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여권부터 시작해서 주요 신분증에 들어 있는 내 사진을 보면 다 머리가 짧다. 간간이 의도치 않게 머리칼을 방치해둔 적이 있기는 했지만 30대 이후로는 줄곧 짧은 커트 머리나 기껏해야 단발 정도를 유지했고 그게 나한테 제일 어울린다고 굳게 믿었다. 키 작은 사람에겐 긴 머리가 안 어울린다는 패션상식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나는 긴머리가 싫다. 특히 물귀신을 연상시키는 치렁치렁 곧은 긴 머리는 정말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기다란 머리카락이 내 방에 마구 떨어져 구렁이처럼 엉기는 걸 상상하면 더더욱 소름끼친다. 수년째 전지현이 이어오고 있는 샴푸 광고를 볼 때마다 나는 큼지막한 가위를 들고 탐스러운 그 머리칼을 싹둑 자르는 상상을 하며 속 시원해 할 정도다.
오랜 세월 나를 알고 지내는 이들도 나의 짧은 머리에 익숙하다. 몇달에 한번씩, 아니면 일년에 한두번쯤 만나게 되는 지인들이 목격한 나의 머리모양도 늘 짧았던 듯, 언젠가 꽤 길었던 머리를 경쾌하게 커트하고 만난 자리에서도 상대는 몇년째 어쩜 머리모양도 안바뀌었느냐며 나의 한결같음을 토로했다. 하기야 20대 후반에 접어들면 여자들은 대부분은 머리모양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 같다. 가끔 기분전환으로 꼬불거리게 파마를 하는 일이 있기는 해도 길이를 파격적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문 편일 거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머리칼을 잘랐는데도 주변에선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 요상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고.
어쨌거나 십년 이상 내 기억 속에 남은 전형적인 나의 모습은 커트머리였는데, 요즘 계속 머리칼을 기르고 있다. 게으름 부리다가 미용실 갈 시기를 놓쳐 어중간한 길이에 꼴사나워진 머리를 질끈 묶고 이리저리 삐져나온 머리칼들을 애써 실핀으로 고정시키고 집에서 버티던 중, 정민공주가 부탁을 했다. 자기도 중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 기를 거니깐 고모도 같이 머리를 기르면 안되겠느냐고. 왜 굳이 고모랑 조카가 머리칼을 같이 길러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쁜 머리띠랑 고무줄도 사줄 테니 같이 기르자고 꼬드기는 열두살 조카의 말에 나는 큰 앙탈 없이 그러마고 대답했다. 더 늙기 전에 마지막으로 긴 머리 한 번 더 해보지 뭐, 그러면서.
나이에 따라 머리모양마저도 제한을 둔다는 건 말도 안되지만 오랜 세뇌 때문이거나 사회적인 편견에 물든 탓인지 중년 이후에도 치렁치렁 생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니는 여인네들을 나는 아름답다고 여길 수가 없다. 내가 워낙 긴 생머리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늙은이의 발악 같기도 하고 유치한 치기의 발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으로 바글바글 아줌마 파마를 하라는 건 아니지만, 긴 생머리는 쫌!
정민공주의 부탁 이후 두어번 미용실에 갔을 때 나는 확 커트머리로 되돌아가고픈 충동을 억누르는 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이제 어깨 언저리까지 내려온 머리는 실핀의 도움 없이도 가뿐히 하나로 묶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외출을 할 때가 아니고선 늘 이마를 확 까고(!) 하나로 질끈 묶고 있는 나로선 머리가 길어지니 여간 편한게 아니다! 특히 지난주초처럼 푹푹찌는 폭염에는 목덜미에 닿는 머리카락 한올도 짜증스럽기 마련인데 그럴땐 커트머리보다 질끈 묶어 올리는 머리가 정말 더 시원하다. 이젠 옆으로 삐져나온 머리에 실핀을 꽂을 필요도 없고, 답답하게 머리띠까지 하고 있을 필요도 없이 그냥 고무줄 하나면 되니 얼씨구나 좋을시고다.
더욱이 머리칼을 묶어 자꾸 땡겨주어 그런지 머리 길이도 쑥쑥 자라는 모양으로 이젠 머리 묶는 위치를 거의 정수리까지 올려도 될 정도다. 숱이 워낙 적어도 남들처럼 탐스러운 <똥머리>를 연출하는 건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김초시 상투 정도로 볼품없긴 해도, 이 머리가 보통 편한 게 아니다. 뒤통수에 머리를 묶었을 땐 잘 때 반드시 풀고 자야하지만, 정수리로 치켜 올려 묶으면 잘때도 거치적거리지 않으니 더운 여름밤에도 목덜미를 휘감는 머리칼로부터 해방! 수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치렁치렁 긴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도 집에 가서 질끈 올려 묶고 지내는 게 커트나 단발보다 백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새삼 생각중이다. ;-p
물론... 여름 긴머리가 편한 건 집에서 질끈 묶고 있을 때 뿐이고 가끔 외출을 하려면 여전히 거추장스러운 머리칼이 짜증스럽다. 집밖에서도 과감하게 <똥머리>로 다닐 수 있는 용기와 미모가 부족함이 그저 아쉬울 뿐이니 여름 동안엔 계속 집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살아야 하려나... 볼품 없는 머리숱에 다 풀린 파마기 탓에 이 상태론 외출 할 때마다 거울 보며 인상을 찌푸리게 돌 게 뻔한데... 벌써부터 왕비마마는 <넌 짧은 머리가 어울려>라면서 머리 좀 잘라야겠다고 성화시고, 몇몇 지인들도 왜 <안어울리게> 머리를 기르냐고 퉁박을 주었다. 하지만 미용사도 여름엔 그저 질끈 묶을 수 있는 긴 머리가 최고라고 동의했단 말이지!
