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섣불리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거나 평생 잊지 않고 꿈을 좇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뉘는 것 같다. 멋지다고 추켜세우거나 현실감 떨어진다고 좀 한심해 하거나. 대부분 현실과 타협하면서 꿈을 포기하거나 잊기 때문이다. 꿈을 잃지않고 끈질기게 좇아 결국 성공한 사람들에게 세상의 갈채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꿈이란 것이 다분히 허황되고 실현 가능성이 낮을 때, 사람들은 냉혹하게 낙오자라는 도장을 찍고 만다. 인생은 결코 꿈만으론 살 수 없는,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주변에 이상스레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충무로 바닥에서 한동안 연출부 막내부터 경험을 쌓기도 했고 전세금을 뽑아 돌연 유학을 떠난 이도 있었다. 그 가운데는 조감독 호칭을 받을 때까지 버틴 이도 있으나 결국 영화감독으로 입봉에 성공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판이란 곳이 마약이나 개미지옥인듯, 조감독이 마지막 경력이었던 사람은 좀체 다른 일에 정착하지 못했고 거의 무위도식하며 백수로 늙어가도록 '이감독'이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한심스러운 '낙오자', '패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몇편의 영화 포스터와 엔딩 크레딧에 연출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연봉이 백만원도 안되는 기막한 현실에 질려 충무로 판을 영영 떠난 이들은 이제 확실히 꿈을 버린 것 같다. 영화판은 포기했어도 그나마 얼추 비슷한 영상 쪽을 대안으로 선택한 이(=큰동생 이야기다 ^^;)는 여전히 열심히 영화를 보러다니며 관객으로서 한국 영화계를 응원중이다.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겠다며 늙으막에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는 충무로를 떠나 일반 회사에 취직을 한 이후로 십수년간 영화관에도 가 본 적이 없단다. 뭔가 아주 심하게 학을 뗀 모양이다. 그 외 친구들은 잘 모르겠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 밖에는.
마흔살이 넘도록 아직 밴드의 꿈을 못 버린 이도 있다. 스무살 언저리에 부모를 졸라 거금 들여 장만해놓은 온갖 악기와 컴퓨터 기기를 아직도 보물단지 모시듯 껴안고 산다.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이 얼마나 되기에 그 꿈을 이십여년간 못버리고 백수로 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하필 밴드에서 그가 맡은 파트는 드럼이다. 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역시나 보컬 아니면 기타 연주자 아닌가? 내가 그 방면에 무지하기도 하지만, 드러머로 이름 높였다는 사람 당최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요즘 우후죽순 많아진 서바이벌 프로그램 가운데 <탑밴드>라는 게 있단다. 그리고 문제의 이 사람도 자기네 밴드와 함께 그 프로그램에 나왔더란다. 보기좋게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말이다.
백발이 성성해서도 근육질의 몸으로 멋지게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을 상상하면 꽤나 멋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의 이면에 제 밥벌이도 못하고 늙도록 부모님이 주는 용돈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생활고가 감추어져 있다면 슬프기만 하다. 홍대에 가면 기타를 둘러매고 오가는 젊은 음악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이 아무리 밝고 빛나더라도 나는 불쑥 그들이 가엾다. 쟤네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임재범 콘서트에 갔을 때 본 영상이었던가, 천하의 임재범도 <나는 가수다>에 나와 새삼 조명을 받기 전까지 한달 수입이 저작권료로 들어온 7천원돈 밖에 없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이제는 TV에 노상 얼굴을 비추며 돈방석에 앉겠겠다 싶은 부활의 김태원도 그 이전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했다니 말해 무엇할까. 이 땅에선 밴드로 밥벌이 해먹고 산다는 게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은 과연 응원을 해주어야 할까, 정신 차리라고 질책을 해주어야 할까.
따져보면 내 주변에서 현재 그럭저럭 제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다 젊어서 꾸던 원대한 꿈을 버렸거나 꿈을 소박하게 변경한 사람들인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으니 이의를 제기하실 분 있으면 언제든 환영! (내 생각이 교정될 수 있도록, 제발이지 나는 꿈을 이루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예 젊어서 품은 찬란한 꿈이 뭐였는지도 기억에 없다. 번역은 그저 7년간의 직장생활이 지겨워질 무렵 평생 직업으로 딱 좋겠다 싶은 하나의 대안이자 선택이었을 뿐, 엄청 선망하는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단 시작은 했으되 성공할지 말지 알 수도 없고 크게 자신도 없었는데, 하면 할수록 일이 어려워 자신감은 나날이 떨어지고만 있다. 그러니 새로운 꿈은 꿀 여력조차 없는 느낌이다. -_-;
어린아이들에게, 청소년에게는 끊임없이 니들은 꿈이 뭐냐고 물으며 꿈을 향한 그들의 행보를 한껏 부추기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꿈이란 건 그저 과거의 갈피에 잘 간직해두거나 절대 손닿지 않는 곳에 높이 올려두어야만 빛이 나는 허상 같다. 설사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꿈의 직업이 현실의 무게와 어우러지면 본래의 빛을 잃고 마는 게 아닐지.
