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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투덜일기 2009. 9. 9. 17:43

꿈속에서도 이게 꿈이라는 걸 인식하는 꿈이 있는가 하면, 너무 생생하고 자세하여 완전히 현실로 받아들이며 전전긍긍하는 꿈이 있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인가, 암튼 오늘 일어나기 전에 꾼 꿈은 너무도 생생하고 오래 이어져 정말인 줄 알고 한참 놀랐다.

매일 정오 무렵 동네를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채소 트럭의 방송 때문에 잔뜩 신경질을 부리며 잠에서 깨고 보니 목이 잔뜩 부어 침 삼키기가 어려웠다. SS501의 김현중도 신종플루에 걸렸다는데 혹시나.. 하면서 내 이마를 만져보니 꽤 뜨끈뜨끈했다. 신종플루로 염려하는 체온이 몇도라더라.. 궁금해하면서 얼른 일어나 엄마 몰래 엄마방에 가서 체온계를 가져왔다. 39도에 육박하는 체온을 확인하고 보니 온몸에서 기운이 탁 풀리며 어느 병원엘 가야하는지 걱정부터 앞섰다. 나흘째 외출도 안했는데 어디에서 감염된 거지? 그렇다면 요 며칠 계속 바삐 외출건수를 늘려온 왕비마마한테 옮은 것은 아닌가? 일단 마스크부터 하고 엄마를 찾으니 온가간다 얘기도 없이 엄마는 집에 없고, 나는 얼른 온 집안을 환기시키고 청소를 하고 엄마한테 옮기기 전에 병원엘 가야한다고 집을 나섰다. 일단 집 근처의 내과엘 들어가니 내 마스크를 쓴 꼬락서니를 보자마자 입구부터 내쫓으며, 큰 병원엘 가란다.
신종플루로 입원하게 되면 자동차를 집에 두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택시를 잡는데, 마스크 때문인지 아무리 기다려봐도 빈 택시들은 쏜살같이 달아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기자 거기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버스 운전기사도 엄청난 전염병 환자 대하듯 피하며 버스에 태워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터벅터벅 걸어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걸어가는 중인데, 일부러 지름길로 가려고 대학교 후문으로 들어섰더니 가도가도 산속이다. 엄마 모시고 수백번도 더 가던 길을 왜 못찾는 것인지. 열에 들뜨고 마스크 때문에 호흡도 가빠진 나는 그만 길바닥에 주저 앉아 징징 울고만 있는데,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나를 보자 보란듯이 자동차 문을 철커덕 잠그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휴대폰으로 아무리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고, 동생들한테 연락을 하면 혹시 조카들한테 신종플루를 옮길 수 있으니 안된다고 결심한 나는 그냥 혼자 숲속에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는데,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눈을 떠보니 S병원으로 가는 오솔길이 아니라 내방 이불속이었다. 휴우.. 다 꿈이었구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는데 역시나 목이 잔뜩 부어 침도 못삼킬 상황이고, 거울을 보니 열에 들뜬 얼굴이 벌그레 했다. 엄마가 얼른 체온계를 가져와 체온을 재보더니 큰일났다며 전전긍긍하셨다. 신종플루인 것 같다고. 그치만 엄마는 멀쩡하시다고... 얼른 나는 엄마를 바깥으로 내쫓고는 신종플루 거점병원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는데, 도통 접속이 되질 않았다. S병원에 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꿈속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잡는 데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려 에라 모르겠다 차를 갖고 병원으로 출발을 했으나, 자기도 마스크를 하고 있던 주제에 마스크를 한 내 모습을 본 대학 후문 주차요원이 차단기를 열어주질 않네그려! 차에서 내려 그 여자와 마구 목청 높여 말싸움을 하던 나는 맥이 빠지고 정신이 아득해져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킬킬.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역시나 이불 속. 나는 꿈속에서처럼 얼른 누운 채로 침을 삼켜보았으나 멀쩡했고 이마도 서늘했다. 신종플루 걸려서 한 보름 격리되고 싶다더니만, 내 무의식은 실제로 그럴까봐 덜덜 떨고 있었나보다. 어쨌거나 두 모녀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 후다닥 6년근 홍삼정을 주문했다. 자발적으로 건강식품 챙겨먹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니 문득 서글프다. 흣.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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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투덜일기 2009. 4. 3. 17:33

내가 완전히 강박증 환자라는 얘기는 아니고, 사람마다 약간씩 강박증에 가깝게 신경쓰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강박증은 좀 센 말이고 그저 염려증 정도가 적당하려나.
나도 몇가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부분이 있다.

