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2주

투덜일기 2009. 11. 19. 16:23

뻣뻣녀의 요가수업이 어제로 2주를 넘겼다. 일주일에 세번이니깐 겨우 7번 강습받았다는 의미다.
겨우 2주만에 요가의 참맛을 알았다거나 별안간 몸이 유연해졌을 리는 결코 없다. 여전히 나는 30명 가까이 되는 강습생들 가운데 제일 뻣뻣하고 자세가 어정쩡하여 간간이 너무 터무니없는 몸부림에 스스로 킥킥 웃음이 날 지경인 최악의 몸치로 애쓰는 중이다.
강습이 없는 날에도 집에서 한 가지 동작만이라도 연습을 해보라는 강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나는 꿋꿋하고 철저하게 강습 있는 날에만 몸을 못살게 굴 뿐이다.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핫 요가를 한다는데, 곰탱이 동면모드에 접어들고픈 욕망이 강해진 나는 밤일도 거의 안하면서 이미 뿌리깊은 습관이 되고 만 밤참먹기를 계속하여 밤참으로 인한 식곤증에 기대 곧장 잠드는 나날을 거듭하면서 오히려 체중이 약간 불어나고 있다. 원래 여름보다 겨울에 체지방이 많아야 추위를 잘 견딜 수 있으므로 해마다 겨울맞이 체중 증가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는 혹시나 요가 덕을 좀 보려나 궁금했는데, 일주일에 세 번의 요가로는 큰 에너지 소모가 없음을 깨닫게 됐다.

몇년전엔가 친구 하나가 살사댄스를 독하게 배우며 스스로 운동신경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악착같이 몸을 찢어대니까 결국 다리가 180도로 벌어지게 되더란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다른 젊은 친구 하나도 매일매일 다리를 벽에 대고 조금씩 찢(?)으면 1도씩 벌어져 1년 안에 180도로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호기롭게 장담을 했는데, 그간 온갖 종류의 댄스를 섭렵하고 지금은 발레까지 배우고 있다는 걸 보면 인간(의지력이 뛰어난 인간에 한해서;;)의 몸이 얼마나 적응력이 뛰어난지 감탄스럽다.
하지만 나같은 운동치에다 의지력박약인은 경우가 다르다. 지금은 없어졌다지만 그 옛날엔 체력장 반영점수 20점을 따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마다 두어명 정도는 있지 않은가. 매달리기는 초시계를 누르자 마자 떨어지고, 100미터 달리기는 20초를 초과하고, 오래달리기를 하고 나면 쓰러져 양호실에 실려가는 부류... 바로 내가 그런 인간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교양필수로 체육과목을 들어야했고 배구와 탁구 따위 실기 때문에 C-학점을 받고 나서 내가 느낀 비감을 그 누가 알까.  

헌데 요즘 요가원에서도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느꼈던 비참함을 자꾸 느낀다. 가령 엎드렸다가 한쪽 다리를 접어 반대편 팔로 잡고 최대한 위로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라는데, 팔다리가 짧은 나는 아예 발을 잡는 것조차 어려우니 어떻게 들어올린단 말인가. 그 상태로 옆으로 몸을 굴리라고 하면 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서 뒤집어진 한마리 바퀴벌레처럼 버둥거리고 있다. -_-; 예전에도 김연아의 스케이트 연기를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지만, 나는 요가매트에 엎드려서 한쪽 발을 당겨 잡는 것도 못하는 판국에 스케이트 날로 서서 빙글빙글 돌며 고무줄처럼 팔과 다리를 나란히 등뒤로 접어 올린 동작을 보노라니 입이 더욱 딱 벌어졌다. 감히 내 몸뚱이를 여신의 몸에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어떻게 같은 인간의 몸이 그렇게 유연할 수 있는지!

요가원에서 강사들이 엄마도 아닌 고모가 조카를 데리고 다니는 걸 몹시 의아해 하며 자꾸 묻길래 하는 수 없이 영문을 털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뻣뻣조카가 자기보다 더 요가를 못하는 최악뻣뻣고모와 다니고 싶어 했다고. 공주의 엄마는 이미 요가 베테랑이라 비교되기 싫었던 모양이라고. 그나마 요가원이 어둑어둑해서 강습중엔 민망함을 덜 느낄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 어떤 동작을 해도 어설프고 나도 모르게 숨을 헐떡대고 있으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안쓰던 근육들이 놀라 삭신이 쑤시던 증상은 이제 거의 사라졌음에 기뻐하고는 있지만, 과연 몇달이나 힘써야 몸매도 동작도 어여쁜 강사들의 자세를 절반쯤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 몇달까지 계속 버티기는 할까?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