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투덜일기 2009. 7. 3. 15:34
열흘만인 어제 집으로 돌아왔다.
왕비마마 간병 역사상 최단기간에 귀가할 수 있었음을 기쁘게 여기고는 있지만, 수술 이후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에 올라 앉은 듯 조마조마했던 터라 아직은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집에 와서 자는 잠과 집밥은 달디달다.
환자 본인도 나도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여겼지만, 역시나 모든 수술은 똑같이 버겁고 겁나더라. 
병원행 가방싸기는 요번이 마지막이기를 성심껏 빌었더니, 바람이 엉뚱하게 작용했는지 트렁크가 망가져버렸다. 혹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징조?

텅 비었던 냉장고를 다시 온갖 식재료로 가득 채워놓고 사골부터 푹푹 고는 냄새가 온통 진동하는 집안에서 이제는 느슨해졌던 번역 노동의 나사도 슬슬 조여봐야 하는데, 여전히 심신이 노곤하고 멍하다. 혈압기로 혈압 재고 혈당계로 혈당수치 재고 왕비마마한테 보조기 채웠다 풀고 수술부위 소독하는 병원놀이가 아직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 두들기는 것보다 익숙한 느낌인 걸 보면, 바짝 긴장한 간병모드가 쉽사리 해제되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 안되는 이 글줄도 몇번이나 지웠다 썼다 망설이며 끝을 맺질 못하겠다. 
어쨌거나 집에 와서 좋다는 얘기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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