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속에선 참 그럴듯할 것 같은데 막상 현실에선 기대와 다른 것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꿈이나 이상을 쉽게 포기하기에 이르는지도 모르겠다. 여우의 신포도 이론을 적용하면서 말이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 법석을 떨며 찾아가 먹거나 해먹어 보아도 딱히 '이맛이야' 싶었던 적은 거의 없다.
직장생활을 관두고서 꿈꾸었던 프리랜서 번역가의 생활도 생각속에선 참 아름답기만 했었다. 처음엔 몰라도 대강 틀이 잡힌 뒤엔 하고 싶은 책만 골라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일년에 두세번은 한가로이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무한한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내가 꽤 노력할 줄 알았으나, 이 생활 또한 척박한 현실이다보니 기대했던 삶과는 퍽 다른데다 나라는 인간도 생각보다 '훨씬' 게으르고 대책없단 걸 깨닫는 세월이었다.
언제부턴가 막연히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 또한 얘기를 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텃세가 그리도 심하다나. 물론 농사짓고 고기 잡으면서 사는 현지인들로서는 외지인들이 야금야금 들어와 땅을 차지하고 집을 짓고 한가로이 여유롭게 산다면 그 꼬라지가 보기 싫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살러 간' 사람들에게 심한 텃세를 부려 괴롭히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은퇴 후 제주도 작은 마을에 집을 짓고 내려가 사시는 부모님을 방문하러 멀리서 날아온 후배가 요새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마냥 부러워 하는 나를 매번 타이른다. 거긴 나 같은 사람이 살 데가 못된다고. 웬 쓸데없는 참견이냐고 만날 노친네들이랑 대판 싸우게 될 거라고. 얼마전엔 집앞에 나무를 하나 심었더니 주민들이 돌아가며 타박을 하다가 심지어는 며칠 전에 번호판을 가린 트럭 하나가 대낮에 나무를 들이받아 쓰러뜨리고는 달아나더라고. -_-; 시내 아파트 같은 데서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시내에서 매연 맡으며 살려면 뭣하러 제주도로 내려오느냐고...
사실 도시가 지긋지긋하다며 시골로 내려간 다른 지인들도 주민들의 텃세 때문에 처음엔 다들 너무도 힘들어 했고, 친구 하나는 다시 올라올까 심히 고민중이긴 하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도시에서 왔네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눌러앉아 살러' 온 것인지 그냥 뜨내기로 허둥대다 떠나버릴 것인지 지켜봐야 했을 테고, 그래서 더욱 모질게 주민으로서의 자질을 시험하려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로 노친네들만 사시는 시골에 젊은 가족 하나 나타나 예쁨 받아보려고 살갑게 굴었더니, 동네 머슴 부리듯이 별별 잡일을 다 시키는 바람에 정작 자기 일은 하나도 할 수가 없다는 친구의 푸념을 들으면 귀촌의 삶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싶어진다. 시시콜콜 간섭하려드는 시골의 이웃 정서도 나 같은 인간에겐 곤란할 테고.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정이 흘러 넘치는 게 시골인심이겠지만, 역시나 내가 상상한 호젓한 시골의 삶과는 다르다.
마당 있는 한옥의 삶도 마찬가지란다. 좋은 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조금만 게으름 부리면 수북하게 잡초가 무성해지는 마당을 비롯해서 늘 뽀얗게 먼지가 앉는 툇마루 관리까지 한옥에서 살려면 얼마나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지 말을 듣기 시작하면 귀가 따가울 정도다. 개조를 했어도 겨울 한옥은 윗풍이 심해 지난 겨울 난방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대고,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느라 내야 하는 월주차비가 아깝다는둥 이런저런 고충을 토로한 끝에 그들도 내게 말한다. "그리 좋은지 어디 한번 살아봐라..."
그런데도 물론 나는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고, 제주도에도 내려가서 지내보고 싶고, 이 삶도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롭게 경영해보고 싶고, 뭔가 맛있는 걸 끊임없이 먹고 싶다. 결국엔 남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실감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동경이 곧 꿈이고 이상이고 로망이니 그걸 버린다면 죽은 삶이 아닐까나. 생각과 다를지 모른다고 한편으론 실망을 미리 준비하면서라도 선망하는 것이 바로 꿈이고 희망인듯 하여, 여우의 신포도 이론을 적용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엔 '정말 달콤하고 맛있을지도 몰라!' 하는 여지가 남는다. 어쩌면 그 여지가 내 삶을 지탱하는 힘?