아무려나...
머리모양 하나도 조카와 상의해야 하는 못난 고모인 나는 시방도 얼른 똥머리를 하려고 젖은 머리를 애써 말리고 있다.
오랜 세월 나를 알고 지내는 이들도 나의 짧은 머리에 익숙하다. 몇달에 한번씩, 아니면 일년에 한두번쯤 만나게 되는 지인들이 목격한 나의 머리모양도 늘 짧았던 듯, 언젠가 꽤 길었던 머리를 경쾌하게 커트하고 만난 자리에서도 상대는 몇년째 어쩜 머리모양도 안바뀌었느냐며 나의 한결같음을 토로했다. 하기야 20대 후반에 접어들면 여자들은 대부분은 머리모양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 같다. 가끔 기분전환으로 꼬불거리게 파마를 하는 일이 있기는 해도 길이를 파격적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문 편일 거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머리칼을 잘랐는데도 주변에선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 요상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고.
어쨌거나 십년 이상 내 기억 속에 남은 전형적인 나의 모습은 커트머리였는데, 요즘 계속 머리칼을 기르고 있다. 게으름 부리다가 미용실 갈 시기를 놓쳐 어중간한 길이에 꼴사나워진 머리를 질끈 묶고 이리저리 삐져나온 머리칼들을 애써 실핀으로 고정시키고 집에서 버티던 중, 정민공주가 부탁을 했다. 자기도 중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 기를 거니깐 고모도 같이 머리를 기르면 안되겠느냐고. 왜 굳이 고모랑 조카가 머리칼을 같이 길러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쁜 머리띠랑 고무줄도 사줄 테니 같이 기르자고 꼬드기는 열두살 조카의 말에 나는 큰 앙탈 없이 그러마고 대답했다. 더 늙기 전에 마지막으로 긴 머리 한 번 더 해보지 뭐, 그러면서.
나이에 따라 머리모양마저도 제한을 둔다는 건 말도 안되지만 오랜 세뇌 때문이거나 사회적인 편견에 물든 탓인지 중년 이후에도 치렁치렁 생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니는 여인네들을 나는 아름답다고 여길 수가 없다. 내가 워낙 긴 생머리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늙은이의 발악 같기도 하고 유치한 치기의 발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으로 바글바글 아줌마 파마를 하라는 건 아니지만, 긴 생머리는 쫌!
정민공주의 부탁 이후 두어번 미용실에 갔을 때 나는 확 커트머리로 되돌아가고픈 충동을 억누르는 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이제 어깨 언저리까지 내려온 머리는 실핀의 도움 없이도 가뿐히 하나로 묶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외출을 할 때가 아니고선 늘 이마를 확 까고(!) 하나로 질끈 묶고 있는 나로선 머리가 길어지니 여간 편한게 아니다! 특히 지난주초처럼 푹푹찌는 폭염에는 목덜미에 닿는 머리카락 한올도 짜증스럽기 마련인데 그럴땐 커트머리보다 질끈 묶어 올리는 머리가 정말 더 시원하다. 이젠 옆으로 삐져나온 머리에 실핀을 꽂을 필요도 없고, 답답하게 머리띠까지 하고 있을 필요도 없이 그냥 고무줄 하나면 되니 얼씨구나 좋을시고다.
더욱이 머리칼을 묶어 자꾸 땡겨주어 그런지 머리 길이도 쑥쑥 자라는 모양으로 이젠 머리 묶는 위치를 거의 정수리까지 올려도 될 정도다. 숱이 워낙 적어도 남들처럼 탐스러운 <똥머리>를 연출하는 건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김초시 상투 정도로 볼품없긴 해도, 이 머리가 보통 편한 게 아니다. 뒤통수에 머리를 묶었을 땐 잘 때 반드시 풀고 자야하지만, 정수리로 치켜 올려 묶으면 잘때도 거치적거리지 않으니 더운 여름밤에도 목덜미를 휘감는 머리칼로부터 해방! 수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치렁치렁 긴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도 집에 가서 질끈 올려 묶고 지내는 게 커트나 단발보다 백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새삼 생각중이다. ;-p
물론... 여름 긴머리가 편한 건 집에서 질끈 묶고 있을 때 뿐이고 가끔 외출을 하려면 여전히 거추장스러운 머리칼이 짜증스럽다. 집밖에서도 과감하게 <똥머리>로 다닐 수 있는 용기와 미모가 부족함이 그저 아쉬울 뿐이니 여름 동안엔 계속 집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살아야 하려나... 볼품 없는 머리숱에 다 풀린 파마기 탓에 이 상태론 외출 할 때마다 거울 보며 인상을 찌푸리게 돌 게 뻔한데... 벌써부터 왕비마마는 <넌 짧은 머리가 어울려>라면서 머리 좀 잘라야겠다고 성화시고, 몇몇 지인들도 왜 <안어울리게> 머리를 기르냐고 퉁박을 주었다. 하지만 미용사도 여름엔 그저 질끈 묶을 수 있는 긴 머리가 최고라고 동의했단 말이지!
아무려나...
머리모양 하나도 조카와 상의해야 하는 못난 고모인 나는 시방도 얼른 똥머리를 하려고 젖은 머리를 애써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