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갈까

투덜일기 2010. 1. 8. 01:31
연말연시에 노느라 바쁘거나 날짜가 공교롭거나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계속 수업을 빼먹다 2주만에 요가학원엘 갔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_+ 내가 등록한 건 5시반 수업이지만 조카와 상의해 3시 수업을 들으러 갔었는데, 기막히게도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평소엔 최대인원의 절반도 안되는 열다섯 명 정도밖엔 수강생이 없는 시간이라는데.

날쌘 조카는 어느 틈에 요가 매트 하나를 차지했지만, 동작 굼뜬 고모는 어둑한 실내에서 어리바리 빈자리를 살피다 더 늦게 온 사람에게 마지막 남은 자리를 빼앗기고는 망연자실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른 강사가 여분 매트를 들고 가까스로 없던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어 뻘쭘하게 더욱 뻣뻣해진 몸으로 대충 수업을 따라하긴 했지만, 색깔마저 다른 요가매트 때문에 더욱 수업 내내 가시방석이었다.

어제 그런 민망함을 겪었기에 금요일 수업대신 오늘 가기로 한 수업은 부러 5시반에 맞춰 갔는데도 역시나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수강생들의 면면을 보니 처음 온 사람들이 많았다. 뒤이은 수업에는 더더욱 바글바글 자리다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제야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새해로구나. 신년맞이 결심으로 요가학원을 찾은 사람들에겐 요번주가 첫주로구나. 

매 수강시간에 정해진 인원을 초과하는 사람을 등록시키진 않았을 테고, 폭설과 강추위에 며칠 빠진 수업까지 악착같이 보강하겠다는 새해결심성 열성요인이 작용한 게 분명했다. 지난달까지는 하나같이 날씬하고 유연하고 나긋나긋한 몸매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최강뻣뻣 사십대인 나로선 민망하기 그지없었는데, 어제 오늘 이틀 수업을 받으며 살피니 나보다 더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고 확실히 다이어트 목적으로 요가원을 찾았음직 해 보이는 푸근한 몸매의 여인들도 드디어 나타났다. ㅎㅎ

너무 사람이 많아져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기도 힘겨워진 요가원을 나서며 문득 궁금해졌다. 새해결심으로 요가수련을 찾은 사람들의 열의는 과연 얼마나 갈까. 정말로 작심삼일로 끝이 날까, 아니면 최소한 한 달은 이어질까. 다음주에도 혹한이라는데 매서운 추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면욕망을 일으켜 무기력감을 선사할 것인지 못내 궁금해서라도 난 한동안 꽤 열심히 요가원엘 다닐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나의 동력은 고모 못가는 날엔 혼자서라도 버스 타고 신촌까지 납시어 요가수련에 힘쓰고 있는 공주님이지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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