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7.02 다시 개판 4
  2. 2014.08.08 고양이 ㅠ.ㅠ 9
  3. 2011.07.27 비, 운, 집 7

다시 개판

투덜일기 2016. 7. 2. 00:32

내방 아래층인 102호에 전격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더니, 한달쯤 비어있던 그 옆 101호에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다. 밤이면 어쩐지 음산하고 깜깜하던 아래층에 양쪽 다 불이 들어온 건 반가운 일인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102호 집주인한테 듣기로는 혼자사는 젊은 아가씨가 이사온 거라던데, 아침에 부부처럼 출근하는 남녀를 엄마가 종종 보았고 인사도 했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거 같고... 식구가 무려 넷이다. 반려견이 2마리나 있기 때문. ㅠ.ㅠ  처음 일주일은 좀 괴로웠다. 가뜩이나 잠귀도 밝은데다 요새 깊은 잠도 잘 못자서 괴로운데 새로운 집에 이사온 강아지들이 주인장 집비운 새에 낮이고 밤이고 꺼이꺼이 좀 울어댔다. 그래도 몸집 작은 강아지들이고 목소리도 크지 않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니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 그러면서 참는 수밖에. 다행히 일주일 쯤 지나니깐 적응이 됐는지, 아님 이제는 낮에도 누가 사람이 집에 있는지 개 우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에 이사온 101호 아저씨! 이상하게도 뒷마당을 폐기물 업체까지 불러다가 깨끗하게 치우고 나무도 정리를 하더라니....(우린 혹시 텃밭을 만들려나 상상했었고, 엄마는 거기 햇볕 많이 안들어서 농사 못지어요.. 라고 조언까지 했었단다 ㅋ) 거기다 개를 데려다 놓을 거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얌전함을 지하철에서 몇번 목격한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골든리트리버던가, 별로 안짖는 개만 안내견으로 쓰는 것도 같고.

하여간에 드디어 어제가 개를 데려온다던 D데이였다. 비가 좀 오락가락했지만 크게 개짖는 소리는 나질 않아 종일 깜박 잊고 있었더니만 밤 11시쯤 부터인가.... 작은 개가 끄응끄응 깨앵깨앵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 일하다 말고 수시로 2층 창밖으로 타일렀다. "조용히 좀 해라. 왜 우니. 시끄럽다..."

그것만도 짜증이었는데 새벽엔 아래층(개 2마리 키우는 102호)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왈왈왈왈 컹컹컹.. 작은 개 큰개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미친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으악... 개싸움이 벌어졌나. 이게 뭔가. 짐작컨대 나보다 더 시끄러움에 시달린 102호 사람들이 사태 파악을 하러 나갔던 모양.

그 뒤로도 길냥이들 때문인지, 떠돌이 개가 또 있는 건지... 암튼 컹컹 몸집 큰 개가 가끔 컹컹 짖고 작은 개는 깨갱깨갱 울어대고...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처량맞은 개울음은 커져만 가고 ㅠ.ㅠ

날이 훤해질 무렵 겨우 누워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사리를 만들고 있던 나는 오전 10시쯤 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생긴 개새퀴들이 우는지 얼굴이나 봐야겠다며 호기롭게 쿵당쿵당 계단을 내려갔다.

새까맣고 덩치 큰 개 한 마리와 몸집 작은 하얀 개 한마리가 뒷마당에 서로 멀찍이 쇠사슬에 매달려 있었다. 니들 왜 자꾸 우냐고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하는데 개주인 아저씨가 따라나왔다. 미안하다고, 자기도 밤새 괴로웠다고 사과를 하는데 뭐라고 따질 수도 없고 참 놔... 네, 쟤네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죠. 근데 좀 힘드네요.. 뭐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올라왔다. 아... 이 건물에 개평화는 이제 사라졌구나 ㅠ.ㅠ

근데 또 오늘 비가 좀 많이 내렸나. 낯선 마당에서 폭우를 견디는 게 힘든 건지 개들은 또 이따금씩 컹컹컹, 깨갱깨갱 울어대고... 출근을 안한 건지 102호 여자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아래층 개주인들끼리 말싸움이 났다. ㅠ.ㅠ 

무서워서 난 내려가보지도 못하고 귀만 쫑긋... 아... 불안하여라. 101호 개 아저씨 이사오는 날에 내가 얼마나 친절한 이웃 코스프레를 하면서 냉커피랑 매실차도 갖다주고 그랬는데 ㅠ.ㅠ 에고 의미없다. 

