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면 얼추 체온과 같다. 근데 이제 해마다 여름엔 이런 더위를 노상 겪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깊은 한숨. 어쨌거나 딱 입추 지나고 이틀 뒤였던가 소나기 좀 내리면서 더위가 한 풀 꺾여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이젠 30도쯤 되는 더위는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게 되었다. 고맙게도 서울엔 엊그제부터 열대야도 사라져 밤엔 좀 춥기까지 하다.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이 그 어느때보다도 실감나던 열흘남짓, 마루에 달린 소형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돌려도 열기를 풀풀 뿜어대는 컴퓨터 본체 때문에 좀처럼 방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루에 상을 펴고 오래된 노트북을 꺼내놓는 고육지책을 실천해보았지만 온라인 검색 기능 없이 작업을 한다는 게 어찌나 성가시고 짜증스럽던지! 게다가 에어컨 바로 아래 앉으니 또 산소부족인지 정신이 몽롱하고 정신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일이 하기 싫었을수도 ㅋ) 게다가 핑계 삼기 좋게 또 밤마다 올림픽 생중계. 어차피 더워서 잠도 못 잘 거 TV나 보자 하며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올림픽 중계를 찾아보았다. BMX인가 하는 자전거 경기 완전 멋지더라!
결국 그 기간동안 작업한 원고 분량은 정말... 눈물겹게 적다. 드디어 밤엔 좀 서늘해졌으니 컴퓨터를 다시 켜고 의자에 앉아야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마음 먹는데만 이틀이 걸린 것 같다. 물론 거추장스러운 노트북을 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그보다 짧은 하루. 그렇게 어렵사리 앉은 컴퓨터 앞에서 또 일은 아직 한톨도 안하고 그간 아이폰으로 답답해서 잘 못본 블로그 파도타기나 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으냐. 그간 본 영화 후기 쓰고 싶어서 더욱 밍기적거리는 것 같아 일단 여기다 뭐라도 적어놓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 더위 탓이려니, 그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