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탓하겠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2.09 방전 7
  2. 2011.01.07 그놈의 공부 20
  3. 2010.12.17 멀미 10
  4. 2010.12.08 어제 썼다 사라진 글: 꿈 4

방전

투덜일기 2011. 2. 9. 05:19

반드시 창작이 아니더라도 글과 관련된 직업은 대개 '말이 빠져나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채워넣지 않고 계속 줄줄 뽑아쓰기만 하면 어느 순간 번쩍번쩍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등이 켜지다가 완전히 방전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같은 번역가라고 해도 공력이 월등한 분들은 자가발전기 같은 게 늘 작동하고 있어서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하며 씁쓸해 한 적도 있었으나, 그런 분들도 쉴 새 없이 빠져나가는 말을 다시 채워넣는 과정을 간간이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사람마다 빠져나간 말을 채워넣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다시 책 속에서 말과 글을 골라 주워담아 비어가는 머리를 채우 것이 보통이다.

예전에 소형 카세트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를 들고 다닐 때 충전지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배운 건 음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배터리가 약해졌더라도 바로 충전기에 끼우지 말고 좀 더 방치해 완전히 방전시킨 다음 다시 충전을 해야 그나마 건전지가 오래간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나온 휴대폰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는 그럴 필요가 없어 수시로 충전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누누히 들었어도, 한번 익힌 버릇이나 습관은 쉬 고쳐지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거의 매번 배터리가 저절로 꺼질 때까지 휴대폰을 방치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내 고집이 맞다는 듯이, 2, 3년씩 휴대폰을 써도 남들보다 배터리 성능이 쉬 떨어지는 문제를 겪은 적은 없었다. (물론 아이폰의 부실한 배터리 문제는 워낙 유명하여 나도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지 두고볼 작정이다만;)

과거의 휴대폰처럼 여분의 배터리가 있다면야 완전히 방전이 되든 말든 아무 걱정이 없겠지만, 배터리 인심이 인색한 아이폰처럼 문제는 그 누구도 머리를 여유분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몇달에 한번씩 자진 방학을 해가며 한가로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방전을 피할 방법은 오로지 하나 미리미리 채워넣는 것뿐인데 참 그게 잘 안된다. 더욱이 작년엔 독서를 또 얼마나 게을리했던가. 작년에도 아마 읽다 그친 수많은 책들은 방전된 머리에 뭐라도 채워넣어보려고 잠깐씩 애쓰다 성급하게 중단한 흔적들일 것이다. 외출 직전에야 휴대폰이 방전된 걸 알고 한 30분쯤 충전기에 꽂아 겨우 한 눈금의 배터리로 불안불안하게 반나절을 견딜 때가 많은 나의 꼬락서니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쌀독 바닥에 깔린 한줌의 쌀알을 닥닥 긁어모으듯 억지로 쥐어짜 역자후기를 한 편 써 보내고 나니 정말로 완전방전이 되는 바람에 블로그에 쓰는 시답잖은 수다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또 반권쯤 책을 읽고 열심히 TV 영화를 찾아보았지만 잘 알다시피 이렇게 전전긍긍할 때는 배터리의 한눈금도 잘 차오르지 않는 법. 알량한 이 포스팅도 썼다 중단하기를 세번쯤 했나보다. 원래도 많이 비어 있는 머리를 가득 채우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그럭저럭 밟아 넣어서라도 눈금을 좀 더 늘려야할 텐데 이젠 완전히 불량 전지가 되어버렸는지 진득하니 충전하는 과정을 통 못견디게 된 것 같아 걱정이다. 노상 걱정과 반성만 하지 말고 공부좀 하시지!
Posted by 입때
,

6년 전, 첫째 조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공주의 부모들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노심초사했다. 유치원엔 무려 세살부터 다녔지만 선행학습 따윈 부질없는 짓이라 여겨 한글도 입학 직전에 3개월 속성으로 겨우 깨친 조카와 달리, 다른 아이들은 책을 줄줄 읽는 정도를 넘어 독후감까지 거침없이 쓴다는 '소문'에 바짝 얼었던 거다. 염려했던 대로 12월 생이라 또래보다 좀 늦된 조카의 초반부 학교생활은 퍽 힘겨웠고 아이는 가엾게도 무책임한 공교육과 매정한 담임에게 마음의 상처를 꽤 입었다. 별달리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도 단지 개성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아이를 교사들이 무조건 '사회적응 장애'로 몰아세운다는 사실을 우리도 비로소 깨달았다. 몰개성하고 유순한 규격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는 걸 교육자들은 정말로 모르는지 화가 치밀었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들의 경우엔 어느 정도 미리 '준비'를 하는 것으로 교훈을 삼을밖에. 
 
