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주기로 거의 비슷비슷한 집밥 메뉴가 반복되는 데 질린 무수리는 뭔가 색다른 걸 먹고 싶은 욕망과 그 <색다른> 것을 직접 요리해야 한다는 비애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다 결국 식탐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어제 오늘 만들어본 막요리 몇 가지를 기록한다. 대충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적용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떤 건 그냥 충동적으로 만든 거라 다음에 또 해먹고 싶을 때 참고하려면 어디든 적어놔야 할 것 같다.

<생굴 무침>
늘 식사준비에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으므로 생굴을 사와도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먹기만 했는데, 모나브님의 염장 밥상 포스팅을 본 데다 며칠 밑반찬으로 두고 먹으려면 무치는 게 좋을 듯 싶었다. 모나브님 레시피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레시피를 참고했다.
재료: 생굴 500g, 무 한토막, 양파 반개, 다진 마늘 한 숟가락, 대파 반뿌리, 청양고추 한 개, 고춧가루 세 숟가락, 멸치액젓 한 숟가락, 천일염 두 숟가락(은 너무 많다, 적당히 조절 필요), 올리고당 한 숟가락, 매실청 한 숟가락, 참기름이랑 통깨 약간.
1. 무와 양파를 나박김치 모드로 납작하게 썰어 소금 한 숟가락(죄다 밥숟가락 기준)을 뿌려 1시간쯤 절인다.
2. 생굴을 소금물에 씻어 체에 건졌다가 역시나 소금 한 숟가락을 뿌려 역시 1시간 절인다.
3.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다진파, 송송 썬 청양고추, 멸치액젓, 올리고당, 매실청 양념을 한군데 쏟아 섞어 놓는다. 고춧가루를 불려야 잡스러운 맛이 없어진다고 어디선가 조언하더라.
4. 절인 무를 먹어보니 너무 짠 것 같아서 얼른 씻어 물기를 꼭 짰다. 다음엔 반 숟가락만 넣고 절일 것.
5. 생굴도 너무 짜질까봐 다시 살짝 물로 헹궈 체에 받쳤다.
6. 양념에 물기 뺀 굴과 무, 양파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7.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
그럭저럭 맛있어서 뿌듯했다.

<물미역 초고추장 무침>
재료: 물미역, 소금 약간, 고추장, 식초, 다진 마늘, 참기름, 올리고당, 통깨 (분량도 재료도 내맘대로였음)
1. 물미역을 잘 씻어서 뿌리를 잘라버리고 손질한다.
2. 냄비에 물을 끓여 소금 약간 넣고 물미역을 데친다. 갈색 미역이 금세 초록색으로 변하므로 적당히.
3. 데친 미역이 좀 미끌거리는 것 같아 찬물에 한 번 씻은 후 기다란 미역을 먹기 좋은 크기로 가위질 또는 칼질해서 자른 뒤 물기를 꼭 짠다.
4. 고추장 서너 숟가락, 다진 마늘, 참기름, 올리고당, 식초를 적당히 넣어 조물조물 무치며 맛을 봐 완성한다.
새콤달콤 꽤 먹을만한 샐러드 대체 반찬이 탄생됐다.

<달래장 콩나물밥>
재료: 콩나물, 잡곡, 달래, 다진 마늘,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약간, 통깨.
1. 잡곡을 씻어 평소보다 물의 양을 반눈금 정도 적게 압력밥솥에 앉힌다. (콩나물밥은 흰쌀로만 하는 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집 쌀독엔 이미 백미, 현미, 흑미, 보리쌀, 서리태, 기장쌀이 모두 섞여 담겨 있으니... 솔직히 난 어려서도 콩밥을 좋아했고 잡곡밥에 익숙해져서 흰 쌀밥 싱거워서 싫은데, 왕비마마도 조카들도 흰쌀밥이 좋단다. 나 원참)
2. 콩나물도 깨끗이 씻어서 앉힌 쌀 위에 얹는다.
3. 취사를 눌러 밥이 되는 동안 달래장을 만든다.
달래 뿌리쪽 가운데 들어 있는 딱딱한 껍질 같은 걸 일일이 떼내는 게 귀찮아서 잘 안사다 먹는데, 역시나 그 과정이 제일 싫었다. 암튼 다듬은 달래를 잘 씻어서 체에 받쳐 물기를 뺀 뒤 쑹덩쑹덩 2cm쯤 길이로 잘라서 (개인적으로 너무 잘게 다지는 것보다는 씹히는 게 많은 달래장이 좋다. 거의 달래나물 수준으로 ^^) 간장과 고춧가루 약간, 다진 마늘 한 숟가락, 참기름, 통깨를 넣으면 끝이다. (달래 향이 파랑 비슷해서 나는 달래 무칠 땐 파를 넣지 않는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4. 취사가 끝나면 콩나물과 잡곡밥을 잘 섞어서 푼 뒤 달래 위주로 양념장을 푹 퍼 넣어 비벼 먹는다. 예전엔 달래장에 식초를 좀 넣어 만든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생략.
콩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콩나물밥은 가끔 먹고 싶어진다. 만날 로망만 품다가 실로 몇년 만에 시도해본 건데 맛있었다!

<달래장 두부조림>
달래장이 너무 많아서 소진용으로 생각해낸 반찬이다.
재료: 두부 한 모, 포도씨유 약간, 위에서 만든 달래장.
1.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넣고 부친다. 내 경우 두부 한 모를 12등분했다. 
2. 노릇노릇 부쳐진 두부를 냄비에 담고, 달래장을 적당히(?) 위에 얹어 살짝 불에 조린다.
보들보들 고소하고 담백한 두부조림 완성.  

전생에 궁궐 사는 왕족이었든 수랏간 나인이었든 어쨌거나 나는 반찬이 수두룩하게 놓인 밥상이 좋다. 최소한 7첩반상은 돼야 행복을 느끼는 편이고, 반찬이 단촐하면 밥먹기가 싫다. 누군가 해바치는 밥상을 받아먹을 운명이 아니고서야  참 더러운 취향이다. 복잡한 게 싫어서 일품요리 위주로 간단하게 먹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난 그렇게 먹으면 밥심이 2시간밖에 가질 않는 느낌이다. ㅠ.ㅠ 이 못말리는 식탐이 슬프다. 어쨌거나 이삼일은 국이랑 생선만 구워 먹어도 밥상이 풍요롭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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