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내눈엔 흉하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4.18 간만에 자전거 11
  2. 2010.11.17 모녀의 취향 19
  3. 2010.10.16 이게 뭔지.. 10

간만에 자전거

놀잇감 2011. 4. 18. 15:09

하얀색이라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게 더 잘 보이는 느루의 먼지를 털어내고 완전 내려앉은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고 정말 오랜만에 어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요가 관둔지도 두달이 돼가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랑 씹기 밖에 안한 체력은 처음부터 티가 났다. 빠르면 20분, 늦어도 25분이면 도착하던 한강변까지 결국 다 못가고 중간에 쉬어야 했다. 핑계를 대려면 운동효과를 내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은 데다 맞바람 탓이었다고 둘러댈 순 있겠으나 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한 거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또 깨달았다.

자전거는 한번 익히면 절대 잊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라는데 사람마다 좀 다른지 나는 이렇게 간만에 자전거를 탈 때마다 서툴게 헤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밀려드는 공포 때문일까? 페달질 하다 페달을 놓치질 않나, 안경이 흘러내리는데 핸들 한 손으로 잡기가 무서워서 안경도 못 올리질 않나, 스스로도 좀 난감하다 싶었다. 결국은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건데 이렇게 몇달만에 한번씩 타가지고 언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 원.

화창한 날씨에 풀풀 날려 떨어지는 벚꽃이 유혹적이라 나갔던 건데 한강바람은 아직도 쌀쌀하고 차가워 손이 시렸다. 장갑 안끼고 나간 걸 후회하며 예쁘고 새끈한 장갑을 사야겠군, 하고......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몇번이나 타려고! 다음에 느루 타러 나오기 전에 손시렵지 않은 날씨가 될 확률이 더 높다. ㅋㅋ

아 맞다. 자전거 살 때 받았던 검정색 벨을 조카에게 빼앗기고 계속 벨 없이 다녔는데, 안되겠다. 주말이라 그랬겠지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비롯해 굳이 보행로 놔두고 자전거길로 와글와글 걸어다니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벨을 달아야지. 갑자기 요란한 전자벨 울려서 사람들 놀라게 하는 인간들이 유독 싫어서 난 아예 벨을 잘 안울리는 편이라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었으나, 그냥 띠링띠링 울리는 벨 정도는 필수품임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느루에 어울리는 벨을 그간 계속 검색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꼭 차는 게 없어서 머뭇거렸는데 좀 눈에 덜 차더라도 담번에 타러 나가기 전엔 사야할 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엉덩이가 심히 아프다. 흑. 허벅지의 뻐근함이야 어쩐지 지방이 근육화 된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며 흐뭇한 효과를 남긴 반면 멍이라도 들은 것처럼 아픈 엉덩이는 좀 민망하다. 간만에 자전거를 타면 왜 꼭 엉덩이가 아픈지 원! 초보자의 비애일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암튼 앉을 때마다 엉거주춤 자세가 웃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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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취향

투덜일기 2010. 11. 17. 16:23

넉달만에 동창모임 오찬에 나가셨던 왕비마마가 4시를 넘기고도 귀가하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분들과 쇼핑을 다니다 이제 귀가 중이라는 대답. 그간 다리 허리도 아프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하여 홀로 외출은 꿈도 못꾸던 양반이 최근 매일 꾸준한 산책과 운동으로 이룬 쾌거이니 나로선 박수라도 칠 일이었다. 그리고 일흔살 노여사님들 다섯 분이 대체 어디로 쇼핑을 다니셨는지(강남 모처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쇼핑 품목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가하러 다녀와 보니 그새 귀가하신 왕비마마는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 장만한 겨울외투를 보여주었다. 헌데 소재만 좀 달랐지 기존에 있던 외투와 색깔(진한 갈색)이며 길이와 스타일이 거의 똑같았다. 어차피 사온 물건이니 그냥 잘 샀다고, 예쁘다고 칭찬해드리면 좀 좋으련만 까칠한 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갈 리가 없다. -_-; 이왕 사는 거 왜 똑같이 생긴 걸 샀느냐고 타박부터 튀어나왔다.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라는 왕비마마의 대답을 들으니, 타박부터 앞세운 것이 민망해져 얼른 잘 사셨다고 칭찬을 해주었는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문고리에 걸어두었던 또 하나의 패딩외투를 꺼내며 '하도 싸서 니 꺼도 사왔으니 입어보라'는 말씀. 헉... 내 눈엔 이보다 더 흉측할 순 없을 듯한 '빤딱이' 남색 원단에다 '프린세스' 라인(패딩에 웬!!)이고, 심지어  목엔 회색과 청색으로 '여우털'이 부숭부숭 징그럽게 달려 있다. (물론 왕비마마는 그 '여우털'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할머니들이 가뿐하게 동네 마실 다니실 때 입으면 딱 좋을만한 물건을 비록 나이는 40대지만 곧죽어도 '영플라자'에서만 옷을 사입는 딸에게 사다주시다니.. ㅠ.ㅠ 

사실 우리 모녀는 취향이 너무도 달라서 자기 마음대로 골라 서로에게 선물한 옷은 원래 성공하기가 힘들다. 왕비마마가 거동이 그나마 자유로웠던 5년전까지는 내가 그렇게 타박을 하고 퇴짜를 놓아도, 백화점 갔다가 괜히 집어들고 오시는 옷이 종종 있어서 너무도 괴로웠다. 내가 즐겨입는 옷들이 다 너무도 후줄근하고 추레하고 칙칙하다고 여겨 못마땅해 하는 왕비마마가 골라오는 옷이야 너무도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나마 내가 충동적으로 사오는 왕비마마의 옷은 성공률이 5할대는 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두번에 한번은 색깔이며 디자인 때문에 바꿔야 하거나 아예 반품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그간 모녀는 옷을 사다주고도 괜히 욕을 먹어 각자 삐치는 역사의 반복을 교훈 삼아 다시는 자기 마음대로 옷을 사다 내밀지 않기로, 그러니까 옷을 사주려거든 같이 가서 입어보고 고르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새삼 도대체 왜??!! 