어쨌거나 여전히 개성 넘치는 성격으로 잘 자라준 조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가족들은 또 다시 불안초조하다. 요즘 중학교는 또 어떤 난관으로 아이를 힘들게 할까 싶어서 말이다. 흔히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를 잘 보내야 '공부 잘하는' 아이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공부 재능도 운동신경처럼 타고나는 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다만 뭐든 '중간쯤' 하는 평범한 아이였으면 좋겠는데, 워낙 '미친 사교육 열풍'에 휩싸인 사회 분위기에선 그 '중간쯤'도 쉽게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벌써 웬만한 아이들은 중학교 교과 과정을 미리 공부하느라 종합반엘 다니고 있다나 뭐라나.
 
까마득한 옛날 나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상당히 겁을 냈다. 내가 배정된 중학교는 국민학교부터 대학까지 거느리고 있는 '사립학교'였고, 그 사립 국민학교 출신들이 워낙 많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소문이었다. 아주 뛰어나진 않아도 '나름 우등생'이었던 큰딸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울 엄마도 주변에 조언을 구했는지 당시 진짜로 종로통에 있었던 '종로학원'에 영어와 수학 과목을 등록해놓았으니 새해부터 열심히 다니라고 나에게 말했다. 과외 한번 받아본 적 없는 내가 '학원'이라니 어린 마음에 바짝 긴장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나의 사교육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다. ^^; 딱 새해부터 과외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중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 내내 '잉글리시 펜맨쉽'이라고 적힌 공책에다 펜촉에 잉크를 찍어(!) 인쇄체와 필기체 대소문자 알파벳을 그려 연습하고 외웠을 뿐, 연일 동생들 데리고 스케이트나 타러 다니면서 팽팽 놀았다.

예전과 시대가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마음 같아선, 특목고다 뭐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입시광풍에 휩쓸리는 친구들을 목도하게 될 것이 분명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조카에게도 '마지막으로' 실컷 놀라고 해주고 싶다. '고모로서는'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조카의 영어공부를 봐주던 얼치기 과외선생으로선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영어과목에 대해선 요즘 부모와 애들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알기 때문이다. 영어에 목숨건 아이들은 이미 방학을 맞아 캐나다다 호주다 필리핀이다 해서 어학연수를 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도 토익 수준의 단어를 하루에 스무개, 서른개씩 외운다던가. -_-; 그간 조카가 영어단어 외우기를 죽도록 싫어해서 (한글 맞춤법 좀 틀려도 말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 공주의 주장;; 애당초 나도 영어 거부증을 면하게 해주려고 철자 달달 안 외워도 된다고 타일렀다가 그만 발등 찍혔다 ㅠ.ㅠ) 그냥 내버려뒀던 나도 요번엔 고삐를 죄었다. 방학동안 초등학교 기본 영어단어라는 800개는 점검하고 넘어가자고 말이다. 이미 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낱말이니까 잘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고 살살 달래보지만, 실은 나 역시 조카에서 속성 암기 기계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없다. 영어단어 외우라고 족치는 대신에 좋은 책이나 좀 읽고 곧 헤어질 친구들이랑 실컷 놀러다니라고 조언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를 잘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왜 다들 공부공부 미친 타령을 해대고 있는지 안타까운 노릇이다. 나부터도 공부라면 학을 떼겠는데! (쌘이와 미아를 비롯해 아직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친구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 옛날의 나와 똑같이 대체 왜 써먹을 데도 없는 어려운 수학이랑 과학을 공부해야 되느냐고 묻는 조카에게 나 또한 "살아가는데 다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뻔한 대답을 해주며 한숨이 나왔다. 영어권 나라로 여행 가고 싶으면 고모를 데려가거나 영어를 잘하는 친구랑 가면 되고, 어차피 프랑스에선 영어로 해도 안 통한다며? 라고 항변하는 조카에겐 이미 영어공부의 당위성도 없어서 말문이 막힌 내가 "꼴찌는 하면 안 되잖아!"라고 윽박질러놓긴 했으나 과연 조카의 속성 단어암기 프로젝트도 성공리에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으휴. 꼴찌 좀 하면 또 어떻다고... 그 역시 학창시절의 재미난 추억이 될 거라 여기면 좋을 텐데, 부지불식간에 꼴찌는 곤란하다고 튀어나온 걸 보면 나 역시 학력지상주의에 물든 속물이다. 
Posted by 입때
,

