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

투덜일기 2010. 10. 28. 17:54

며칠 전 외출에서 돌아오니 우편물 두 개가 현관문에 매달려 있었다. 현관에 뭔가 붙어 있을 때는 새로 연 치킨집이나 피자집 홍보물이나,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붙여놓은  등기우편 배달 안내문이 전부일 뿐, 모든 우편물은 현관 옆 벽에 걸어놓은 우편함에 들어 있는데 이상하다 싶었더니, 인구조사 안내문이었다.

아래쪽 계단 입구를 막아서 현관문을 새로 달아 살고 있지만 원래 2층은 두 가구가 살던 집이라 왕비마마와 나는 주민등록도 따로 되어 있어 '법'적으로는 각각 독거노인과 독거중년이다. 그러니 당연히 인구조사 안내문도 두 가구 분이 나왔을밖에. 마지막 인구조사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사요원이 집에 들어와 단순한 호구조사 이상의 난감한 질문들을 시시콜콜 해댔던 게 기억났다. 낯선 사람을 들이는 것도 싫고 희한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주는 것도 싫은 나 같은 대인기피증 환자에겐 인터넷 조사가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득달같이 해당 사이트엘 들어가 조사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의아한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인구조사'를 한다면서 살고 있는 주거환경에 대해선 왜 그렇게 시시콜콜 묻는지? 방이 몇개냐, 부엌이 몇 개냐, 화장실이 몇 개냐, 독립적인 출입구가 몇개냐.. 하는 건 그나마 쉽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건평은 왜 묻는 건데? +_+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야 입주할 때부터, 그리고 애어른 할 것 없이 수시로 서로 묻는다는 "너 몇평 사니?"라는 질문과 대답으로 늘 숙지하고 있는 지식일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누렇게 변한 '집문서'나 '등기권리증'을 뒤져봐야 답할 수 있는 문항이란 말이닷!

오래 전 국민학교 때 생활환경 조사서에서 자가/전세/월세 따위의 구분 뿐만 아니라 집에 TV,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따위의 가전제품이 있는지 없는지도 표시해야 했던 때가 떠올라서 기분이 묘했다. 뉴스를 보니 인터넷 인구조사 비율이 30%만 돼도 절약할 수 있는 인건비가 몇십억이라고 하던데, 나처럼 민망한 조사원의 방문을 피하고 싶거나, 대면조사를 원해도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사람들이 비율이 그만큼은 되지 않을까? 피할 수 없는 강제성을 띈 조사라는 느낌에 얼른 응하기는 했는데, 어째 기분이 영 씁쓸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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