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이로 막가

투덜일기 2011. 7. 27. 03:19

그야말로 70년대 유머가 생각나 제목을 저리 적었다. 저게 세상에서 제일 날씬한 일본 사람 이름이었던가? 헛. 답은 생각나는데 질문이 정확하게 떠오르질 않는다. -_-'

암튼 서울경기 지방에 호우경보가 내렸다지만 희한하게도 내가 딱 왕복 100km를 운전해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오는 동안엔 무서운 폭우가 계속 나를 피해다녔다. 길이 너무 안 막힌 덕분에 약속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이리저리 마트를 배회하다 시간 맞춰 커피집엘 가보니 친구는 비옷에 장화까지 신고 앉아 있었다. 내가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만해도 환하게 말짱했던 바깥 하늘은 시커멓게 변해 우산으로도 도저히 가릴 수 없는 폭우를 퍼붓는 중이었다. 무섭게 내리던 비는 우리가 커피, 밥, 또 커피를 곁들여 긴긴 수다를 떠는 동안 다시 잦아들어, 느즈막히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또한 수월했다. 결국 나는 챙겨간 우산을 단 한번도 펴지 않았고, 세찬 빗줄기에 자동세차 하듯 차체에 떨어진 무궁화 꽃잎 좀 씻겨 내려가길 빌었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귀가하자마자 다시 천둥치며 쏟아지는 폭우가 새벽까지 그치질 않고 있다. 베란다 지붕에 '빵꾸'라도 낼 것처럼 몹시도 요란하게.

폭우속 밤길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줄 잘 알기에 이런 날 교묘히 시간차 공격을 해준 비가 고맙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 벼르다 세차하고 나면 꼭 비오는 징크스가 쌓여 이젠 빗물 자연세차도 못하게 '비사이로 막가' 신공까지 불러온 것인가 싶어 킥킥 웃음이 났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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