옷이 너무 '미워서' 절대로 입을 수 없다는 나의 입장과 동네 마트 갈 때라도 막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왕비마마의 옥신각신은 서로의 취향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친구분이 사입고 온 옷이 좋아 보여 다들 따라가 한두벌씩 샀다는 그 옷의 판매처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가격으로 보아 '반품불가'가 확실하다) 반품이나 교환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마당에 모녀가 실랑이를 부려봤자 소용 없는 일이다. 결국 입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최후통첩과 함께 (나 또한 자꾸 강요하면 차라리 헌옷 기부함에 넣어버리겠다고 협박했음 -_-;) 왕비마마는 아침에 다시 입어보라며 문제의 패딩을 내 방에 걸어놓고 물러나셨다. 하지만 오늘 다시 쳐다봐도 내 눈엔 역시나 몸서리 처지게 싫고;; ㅠ.ㅠ 

재킷도 외투도 다들 '넣고 꿰맨 것 같이' 몸에 딱 맞는 스타일이 유행일 때에도 나는 넉넉하고 큼지막한 옷이 좋았다. 그래서 과거엔 가끔 남동생들 옷을 빌려 입거나 아예 내 옷을 크게 사서 어린 동생들과 나누어 입는 것도 좋았다. 할머니의 유품 가운데서 내가 골라 가진 큼지막한 순모 니트 외투는 그야말로 할머니 같다고 왕비마마가 질색팔색을 하든 말든 여전히 십수년째 나의 애용품이다. 아버지의 유품중에서도 수많은 옷가지는 거의 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지만 그 전에 동생들도 올케들도 최대한 자기 몸에 맞는 걸 골라 간직했고, 나 역시 왕비마마가 내겐 어울리지 않는 '잠바떼기'라고 못마땅해 하시는 아버지 옷 두 어벌을 챙겨 입고 다녔다. 적어도 옷차림에 관한 한 나는 별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내' 눈에 예뻐 보이고 좋으면 그만이고, 남들이 뭐라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10년, 20년 된 낡은 옷을 버리지 못하는 건 나름의 역사와 추억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로'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 유행에 크게 뒤떨어졌든 아니든 그런 옷을 입고 나서면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왕비마마는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최우선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도 가을이면 겨울옷 입는 걸 꺼린다. 남들이 겨울옷을 꺼내 입은 걸 보아야만 그제야 안심하고 입는 식이다. 외투를 입으면 반드시 단추나 지퍼를 채워야 집을 나선다. 앞섶을 풀어헤친 모양새는 불량스럽고 단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에겐 너무도 어색하단다. 땀을 삐질삐질 흘릴망정 집밖에선 재킷이나 외투의 단추를 잘 풀지 않는다. +_+ 겨울이면 놀라울 정도의 겹쳐입기 신공을 벌이느라 여러 옷을 풀어헤치고 목도리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니는 딸의 차림새가 왕비마마에겐 얼마나 '거지 같이' 보일지 알만하다.

원래도 체구 차이가 크게 나서 옷을 같이 입는 모녀들처럼 (정민공주는 이미 제 엄마와 고모 옷을 수시로 빼앗아 입고 있지만;;) 옷을 나눠입고 살아본 역사가 없긴 하지만, 체구가 같았더라도 아마 왕비마마와 나는 극과 극인 취향 때문에라도 절대 옷을 공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년간 지켜보고 같이 살며 서로 못마땅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양반이 왜 새삼 이런 일을 벌이셨는지 원. 그나저나 저 흉측한 물건을 어떻게 하나 그게 큰일이다. 으휴.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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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지..

투덜일기 2010. 10. 16. 21:03

실로 몇달만에 왕비마마 모시고 집앞 개천 산책로엘 나갔는데, 여러가지가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도 있긴 했지만 운동기구들이 군데군데 좀 더 많아졌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구분이 좀 더 확연해졌으며, 자전거 무인대여기계도 십수개나 주르륵 놓여 있더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개천옆 교각마다 매달려 있는 모네의 그림들. -_-; 이걸 어떻게 봐야하는 건지... 그림은 반드시 미술관에서 경건한 분위기로만 감상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속으로 예술이 들어올수록 대중과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나중에 집이 더 넓어지고 색감만 잘 살려낸 그림을 만나기만 한다면, 복제본 그림을 사서 집안에 걸 용의도 있다. 하지만 개천 옆 교각에 붙어 있는 모네의 그림 복제품들을 보노라니, 어쩐지 슬퍼졌다.
사람들의 손을 탈까봐 그랬겠지만 그림들은 지나치게 높거나 멀리 달려 있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냥 아, 저기 그림이 걸려 있구나 하는 정도면 목적 달성이란 얘긴가? 물론 그림 근처에 친절한 그림 설명 안내판이 달려 있긴 했지만, 그림 설명만 읽을 거면 차라리 화집을 읽는 게 나을텐데... 과연 이 그림들은 비바람과 습기와 햇빛에 얼마나 오래 제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도대체 처음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이었을까? 주민들은 음습한 교각 아래를 색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 다들 좋게만 여기고 있을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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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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