첫번째는 손씻기. 볼일을 보고나서 손을 씻거나 뭔가를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밖에 나가선 손 안씻고 밥도 잘 먹으면서 집에 있으면 커피 한잔을 마시려해도 먼저 손부터 씻고 있다. 문제는 그냥 나만 그러고 살면 되는데, 온종일 엄마한테 손씻으라고 잔소리 하는 것. +_+
울 엄마는 예로부터 전쟁을 거쳐 물 길어 먹던 세대를 오래 살았던 지라, 웬만해선 손을 안씻으신다. ㅋㅋ 씻으라고 잔소리 하면 물 묻히는 시늉만 하시는 정도. 꼭 <비누질> 하시라고 덧붙여도 손씻는데 30초도 안걸리나보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가 손을 너무 자주 씻는다고 타박이다. 으휴.
그치만 손만 잘 씻어도 감기에 걸릴 확률이 반으로 준다는데!

두번째 염려증은 컴퓨터가 어느 순간 망가져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
거의 컴맹인지라 아주 가끔 <치명적인 오류> 어쩌구 하는 글귀를 볼 때면 겁부터 난다. 최근 10년동안 두번, 컴퓨터가 망가진 적이 있었다. 처음 망가졌을 땐 아무 대책없이 모든 파일을 다 날리고 복구도 하지 못해 새 컴퓨터를 장만하며 정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컴퓨터 수리를 하러 온 기술자의 실력부족 탓이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이미 엎어진 물. 그래서 옛날 초기에 작업한 책들은 원고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두번째로 컴퓨터가 이상해졌을 땐, 일부 파일을 복구해주어서 너덜너덜해지긴 했어도 자료를 얼마간 건질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컴퓨터에 든 자료를 날릴까봐 염려하면서도 그간 백업을 해놓는다든지 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가 노트북이 망가져 원고를 모두 날리고 전전긍긍하는 에피소드를 봤을 때부터, 나도 백업해두는 습관을 들여야한다고 생각은 오래 품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나마 노트북이 생긴 뒤로 usb로 간간이 공유해돈 파일이 있긴 해도 체계적인 백업은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웠다. 원고를 날릴까봐 늘 불안에 떨면서도 외장하드를 사야지 사야지 마음만 먹다가 드디어 실천에 옮긴 게 불과 지난달이다. 그런데 그렇게 죄다 복사해놓고도 여전히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외장하드도 에러나면 어쩌나, 이러면서. +_+

세번째 염려증은 매사를 의심하고 걱정하는 나의 태도 자체다.
오늘도 교정지를 퀵 아저씨에게 보내며, 마구 불안했다. 이미 내 머리속에선 퀵서비스 아저씨가 요리조리 복잡한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리다 사고가 나 심하게 다치고 상자에 든 원고는 어디론가 내팽개쳐지는 장면이 연상되고 있었다. 켁. 물론 퀵서비스며 택배로 출판사와 원고를 주고받은지 몇년동안 그런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는데도!
조금전엔 엄마가 동네 친구의 부추김을 받아 뒷동산 산책을 가셨는데, 엄마가 돌아오기까지 나는 계속 부실한 다리로 언덕을 오르다 나동그라져 구급차를 부르는 상황에 놓인 엄마의 모습이 자꾸 상상돼서 안절부절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모시고 산책나가는 건 또 싫다. -_-;
노파심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점점 실감하는 나이가 된 겐가. 젠장.
요 며칠처럼 잠을 부실하게 자면 확실히 쓸데없이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도 같다. 
그저 잠이 보약이려니 생각하고 오늘은 푹 좀 자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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