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 2010. 7. 4. 13:07

특별히 상처가 잘 안아물거나 멍이 잘 드는 체질은 아닌데도 칠칠맞질 못해서 종아리나 무릎 언저리엔 언제나 멍이 한두개씩 들어 있다. 식탁에서 다리 빼다가도 괜히 기둥에 무릎을 부딪치고, 빨래 건조대와 가까이 놓인 탁자 모서리가 위험함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 며칠에 한번은 꼭 정강이를 찍힌다.

어제는 외출전에 커피를 빨리 마시겠다고 콩콩대다 오른쪽 정강이에 피까지 났다. 왼쪽 장단지에 언제 생겼는지 모르게 남은 멍자국은 이제 회색으로 거의 사라질 지경인데, 그게 뭐 아쉽다고 새 멍을 만들었는지. 하기야 아직은 멍이 아니라 그저 빨갛게 부풀어 오른 상처일 뿐이다.

다치고 나서 금방 표나는 상처와 달리 한참 있다가 은근히 살갗 밑에서 피어오르는 멍은 어째 대범한 척 넘겼다가 혼자 내심 질긴 뒤끝을 보이며 씩씩거리는 내 속알딱지를 닮았다. 며칠 지나 이게 언제 생겼더라 의아해하는 것까지 전부 닮았더라면 좋았을 걸, 뒤늦게 마음에 생겨난 멍은 잘 안잊혀지니 탈이다. 검붉게 든 피멍도 결국엔 옅어져 사라지듯이 질긴 뒤끝이 후벼판 상상의 멍도 딱 그만큼의 시간 이후엔 말끔히 사라지게 만드는 비법을 배우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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