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좋다

투덜일기 2011. 8. 3. 01:59

주말에 사촌동생네 아기 돌잔치에 갔었는데 답례품으로는 처음 받아본 게 있어서 소개한다. 언제부턴가 돌잔치를 하면 주최측에서 꼭 답례품을 돌리는 게 유행이다. 잔치를 준비하는 엄마들로서는 아가들 한복 준비하랴, 본인 의상 챙기랴, 입구에 세워놓을 사진장식 준비하랴 바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텐데 답례품까지 골라 주문하려면 정말 머리깨나 아플 것 같다. 조카들 때도 그렇고 다녀보면 돌잔치 답례품에도 유행이란 게 있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제일 흔한 건 주방용 작은 수건이나 행주, 아니면 머그잔이다. 돌잔치 답례품이 정민이 때만해도 없었으니 대대적으로 유행한지는 10년 정도밖에 안 된 듯한데, 최근까지도 수건과 머그잔을 받은 기억이 있으니 아직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주방용 수건도 행주도 머그잔도 별로 달갑지 않다. 준비한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미리 슬쩍 확인해서 머그잔이 마음에 안들면 괜히 짐만 되는 걸 알기에 사양해보지만, 고약한 내 심보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건지 그런 답례품은 꼭 두개나 챙겨주더라. ㅠ.ㅠ 버리기도 뭣해서 그런 머그잔을 꺼내놓고 더러 물잔으로 쓰기는 하지만 취향이 다양하니 내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일 리가 없다. (그리하여 결국 내다버린 답례품 머그잔 꽤 여럿이다. 다 낭비라고!) 주방은 원래 내가 선호하는 공간도 아니니 주방 수건이나 행주는 선물로 받고 싶지 않다! (게다가 우리집 수납장에 들은 행주는 대체 다 어디서 난 건지 내가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쓸 만큼 많고, 돌잔치마다 받아온 주방수건--나는 쓰지도 않는데!--도 골치아프게 여러 개다. -_-;) 역시나 주방용품인 작은 쟁반을 받아온 적도 있는데 이건 꽤나 요긴하게 사용중이다. 일부러 그림 예쁜 걸로 내가 골라오기도 했고. ^^v

암튼 엄마들의 아이디어인지 답례품 전문회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계속해서 트렌드가 변해가는 듯한 돌잔치 답례품 가운데 최근 내가 가장 므흣하게 받아온건 앙증맞은 상자에 담긴 수제쿠키였다. 요번에도 상자를 딱 보니 수제쿠키인 것 같아서 입맛을 다시며 두 상자 가져와야지, 라고 욕심을 부렸는데 묵직한 무게로 보아 쿠키가 아닌 듯했다. 그럼 혹시 전에도 받아본 적 있는, 분홍색 하트를 새긴 백설기인가, 짐작했다. 그치만 여름인데! 겨울이나 봄, 가을엔 떡을 답례품으로 받은 적이 있기는 했으나 여름 잔치에 떡 선물은 쉴까봐 조마조마할 것 같다.

궁금증을 못이긴 큰고모가 먼저 차에 오르자 마자 열어보니 뜻밖에도 저 상자 안엔 국산 잡곡이 들어 있었다. 어쩐지 묵직하더라니...
비용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생각해보니 일단 건강에 별로 이롭지도 않은 쿠키보다는 잡곡이 훨씬 의미 깊고 좋은 것 같다.


포장을 열면 안에 또 예쁜 레이스 종이를 감은 잡곡 비닐이 들어있고, 혼용율을 적은 스티커가 보인다. 흔히 돌잔치 주최측에서 오래 쓸 수 있는 머그잔이나 주방용품을 선물하는 건 그만큼 오래 첫돌 맞은 아이를 생각해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내 입장에선 그것 또한 귀찮게 늘어나는 살림살이일 뿐, 차라리 떡이나 쿠키처럼 훅 먹어버리면 그만인 답례품이 더 좋았다. 헌데 아무래도 떡이나 쿠키는 열량을 생각하면 건강에 그리 좋은 게 아니랄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산 잡곡은 우리 농촌에도 이롭고 모두의 뱃속에도 좋은 선택이 아닌가! 전통적으로 이웃에 돌떡을 돌려 나눠먹으며 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풍습과도 일맥상통하면서, 뭔가 건강을 선물 받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암튼 좋은 아이디어, 현명한 답례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또 이렇게 구구절절 수다를 떨었다. 앞으로는 과연 쿠키, 잡곡 말고 또 어떤 기발한 돌잔치 답례품들이 나타날지 그것도 궁금하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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