멀미

투덜일기 2010. 12. 17. 01:19

어렸을 때는 제법 차멀미를 하는 편이라 가까운 친할머니댁에 갈 땐 아무렇지 않아도 한강을 건너가야 하는 외할머니댁에 갈땐 엄마가 꼭 비닐봉투를 가방에 챙겨넣고 다녔다. 그렇다고 매번 멀미를 하는 건 아니었고, 운이 좋아 자리에 앉아 버스 창문을 열수 있다든지 기분이 좋은 날은 멀쩡했던 반면, 기분이 별로인 날엔 속이 비었든 찼든 멀미로 괴로워하던 아이였던 듯하다.

자라면서 괜한 차멀미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도 혹시라도 차안에서 글씨를 보면 거의 10초 안에 멀미 기운을 느낀다. 나의 조카들은 워낙 어려서부터 제 아빠가 모는 자동차를 차고 다녀서 그런지, 달리는 차안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책을 읽기도 하지만 나는 문자 메시지만 좀 오래 들여다보고 있어도 멀미를 하는 식이다. 글씨만 안 읽으면 아무리 차가 흔들려도 길이 막혀도 이젠 멀쩡한데! (반면에 지하철은 너무 오래 타면 멀미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지하구간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못견디는 듯;; 그게 지하철 멀미인지 아니면 폐소공포증의 일환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_-;)

대학 수학여행 때는 경비절약을 하느라 목포로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배로 제주도에 들어갔다가 올 때만 비행기를 타는 코스가 정석처럼 여겨졌다. 해서 우리는 목포항(여수항이었던가 -_-a)에서 저마다 귀밑에 동그란 멀미 패치 키미테를 붙였고, 일부 여학생들은 그러고도 마시는 멀미약까지 삼켰는데, 인솔자로 따라간 할머니 교수가 우리를 비웃었다. 당신은 운전을 하기 때문에 멀미를 안하신다나. 원래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들은 멀미를 안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차멀미와는 작별한지 오래였던 나도 혹시나 걱정스러워 키미테를 붙이기는 했었지만, 그 말에 자극을 받아 나중에 제주도에서 유람선을 탈 때 그냥 타봤더니 아무렇지도 않았고 차멀미 뿐만 아니라 배멀미도 극복해냈다고 속으로 뿌듯했다.

헌데 요즘 다시 버스를 타고 다닐 때 멀미하는 날이 많아졌다. 다 아이폰 때문이다! 예전 휴대폰 있을 때도 버스에서 문자를 재빨리 확인하고, 또 버스가 정류장에 서는 시간을 활용해서 재빨리 답문자를 보내는 일은 수시로 있었다. 음주운전 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운전 중에도 문자를 확인하고 보내는 걸 자랑스레 여기기도 했고. 물론 눈치없이 길게 컬러메일을 보내오는 경우엔 두어줄 읽고 얼른 창밖을 응시해 멀미를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하면 그만이었다. 워낙 휴대폰 자판이 손에 익어 운전중이든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든 답문자를 찍는 건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었고...

하지만 아이폰의 터치 자판은 가로로 돌려도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 찍어 보내기가 여전히 수월하지가 않은 데다, 문자와 상관 없이 버스만 타면 습관적으로 이것저것 어플을 눌러 확인하는 버릇이 문제다. 뭘 그리 중요한 메일 확인할 게 많다고 노상 메일함 열어보고, 트위터다 페이스북이다 열어보고 앉았는지 원... 가뜩이나 올해 부쩍 노안이 심해져서 눈이 금방 피로해지는 편인데 흔들리는 버스에서 휴대폰을 갖고 놀려니 왜 멀미가 안 나겠나.

아까  요가학원 나가면서 버스에서 또 습관적으로 아이폰질 하다가 문자 몇개 주고받았더니 곧장 멀미가 쏠려 반성하고 집어 넣었지만, 메슥거리는 속이 밤중인 지금까지도 가라앉지를 않고 있다. 저녁까지 소화 잘 안되는 걸 먹어서 그런가... 버스에서 글씨 오래 보면 반드시 멀미한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나는 매번 아이폰을 꺼내드는지 새삼 화가 나면서,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해야할 사안이라고 느꼈다. -_-; 인터넷 중독에 이어 이젠 아이폰 중독까지 되면 정말 곤란하다.