직장생활을 관두고서 꿈꾸었던 프리랜서 번역가의 생활도 생각속에선 참 아름답기만 했었다. 처음엔 몰라도 대강 틀이 잡힌 뒤엔 하고 싶은 책만 골라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일년에 두세번은 한가로이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무한한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내가 꽤 노력할 줄 알았으나, 이 생활 또한 척박한 현실이다보니 기대했던 삶과는 퍽 다른데다 나라는 인간도 생각보다 '훨씬' 게으르고 대책없단 걸 깨닫는 세월이었다.
언제부턴가 막연히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 또한 얘기를 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텃세가 그리도 심하다나. 물론 농사짓고 고기 잡으면서 사는 현지인들로서는 외지인들이 야금야금 들어와 땅을 차지하고 집을 짓고 한가로이 여유롭게 산다면 그 꼬라지가 보기 싫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살러 간' 사람들에게 심한 텃세를 부려 괴롭히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은퇴 후 제주도 작은 마을에 집을 짓고 내려가 사시는 부모님을 방문하러 멀리서 날아온 후배가 요새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마냥 부러워 하는 나를 매번 타이른다. 거긴 나 같은 사람이 살 데가 못된다고. 웬 쓸데없는 참견이냐고 만날 노친네들이랑 대판 싸우게 될 거라고. 얼마전엔 집앞에 나무를 하나 심었더니 주민들이 돌아가며 타박을 하다가 심지어는 며칠 전에 번호판을 가린 트럭 하나가 대낮에 나무를 들이받아 쓰러뜨리고는 달아나더라고. -_-; 시내 아파트 같은 데서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시내에서 매연 맡으며 살려면 뭣하러 제주도로 내려오느냐고...
사실 도시가 지긋지긋하다며 시골로 내려간 다른 지인들도 주민들의 텃세 때문에 처음엔 다들 너무도 힘들어 했고, 친구 하나는 다시 올라올까 심히 고민중이긴 하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도시에서 왔네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눌러앉아 살러' 온 것인지 그냥 뜨내기로 허둥대다 떠나버릴 것인지 지켜봐야 했을 테고, 그래서 더욱 모질게 주민으로서의 자질을 시험하려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로 노친네들만 사시는 시골에 젊은 가족 하나 나타나 예쁨 받아보려고 살갑게 굴었더니, 동네 머슴 부리듯이 별별 잡일을 다 시키는 바람에 정작 자기 일은 하나도 할 수가 없다는 친구의 푸념을 들으면 귀촌의 삶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싶어진다. 시시콜콜 간섭하려드는 시골의 이웃 정서도 나 같은 인간에겐 곤란할 테고.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정이 흘러 넘치는 게 시골인심이겠지만, 역시나 내가 상상한 호젓한 시골의 삶과는 다르다.
마당 있는 한옥의 삶도 마찬가지란다. 좋은 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조금만 게으름 부리면 수북하게 잡초가 무성해지는 마당을 비롯해서 늘 뽀얗게 먼지가 앉는 툇마루 관리까지 한옥에서 살려면 얼마나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지 말을 듣기 시작하면 귀가 따가울 정도다. 개조를 했어도 겨울 한옥은 윗풍이 심해 지난 겨울 난방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대고,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느라 내야 하는 월주차비가 아깝다는둥 이런저런 고충을 토로한 끝에 그들도 내게 말한다. "그리 좋은지 어디 한번 살아봐라..."
그런데도 물론 나는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고, 제주도에도 내려가서 지내보고 싶고, 이 삶도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롭게 경영해보고 싶고, 뭔가 맛있는 걸 끊임없이 먹고 싶다. 결국엔 남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실감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한 동경이 곧 꿈이고 이상이고 로망이니 그걸 버린다면 죽은 삶이 아닐까나. 생각과 다를지 모른다고 한편으론 실망을 미리 준비하면서라도 선망하는 것이 바로 꿈이고 희망인듯 하여, 여우의 신포도 이론을 적용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엔 '정말 달콤하고 맛있을지도 몰라!' 하는 여지가 남는다. 어쩌면 그 여지가 내 삶을 지탱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