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뭐든 잘하는 사람이 되고프다. 헌데 생각만 그럴 뿐 현실의 나는 혼자선 못하는 게 많은 의지박약 인생이다. 요가강습 한달이 지났다. 일단 시험삼아 다녀본 결과 열두살 공주는 죄다 어른들인 틈바구니 속에서도 꽤 열심히 자세를 익혔고 체중이 1.5킬로그램쯤 내렸으며 깡말랐던 유아시절과 달리 토실하게 살이 올랐던 허리가 살짝 오목해지는 쾌거를 이루었다. 반면에 뻣뻣 무수리는 체중이 오히려 늘었고 특별히 몸이 유연해졌다거나 어딘가 선이 날렵진 느낌 따위는 전혀 없으나 다만 늘 동그랗게 뭉쳐있던 승모근의 통증이 사라졌고 몸을 웅크릴 때의 엉성함이 좀 덜한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해서 고모와 조카 커플은 일단 요가를 계속해보기로 했다. 매달 강습료는 8만원이지만 3개월을 한꺼번에 끊으면 17만원이므로 무려 3개월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공주는 다음주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일주일 간 쉬었다 재등록을 하고, 나는 그나마 풀리기 시작한(?) 몸이 다시 굳지 않도록 계속 강습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이었다. 근래 들어 꾸준한 운동이라곤 처음이라 나도 그럴 작정이었다.
헌데 막상 어제 홀로 가서 재등록을 하려니 어찌나 귀찮은지... 어제 저녁엔 오늘 2시 수업에 맞춰 가면 된다고 자위하며 핑계를 댔다. 하지만 막상 오늘이 되자 아침 늦게 겨우 잠들어 정오에 맞춰놓은 알람에 눈을 뜨고 보니 요가고 나발이고 우선은 더 자야 살것 같았다.
만일 공주와 함께 강습을 받고 있었다면 단 한 시간을 잤더라도 당연히 벌떡 일어나 달려나갔을 것이다. 아니, 벌써 전화가 몇번 걸려오는 바람에 자고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오늘 이틀째 홀로 외출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노라니 참 한심하다. 요가수업뿐만이 아니다. 바람도 쏘일 겸 혼자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덕수궁으로 배병우 사진전을 보러 가려고, 그 참에 서점에도 좀 들르려고 몇번이나 마음을 먹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간 약속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차피 외출 약속이 있는 날 조금 일찍 나가서 영화를 보든 전시를 보든 서점엘 들르든 해야겠단 결심도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약속시간에 맞춰 나간 게 용할 정도.
흉보면서 닮아간다더니만 너무 의존적이라 옆사람 피곤하게 한다고 만날 왕비마마를 구박하면서, 어느새 나도 의존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나 싶어 난감하다.

오늘은 이미 너무 늦었고, 내일은 슬그머니 나가 영화 한편 보고 서점에도 들러야지. 그리고 월요일엔 기필코 혼자서라도 요가학원엘 가야지. 대외적으로 떠벌임으로써 생겨나는 무게감이라도 필요한 것 같아 또 이렇게 끼적끼적 자아반성을 하고 있다. 혼자서도 잘해야지 말이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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