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

투덜일기 2010. 8. 3. 00:47

벌레를 못 견뎌하는 편이라 날아다니는 모기가 한 마리라도 눈에 띄면 반드시 퇴치를 해야 안심하고 하던 일을 할 수가 있는 성격인데, 놀랍게도 올 여름엔 계속 모기가 별로 눈에 띄질 않았었다. 두어 주 전에 조카들 놀러왔을 때 비가 내리면 모기가 없을 줄 알고(어딘가 숨어 있다가 오히려 문이 열린 틈을 타 재빨리 실내로 숨어든단다!) 현관문을 좀 오래 열어두는 바람에 엉뚱한 객들이 모기에 뜯기는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나는 지긋지긋한 모기 물림에서 퍽 자유로웠고 당연히 방심을 하고 말았다.
초여름에 모기 매트를 꺼내놓긴 했으되 켜고 잔 날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그만 7월 마지막 날을 보내며 보란듯이 여덟군데를 한꺼번에 물리고야 말았다. 긁적긁적 잠에서 깨어나 집중적으로 두 다리에 발긋발긋 흔적을 남긴 모기의 흡혈 자국을 보며 느꼈던 자괴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밤새 일하면서 모기 날아다니는 꼴을 전혀 못봤는데 대체 아침까지 어디 숨어 있다가 단체로 날아와 흡혈 잔치를 벌였단 말인가! 모기가 야행성이란 건 어디까지나 옛날 얘기고, 우리 집에 숨어든 모기들은 주인이 밤새 안 자고 있다는 걸 이미 간파해 오전중에 활동을 개시하는 모양이다.
모기에 물리더라도 사람마다 수월하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하게 부풀어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후자쪽이다. 전혀 긁지 않고 모기약만 발랐는데도 하필 장단지와 발목을 공략당하는 바람에 걸을 때마다 긁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생겨났는지 자국은 점점 크게 분홍색으로 부풀더니 현재는 아예 실핏줄이 터진 것처럼 빨간색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악! 이렇게 되는 경우 십중팔구 모기 물린 자국은 가을을 넘기고도 거무스름한 흔적을 남기기 십상이다. 얼마나 독한 모기한테 물렸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수시로 모기약을 뿌려대고 문득문득 혹시 날아다니는 모기는 없는지 살피고는 있지만 남은 여름 내내 다시 지긋지긋한 모기와 사투를 벌일 생각을 하니 한숨이 다 나온다. 여행갈 때 써먹으려고 사놓은 (작년에 사서 결국엔 개봉도 하지 않았다. ㅠ.ㅠ)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여름 내내 뿌리고 살 수도 없는 일이고 원, 미칠 듯한 가려움증이 되살아 날 때마다 모기에 대한 혐오감으로 부들부들 치가 떨린다. 아 정말 모기 싫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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