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준비

삶꾸러미 2007. 2. 16. 16:58
8남매 장남이신 울 아부지의 자랑스러운 '고명딸'로 태어나
나는 명절에 대한 기억이 아스라히 남아 있을 때부터 명절 노동에 손을 보탰던 것 같다.
제일 쉬운 단계인 "생선 전 밀가루 묻히기"부터.. ^^;;

이제 그 일은 작년부터 정민공주의 몫이 되었으니..
정민이도 나중에 커서 명절이면 자기도 엄마랑 고모 거들어서 포뜬 생선에 밀가루 묻혔다고 추억하게 되겠지.

"남들 다 가는"(?) 시집을 안 가고 버티기에 들어간지 꽤 됐지만
명절은 며느리가 아닌 나에게도 제법 버거운 노동의 장이다.
부실한 엄마 대신, 장보기부터 명절음식 총감독을 해온 연차가 제법 되기 때문...
음식 솜씨 좋으신 작은엄마들이 명절이며, 제사 때마다 미리 와서 도와주시지만, 이젠 환갑을 바라보시는 그분들은 좀 쉬실 때가 된 것 같아서, 올케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작년부터 우리끼리 음식준비 다 해보자고 다짐했다.
우리식구만 달랑 먹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
3, 40명쯤 되는 친척분들이 드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건 역시나 부담이 크다.
하지만 몇년간의 전적으로 보아, 올해도 무사히 맛있고 푸짐하게 잘 지나갈 것이라 여기며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명절 때 다 팽개치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픈 나의 "로망"이 과연 언제나 이루어질까.. 하는 것이 서글플 뿐. ^^;;
하긴 그런 로망이 있긴 해도, 일년에 몇번 우글우글 다들 모이시는 친척분들이랑 맛있는 거 나눠먹고 세뱃돈 받고(요샌 부모님 밖에 안 주시지만 ㅜ.ㅜ;;)
고스톱 치시는 작은 아버지들 옆에서 개평 얻어내고, 애들 끼리 윷점치고 그러는 게 나는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고 제법 즐기는 편이다.
명절의 즐거움이 여성들의 가열찬 노동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속상한데... 그거야 아부지를 비롯한 모든 남자들을 자꾸 부려먹으면 되지 않을까...(라지만 막강한 설거지를 좁은 부엌에서 해치우는 건 아무래도 동생놈들한테 역부족이더라. 쩝..)

암튼 오늘은 난생처음 수정과를 끓이고 있다.
마음 같아선 조카들이 좋아하는 식혜도 만들고 싶지만, 아무래도 엿기름과 밥알 띄우는 게 자신 없어서, 그냥 계피와 생강을 푹푹 끓이기만 하면 되는 수정과에 도전했다.

온 집안에 풍기는 계피 냄새가 그럴듯하게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과연 제 맛이나 나주려는지.. 슬쩍 걱정이 든다.

오늘 안에 대청소도 해야하는데...쩝.
청소는 아무래도 나보다 더 꼼꼼하신 아부지를 닥달해봐야겠다.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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