Posted by 입때
,


(어제 낮에 포스팅했다가 이상스레 사라진 글을 얼음배님의 도움으로 찾았다. 시답잖게 끼적인 신변잡기 잡문이라도 기껏 써놓은 글이 없어지니까 마치 소지품 하나를 잃어버린 것처럼 황당하고 기분이 나빴는데, 이렇게 찾고보니 딱 분실물 회수한 기분이다;;)

---------------------------------------------------------------------------------------------------
잠순이 답게 꿈도 없이 (단순히 기억을 못하는 거라지만 암튼;;) 깊은 잠을 푹 자는 게 좋은데, 요샌 자고나면 뒤숭숭한 꿈이 기억난다.

아래층 똥개임이 분명한데 모양새는 셰퍼드인지 누렁이인지 모를 커다란 개한테 물리기 직전인 상황. 나는 놈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얼어붙어 있다. 놈은 자꾸만 그 무서운 아가리를 벌리며 고개를 돌려 내 손을 물어뜯으려 하고, 나는 징징 울면서 개의 머리통을 놓지도 못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개 이빨에 아득했던 느낌. 그야말로 개꿈이다. 일주일도 더 지났는데 지금도 기억이 선명해 몸서리가 처지는 걸 보면 아래층 개에 대한 나의 공포가 어지간한 모양;;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길인데 자꾸만 난데없이 벽이 앞을 가로막아 쾅 부딪혀 나동그라진다. 거기서 꿈이 끝나면 좋으련면 카트라이더 게임도 아니고 어느새 멀쩡해진 난 또 페달을 밟고 있고 높은 시멘트 턱이나 벽에 또 온몸으로 부딪친다. 막 아파하며 계속 자전거 사고를 반복하다 마지막에야 비로소 소스라치며 깨어났다. 이 나이에 키가 크려나, 쳇. 체인에 기름만 쳐놓고 가을 내내 단 한번도 못(안)타고 겨울을 맞은 느루에 대한 나의 죄책감이 불러낸 꿈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장소는 학교. 환경미화 상태로 봐선 초등학교인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한 온갖 나이의 학생들이 만들기 수업을 하다가 사이렌 소리에 복도로 나가보니, 새까맣게 전투경찰들이 몰려와 구둣발과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쾅쾅 소리를 내 겁을 주고 있다. 나는 소국(?) 한 줄기를 들고 미술관 복도 같은 곳으로 이리저리 달아나다가 전경을 피해 어느 책상 구석으로 숨어든다. 반대편에서 살금살금 내쪽으로 오려는 어린 학생들한테 움직이지 말라고, 그러다 다 들킨다고 화를 내다가 깨어났던가... 이 꿈은 어수선한 시국탓이렸다.

원고마감 때문에 30시간 계속 깨어있다가 시체처럼 쓰러졌던 어제 저녁에 잠시 눈을 붙였을 땐 그냥 계속 이리저리 쫓겨다녔다. 누가 쫓아오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며 달아나는데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뭘 좀 먹으면 다리 놀림이 빨라질텐데 싶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도 식탐이라니. ㅋㅋㅋ

초절정 마감중이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블로그질은 줄곧 부지런히 하는 인간인데 일요일 새벽 난데없이 모니터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하드가 안 나간게 얼마나 다행인지!)
동생네 모니터를 떼와서 번역하던 파일을 옮기는 삽질을 해야했고, 노트북으로 작업은 가능했으나 어쩐 일인지 노트북은 인터넷선을 인식못하는 만행을 부렸다. 해서 어제 또 다시 동생네 모니터를 공수해 와야 했고, 오늘에야 비로소 급사죄와 함께 일부 원고만 쏘아주고는 시방 또 이러고 있다.

이참에 컴퓨터를 새로 살까도 생각했으나, 프로그램 깔고 파일 옮기고 어쩌고 하는 과정에 들일 시간이 아까워서 일단 점심먹고 나서 모니터나 하나 급히 사올 작정. -_-;; 요번엔 온라인으로 사고 택배 기다릴 여유도 없다. 잊지 말고 매일매일 원고 백업할 것.

마음이 이렇게 콩닥콩닥 바쁘니 개에 물리고 자빠지고 쫓기고 하는 꿈을 안 꿀 리가 있겠나.
설상가상 내일은 할아버지 제사다. 며칠 전에 친척분들한테 미리 죄다 연락해야 하는 임무를 잊고 있던 탓에 어제 오늘 어른들한테 전화로 계속 혼났다. 왜 하필 동생네는 또 이사를 가가지고 말이지. 아침 내내 주소와 길 설명하느라 문자를 수십통 날렸다.

아, 12월이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