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

투덜일기 2011. 8. 6. 05:39

알람을 서너 개 동시에 맞춰놓은 것처럼 별안간 매미가 울어댄다.
모니터 하단의 시계를 보니 다섯시 반이 조금 안됐다.
창밖 하늘은 어느새 훤하고 마침 오늘은 분홍색 아침 노을이 예쁘다.
마음이 급해진다.
오늘도 목표 분량을 채우지 못하고 날이 새버렸군.
쓰르라미인지 매미 울음소리가 조롱처럼 들려 공연히 심술이 난다.
새벽 하늘이 좀 더 밝아지면 새들까지 날아들어 더욱 시끄러워질 게다.
녀석들의 출현시간은 대개 여섯시 반쯤.
몇년 전 열심히 조류도감을 검색해 이름을 알아둔 곤줄박이 말고도
요샌 집앞 나무에 찾아드는 새들의 종류가 꽤 다양해졌다.
지저귀는 소리 또한 제각각.
그 중에는 까치가 제일 흉하게 운다.
까치 울음을 누가 길조라했는가.
다른 새들은 종류별로 풀피리를 부는 것처럼 영롱하게 노래하는데 반해
까치 울음은 욕심쟁이가 포악을 부리는 투정 같다.
대체 우리집 마당에 뭐가 그리 먹을 게 많다고 새벽마다 찾아오는지 원.
이제는 다 떨어져 사라진 듯한 버찌를 먹으러 오는 것 같진 않고 내가 모르는 벌레류가 많은가?
설마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자꾸만 잡생각으로 빠져드는 머리를 다잡아 원고량이나 좀 더 늘리지 그러셔.
진짜 올빼미는 밤 사냥을 마치고 둥지로 쉬러들어갈 시간일 텐데
얼치기 올빼미는 날이 밝아도 편히 잠자리에 누울 수가 없다.
일도, 잠도, 생각도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여름 새벽.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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