 있다.

수요일 밤부터 왕비마마의 상태가 심상칠 않아서 응급실엘 가야하나 고민하다 담날이 정기외래 진료라 주치의와 의논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자꾸 앞으로 쏟아질 것처럼 걷고 간간이 판단력도 떨어져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더니 의사는 전격 입원을 권했다. 혹시 뇌졸중이라면 빨리 머리 MRI를 찍는게 좋겠다면서...

허나 의욕 충만한 정신과 주치의의 생각과 달리 MRI는 갑작스런 입원절차를 다 거치고도 한밤중에나 겨우 찍을수 있었다. 역시 내 생각대로 응급실로 들어갔어야 하는 거였다. 정신과 환자들은 생명을 다투는 증상이 아니니 순서에서 뒤로 밀린다는 걸 교수된지 얼마 안되는 주치의는 몰랐겠지. ㅡ.ㅡ; 어쨌거나 머리 사진에선 뇌졸중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도한 수면, 균형감각 상실, 보행 어려움, 간간이 섬망증, 이명, 판단력상실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과연 뭘까. 가능한 요인은 수십가지나 된다고 말하며 병실담당 레지던트는 내 속을 뒤집었다.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다고!!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로 신장이나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전해질 균형 문제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MRI 결과 이상없으면 바로 퇴원하라던 주치의 교수는 퇴근해버리고 결국 왕비마마는 일흔한번째 생신을 병실에서 맞았다. 미역국이고 주말 파티 계획이고 다 물 건너 간 거다.

병원체질이신 왕비마마는 무수리 속이 새카맣게 타든지말든지 잘 자고 잘 먹고(병원밥 싹싹 다 비우는 노인환자 정말 드물다 ㅋㅋ) 하루하루 정신이 맑아지더니 어제부턴 걸음걸이도 제대로 돌아와 부축해 드리지않아도 될 정도다.

은근히 알츠하이머의 가능성도 타진하던 눈치더니 간단한 몇가지 검사 이후 그 말도 쑥 들어갔다. 나머지 유력한 가능성은 수많은 약들 사이에 생긴 충돌현상이라는 것 같다. 약을 하나씩 줄이고 빼며 지켜보자는 얘기. 아 맞다. 심전도에도 약간 이상소견이 있어서 심장초음파도 할 예정이다. 주말이 끼어서 빨라야 내일...

그러는 사이 우린 마냥 멍하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병실생활의 절반은 막막한 기다림이고 절반은 킬링타임이다. 링거하나 안꽂은 이른바 '나이롱 환자'는 시방 TV 시청중이시고, 마감인생 무수리는 홀로전전긍긍 하고있다. 금요일에 온 원고독촉 전화에 사정 이야기하며 얼굴이 뜨거웠다. 그쪽에선 아마 거짓말이라 생각할지도... ㅡㅡ; 장기전이면 간병인을 부르겠지만 며칠 안걸릴 것 같으니 그럴수도 없다. 닥터 하우스도 절실하지만 내겐 손오공 변신술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나를 하나 더 복제해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이럴 때마다 한숨 나오는 비혼의 늙은 고명딸 노릇 ㅠ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