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추억주머니 2010. 6. 26. 14:37

까마중이라는 식물의 존재를 정말로 '새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김점선의 책을 읽다 발견했다. 아 반가워라.
이제는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서울 한구석 나의 본적지는 어린시절만 해도 거의 허허벌판 이었고, 주변에 야산과 풀밭이 많아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마당에 포도나무까지 심어 기르셨으니 철철이 온갖 화초가 넘쳐났어도, 그래도 나는 야산울 쏘다니며 산딸기와 까마중, 오디 같은 열매를 신나게 찾아다녔다.
산딸기와 오디는 최근에도 상품으로 구경할 수 있을 정도라 잊을 이유가 없었지만, 까마중은 수십년째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물론 근교든 멀리든 산엘 가본 기억이 가물거리기 때문이겠지만서도.


동글동글 새카맣게 익은 까마중을 따서 입안에 넣으면 꽤 달콤해, 집에 계신 할머니랑 고모 가져다주겠다고 잔뜩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른 놀이에 팔려 쭈그려 앉는 바람에 다 터뜨려 바지에 물을 들였던 기억도 있다. 인간의 기억은 향과 맛으로 가장 깊이 각인된다더니만, 사진만 봐도 풋내 나는 까마중의 흐릿한 달콤함이 입안에 감도는 기분이다.

요샌 샐비어, 분꽃, 채송화 같은 소박한 옛날 꽃들도 다시 사랑을 받는 모양인지 심심찮게 눈에 보이던데, 까마중은 과연 어딜 가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까마중, 까마중, 까까머리 중학생이 떠오르는 귀여운 이름까지 다신 잊지 말아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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