과거 주변에 이상스레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충무로 바닥에서 한동안 연출부 막내부터 경험을 쌓기도 했고 전세금을 뽑아 돌연 유학을 떠난 이도 있었다. 그 가운데는 조감독 호칭을 받을 때까지 버틴 이도 있으나 결국 영화감독으로 입봉에 성공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판이란 곳이 마약이나 개미지옥인듯, 조감독이 마지막 경력이었던 사람은 좀체 다른 일에 정착하지 못했고 거의 무위도식하며 백수로 늙어가도록 '이감독'이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한심스러운 '낙오자', '패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몇편의 영화 포스터와 엔딩 크레딧에 연출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연봉이 백만원도 안되는 기막한 현실에 질려 충무로 판을 영영 떠난 이들은 이제 확실히 꿈을 버린 것 같다. 영화판은 포기했어도 그나마 얼추 비슷한 영상 쪽을 대안으로 선택한 이(=큰동생 이야기다 ^^;)는 여전히 열심히 영화를 보러다니며 관객으로서 한국 영화계를 응원중이다.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겠다며 늙으막에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는 충무로를 떠나 일반 회사에 취직을 한 이후로 십수년간 영화관에도 가 본 적이 없단다. 뭔가 아주 심하게 학을 뗀 모양이다. 그 외 친구들은 잘 모르겠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 밖에는.
마흔살이 넘도록 아직 밴드의 꿈을 못 버린 이도 있다. 스무살 언저리에 부모를 졸라 거금 들여 장만해놓은 온갖 악기와 컴퓨터 기기를 아직도 보물단지 모시듯 껴안고 산다.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이 얼마나 되기에 그 꿈을 이십여년간 못버리고 백수로 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하필 밴드에서 그가 맡은 파트는 드럼이다. 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역시나 보컬 아니면 기타 연주자 아닌가? 내가 그 방면에 무지하기도 하지만, 드러머로 이름 높였다는 사람 당최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요즘 우후죽순 많아진 서바이벌 프로그램 가운데 <탑밴드>라는 게 있단다. 그리고 문제의 이 사람도 자기네 밴드와 함께 그 프로그램에 나왔더란다. 보기좋게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말이다.
백발이 성성해서도 근육질의 몸으로 멋지게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을 상상하면 꽤나 멋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의 이면에 제 밥벌이도 못하고 늙도록 부모님이 주는 용돈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생활고가 감추어져 있다면 슬프기만 하다. 홍대에 가면 기타를 둘러매고 오가는 젊은 음악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이 아무리 밝고 빛나더라도 나는 불쑥 그들이 가엾다. 쟤네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임재범 콘서트에 갔을 때 본 영상이었던가, 천하의 임재범도 <나는 가수다>에 나와 새삼 조명을 받기 전까지 한달 수입이 저작권료로 들어온 7천원돈 밖에 없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이제는 TV에 노상 얼굴을 비추며 돈방석에 앉겠겠다 싶은 부활의 김태원도 그 이전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했다니 말해 무엇할까. 이 땅에선 밴드로 밥벌이 해먹고 산다는 게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은 과연 응원을 해주어야 할까, 정신 차리라고 질책을 해주어야 할까.
따져보면 내 주변에서 현재 그럭저럭 제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다 젊어서 꾸던 원대한 꿈을 버렸거나 꿈을 소박하게 변경한 사람들인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으니 이의를 제기하실 분 있으면 언제든 환영! (내 생각이 교정될 수 있도록, 제발이지 나는 꿈을 이루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예 젊어서 품은 찬란한 꿈이 뭐였는지도 기억에 없다. 번역은 그저 7년간의 직장생활이 지겨워질 무렵 평생 직업으로 딱 좋겠다 싶은 하나의 대안이자 선택이었을 뿐, 엄청 선망하는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단 시작은 했으되 성공할지 말지 알 수도 없고 크게 자신도 없었는데, 하면 할수록 일이 어려워 자신감은 나날이 떨어지고만 있다. 그러니 새로운 꿈은 꿀 여력조차 없는 느낌이다. -_-;
어린아이들에게, 청소년에게는 끊임없이 니들은 꿈이 뭐냐고 물으며 꿈을 향한 그들의 행보를 한껏 부추기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꿈이란 건 그저 과거의 갈피에 잘 간직해두거나 절대 손닿지 않는 곳에 높이 올려두어야만 빛이 나는 허상 같다. 설사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꿈의 직업이 현실의 무게와 어우러지면 본래의 빛을 잃고 마는 게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