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병

투덜일기 2011. 5. 17. 17:41

이 세상에 감기를 치료하는 약은 없으며, 모든 감기약은 증상완화제일 뿐이다.
어차피 감기는 약 먹으면 2주, 안 먹으면 보름만에 낫는다.
물 많이 마시고 밥이랑 과일 잘 챙겨먹고 잠 잘자서 몸의 면역력을 높이면 감기는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감기약 먹으면 졸리고 멍해서 정신집중이 안된다.
감기약 먹고 운전하면 사고날 확률이 늘어난다. (무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본 것 같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지어주는 감기약의 알약 갯수를 보면 딴나라 의사들은 기함을 한다. 약 흡수 잘 되라고 소화제까지 처방하는 의사들 여기밖에 없다더라.

이상은 감기에 대한 평소 나의 지식이랄까 믿음이다. 그래서 이 믿음을 근거로 거의 3주간 계속 버텼다. 이번 감기는 다른 증상 없이 그냥 기침만 나왔던 터라 더욱 소신껏 밀고 나갔던 것 같다. 사실 무작정 버틴 건 아니고 지난번 먹고난 테라플루도 몇번 먹어주었다. 크게 효험은 없다고 투덜거리면서. 기침도 낮엔 얼추 괜찮다가 밤에만 좀 많이 나왔다. 원래 기압이 낮아져 기침은 밤에 더 심하진다니까 그러려니 했다.

지난주초엔 기침을 하느라 뱃가죽이 당기는 수준까지 이르긴 했으나 나로선 별로 불편할 게 없었다. 나을듯 나을듯, 떨어질 듯 떨어질듯 하다가 밤만 되면 다시 도지는 기침이 그저 얄미울 정도였다. 그런데 왕비마마는 나의 기침을 못견뎌했다. 기침 소리 들을 때마다 병원으로 끌고 가지 못해 안달이었다. 기침보다도 그놈의 잔소리가 지겨워 결국 어제 동네 내과를 찾았다. 목안을 들여다본 의사는 내 짐작과 별 다를 것 없는 말을 했다. 염증이 좀 있기는 하지만 심하지 않다. 낮에 물 많이 마시고 체온관리 잘 하고 푹 쉬는 정도로 나을 수 있겠지만 약을 먹으면 좀 더 빨리 나을 테니 이틀치 처방을 내려주겠다. +_+

주사는 맞고 싶으면 맞으라고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당연히 안 맞기로 했다. 약만 타가지고 돌아와 어제오후부터 시간 맞춰 열심히 먹고 있는데.... 

젠장,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밭은 기침은 콜록콜록 똑같고 괜히 정신만 멍하다. 알러지 약까지 들어 종류도 6가지나 되는데 왜 효과가 없는 거냐!(콧물에다 몸살까지 겹쳤으면 약을 열개는 처방했으려나? -_-;) 엄마는 주사를 안 맞아서 그런다며 약 다먹고 내일은 주사까지 맞으라고 또 성화다. 나는 애당초 병원에 갔던 걸 후회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의사와 약의 권위를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가짜 약을 먹고도 30%쯤의 환자들은 증상이 완화된단다. 그래서 그런 착한(?) 환자들과 의심 많고 부정적인 태도의 환자들은 치료효과가 두배나 차이를 보인다. 플라시보 효과 대신 역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걸 노시보 효과라고 한다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딱 그짝이다. 이 세상 감기약을 죄다 불신하는 나에게 감기약이 효력을 제대로 나타낼 리 없잖은가. ㅋㅋㅋ 병도 병이지만  나는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인 셈. 어쩌면 아는 게 병이 아니라, 불신과 회의가 병일지도...  역시나 믿을 건 내 몸과 오기밖에 없다 싶다.

이놈의 기침 감기 바이러스, 내 오늘부터 너를 물에 빠뜨려 죽여주마!
기를 쓰고 물을 마시고는 있는데...
계속 화장실 다니느라 귀찮아 죽겠다.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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