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벌써 두번째인데도 불쾌감이 들어 고발감(어디에?)이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정체가 무엇인고 하니... 대학병원 채혈실에서 울 왕비마마께 하달된 임무 가운데 소변 샘플을 받아내라는 앰플이다. 뒤에 놓인 비닐에도 식후 채혈을 위한 혈액 앰플 한 개가 들어있다. 본인이 들고 다니다가 식후 2시간 지나 시간 맞춰 들고 오라고...
예전엔 단순히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두개를 주고 적정량을 반반씩 나눠 담아 검사실 앞 쟁반에 넣어두라고 했었는데, 얼마전부터 저렇게 본인이 소변을 일단 컵에 받아서 저 작은 앰플 뚜껑을 열고 직접 채워넣으란다. 시료의 오염을 막고 악취도 줄이고, 운반하다 쏟거나 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이해는 된다. 그러나 결국 병원 관계자들이 지들 편하자고 환자들을 더 불편하게 시시콜콜 귀찮은 일을 시켜먹는 처사가 아니고 무언가! 식후 채혈용 앰플도 왜 굳이 환자더러 들고 다니다가 가지고 오라고 하는지?
왕비마마는 심신이 건강해지면서 자신감마저 넘쳐 간단한 진료과는 혼자서도 동네 의원이나 대학병원을 찾을 정도가 되었지만, 기계에서 처방전 따로 뽑아 멀리 떨어진 약국 가서 약타고, 식전 식후 시간 맞춰 채혈 및 소변 채취하는 것까지는 너무 복잡해 내가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다. 대학병원 채혈실에도 저런 복잡한 소변채취 과정이 불편하면 직원에게 말하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고, 채혈이 끝난 뒤 저렇게 앰플과 소변컵을 울 엄니께 내밀며 직원은 딸더러 시키라고 말했단다.
물론 왕비마마는 저 정도는 본인이 할 수 있다고 코웃음치며 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몇년 전처럼 상태가 별로 안좋아져 손이라도 떨리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내가 같이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지팡이 짚고 오신 홀로 할머니 환자들도 많던데 그분들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말로 부탁하면 직원들이 화장실까지 따라들어가서 앰플에 붓는 걸 도와줄까? 병원측에선 저걸 '시스템 개선'이라고 여겼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분명 '개악'임을 모를까? 병실 입원 환자한테도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으면 절대 안되는 상황이고, 간호사들의 존재 이유는 대체 뭔가 싶은 때가 많은데 이젠 진료 환자들에게도 연로한 경우엔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려는 걸까?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도 이 나라의 건강보험이 미국 같은데 보다는 훌륭하다 생각하지만, 대형병원 시스템은 일반진료든 입원치료든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병원직원 노조가 1년에 한번씩은 꼭 농성을 벌이며 처우개선을 요구하던데, 소변 앰플 자가처리도 그들의 요구사항이었을까, 아니면 인원삭감으로 어쩔 수 없이 저런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일까,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유감은 유감! 다른 대학병원들도 저런 식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