놀라운 건, 101호에서 키우는 개가 한 마리 더 있다는 거다. 그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베이지색 복실 강아지 한 마리가 또 튀어나오더니 나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헐.. 하긴 뒷마당에 묶여 있던 작은 하얀개도 내가 왜 우냐고 징징 대자 꼬리를 흔들어 대답했다. 이놈.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ㅠ.ㅠ 

하여간에 그렇다면 졸지에 이 건물에 사는 개가 총 다섯마리다! 그야말로 개판일세. 맙소사...다시 시작된 개판의 귀추가 무섭고도 궁금하다. 부디 어떻게든 평화가 찾아오기를...  어제보다는 적응을 한 건지 비가 그쳐서 그런지 째뜬 어젯밤보다는 조용한 것 같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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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ㅠ.ㅠ

투덜일기 2014. 8. 8. 01:05

어제 장을 보러가려고 주차장에 내려서다 흠칫 놀랐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계단 아래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다가 내 발소리에 놀라 야옹 하며 차 밑으로 숨었다. 비도 오는데 너 왜 거기 있어!? 하마터면 밟을 뻔 했잖아! 기겁해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얼른 차에 올랐다. 누군가 주차장 계단 옆에 우유 그릇과 통조림 캔도 놓아준 걸 보니, 새끼고양이에게 신경쓰는 이웃 주민이 있긴 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왜 비도 오는데 한데서.... 먹을 것 때문인가? 고양이 문외한이자 동물혐오주의자인 나는 도대체 그 고양이가 얼마나 어린지 가늠도 되지 않았고 그저 무서울 뿐이었다. 


암튼 조심조심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룸미러로 돌아보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땐 갑자기 억수로 비가 쏟아졌고 주차장으로 후진하며 계단 밑에 고양이가 없는 게 다행이다 싶었는데... ㅠ.ㅠ 앗... 새끼 고양이는 딴데로 간 게 아니라 계단 옆 모퉁이에 숨어 있었다. 엄마가 낙엽을 모아 퇴비로 쓰려고 담아놓은 비닐봉지와 계단 구석 틈새에... 으악.. 어떡해 어떡해... 집안에 들어가 엄마에게 얘기하니 아침부터 계속 거기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더란다. 다른 새끼 고양이도 두세마리 더 있다고...


다시 저녁때 비가 그치고 한밤중. 10시쯤 됐나, 조카를 집에 데려다주러 나가며 보니 아.. ㅠ.ㅠ 이젠 갔겠지 싶었던 새끼고양이는  그대로 계단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고, 자동차 엔진의 온기로 몸을 말리려했는지 똑같이 몸집 작은 형제 고양이들과 어미 고양이까지 차밑에 우글우글 모여있다 쏜살같이 달아났다. 원래부터 있던 흰바탕에 검정 무늬 새끼 고양이만 계속 구석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신고를 해야하는 건가(어디에?), 제 식구들이 돌보는 중인가(아프면 어미가 물고 가지 않을까..), 통 감을 잡을 수도 없고 불길한 느낌에 겁이 날 뿐이었다. 심각한 병이 들었나... 에이, 고양이 밥준 사람이 알아서 신경쓰겠지... 애써 모른 척 외면했다. 내가 뭘 어쩌겠어!


오늘 아침 뚜벅이로 외출하며 슬쩍 주차장을 들여다보니, 새끼 고양이는 그대로 그 자리... 아 난 몰라... 형제 고양이들도 어미도 보이지 않았다. 먹이 사냥을 간 걸까. 암튼 밖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새끼 고양이 아직도 거기 있으니 신경 좀 쓰시라고 얘기하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ㅠ.ㅠ 주차장 앞 골목에 어미 고양이인 듯한 큰 고양이가 떡 버티고 앉아 나를 노려보고, 형제 고양이들인듯한 조그만 녀석들은 차 밑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녀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내가 내려다본 각도에선 가지런히 모은 하얗고 검은 발만 보였다. 죽었나보다는 직감. 징징거리며 집으로 뛰어올라와 엄마에게 제발 나가보시라고 안달복달을 했다. 오후에 엄마가 들여다봤을 땐 다른 고양이들이 야옹야옹 달려들 것처럼 울어서 접근 못하고 그냥 두셨다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미 길냥이와 새끼 고양이들은 세상 떠난 새끼와 형제의 곁을 계속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는 죽은 고양이 좋은 데 가라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치우셨다고 한참 뒤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다. 께름칙하고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애묘인도 아니고 고양이 관련지식도 없다고 자꾸 발뺌을 하고는 있는데 문득문득 죽은 고양이의 가지런히 모은 발이 떠오른다. 반성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고 그저 길냥이 애묘인들에게 지탄받을 무관심과 비정함을 토로하는 이 글을 쓰는 건 가슴이 답답해 일단 어디라도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아서다. 뭔가 더 현명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앞으로 또 똑같은 일이 닥치더라도 뭔가 내가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할 것 같진 않다. 내게 길고양이는 아무리 작아도 그냥 무서운 존재인 걸...  불심 깊은 엄마의 기도 덕분에 정말로 좋은 데 갔기를(정말로 그런 데가 있다면;;) 덩달아 바라는 걸로는 안되겠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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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운, 집

투덜일기 2011. 7. 27. 18:15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언덕 동네에 자리잡은 우리집 뒤쪽엔 축대로 옹벽을 쌓고 그 위로는 잡풀과 잡목이 자라는 경사진 공터가 있다. 그런데 그해 여름 폭우가 쏟아져 작게나마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그 공터의 흙이 우리집을 덮쳤다. 마침 우리는 동해안으로 가족 피서를 떠났던 터라 서울지역에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줄도 몰랐다가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얼른 집으로 가보라는 아버지 동료의 연락을 받았다. 운이 좋았던 우리와 달리 아래층에선 두 사람이나 목숨을 잃는 엄청난 사고였다. 집 뒤쪽의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1층 아주머니와 작은 방에서 쉬고 있던 막내딸은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순식간에 밀어닥친 흙더미에 명을 달리했고,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저씨만 홀로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부리나케 집에 와보니 2층인 우리집에도 뒷베란다와 창문으로 흙이 밀려 들어와 내방과 동생방에 수북하게 쌓여있고 TV가 그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집을 보고 나니 아래층은 집안 전체가 거의 다 토사에 파묻혔다는 사실이 이해되었다. 2층에도 사람이 있는 줄 알고 119 구조대가 창문을 뜯고 들어와 확인을 했고, 이미 집안에서 흙을 퍼내는 작업이 한참이었다. 만약 우리가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막내동생과 나 역시 자다가 봉변을 당했을지 모른다며 다들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산사태가 그리도 무섭다는 걸 난생처음 경험한 셈이었다.

산사태로 아파트 2, 3층까지 흙더미에 파묻힌 광경을 뉴스로 보며 옛날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사고 수습을 하고 집수리를 하는 동안 거처를 모두 큰동생네 신혼집으로로 옮겨 피난살이 하듯 지냈다. 구청에선 집 뒤쪽 경사진 공터를 정비하고 수로를 내고 나무를 더 심었지만, 우리집은 창문과 베란다 섀시가 모두 파손되었는데도 '집이 무너진 건 아니'라며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집수리는 오로지 우리 몫이었다. 심지어 인명이 상한 아래층도 위로금조로 얼마간 나왔을 뿐 보상비는 없었다고 들었다. 상심한 아래층 아저씨는 곧이어 집을 팔고 이사를 나갔지만 우리는 잠시 이사 욕망에 '들먹'하다가 그냥 눌러앉았다.

고비가 번역한 <식스펜스 하우스>를 읽다가 나는 도시에 살지만 정작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한해가 멀다하고 상태 좋고 깔끔하고 번듯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한다. (중략) 마치 집을 커다란 여행 가방으로 보는 것 같다. 시골에서는 다르다. 우리는 어떤 집이 갈라질 때까지 살다가, 갈라진 틈에 회를 바른다. 집이 기울면 보강을 한다. 흔들리면 밧줄로 붙들어 맨다. 벌어지면 조인다. 무너지기 시작하면 토대를 덧댄다. 그러더라도 계속 그 집에 산다."(255쪽) 처음  이집에 이사를 왔을 때 무려 '연탄 보일러'를 때던 집은 석유보일러를 거쳐 도시가스 보일러로 바뀐 엄청난 난방의 역사마저 갖고 있다. 집수리의 역사는 말도 하기 싫다. 그러면서 줄곧 그 집에 살고 있다. -_-;; 우리의 경우 시골 사람들의 집지키기 철학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재테크 거부감과 귀차니즘 때문이다. 말로는 노상 이사 가고 싶다고 되뇌면서도 나는 사실 나이만 먹었지 이사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무섭다. 집을 팔고 사고 30년가까이 묵은 엄청난 짐을 정리하고 옮기고... 으어. 새삼 집안 돌아가는 꼬라지에 눈길을 돌린 엄마는 가을되면 뒷베란다 지붕도 고쳐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사를 가자고 말했지만, 나는 과연 이 집을 떠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무서운 비 이야기 쓰려고 시작했는데 얼토당토않게 집타령으로 끝을 맺을 줄도 몰랐다. 대체 아는 게 뭐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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