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삶꾸러미 2006. 12. 16. 02:11
머피의 법칙은 순전히 자기중심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좀 이상했다. ㅠ.,ㅠ;;;
1.
밖에 비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비즈니스용 외출이라 드물게 정성을 들여 머리를 매만졌는데 (물론 내 솜씨야 늘 어설프지만)
우산을 쓰기에도 안 쓰기에도 어정쩡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 펴고 접는 그 짧은 와중에 머리가 금세 망가지고 말았다.

결국 난생 처음 만나는 출판사와의 상담이 시작될 무렵
내 왼쪽 머리 한 줌은 볼썽사납게 삐쳐 있었다.
차라리 드라이나 하지 말것을..
꾸물대며 머리 만지다가 약속시간에도 10분 늦었단 말이다!
(아..  겉치장 하느라 중요한 약속에 늦는 거.. 정말 내가 싫어하는 행동유형인데! ㅜ.ㅡ)


2.
게다가 출판사가 자리잡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반갑게 아는 체하는 이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대번에 내 이름을 부르며 언젠가 어느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나를 봤다는데 나는 완전히 깜깜.. 이름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못 알아봐 죄송하다고 말하며 대충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외출하던 바로 그 사람이 출판사 대표님이란다.
아유 민망~
사람 얼굴 기억 잘 못하는 병 때문에 민망한 경험이야 많지만, 이번엔 좀 더
싸가지 없이 굴어서(실은 약속시간에 좀 늦어서 서두르느라 ㅜ.ㅜ) 더 나쁜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 같다.

3.
며칠 뒤 생일인 우리 정민공주님이 고모에게 특별히 부탁한 선물을 사기 위해..
그리고 작업실에서 있을 송년모임 준비를 위해 이마트엘 갔는데
분명 재고 있다고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갔음에도
울 공주님이 원하는 문제의 '분홍색' 디카폰이 없었다. ㅠ.ㅜ
노랑색이 있긴 했지만,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받은 터라 식겁했다.
집 근처 완구매장이 떠올라 퇴근 길에 그곳에도 들려봤지만 품절이란다.
근육덩어리 미국 배우가 나왔던 sold out 이란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어흑...

4.
오후엔 청소한답시고 깝죽대다가
작업실에서 유일하게 3년 가까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테이블야자 수경재배 화분을 떨어뜨렸다.
ㅠ.ㅠ
유리구슬이 온 방안으로 다 튀기고, 뿌리째 바닥에 나뒹굴던 테이블야자 포기를
다시 담아두긴 했지만 과연 탈없이 계속 살아줄 것인가 걱정이다.
수없이 죽어나간 화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하던 녀석이니
희망을 품고는 있지만, 워낙 화분죽이기 대장이라 몹시 겁난다. 흑흑..

5.
집에 오려고 주차타워에서 차를 빼려니
난데없이 에러가 났다.
다른 때는 그냥 에러 해제 버튼을 눌러주면 해결되더니
'운전중 좌측미러 감지'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꿈쩍도 하질 않아 결국
주차기계 A/S 센터에서 사람이 나와야 했다. ㅠ.ㅠ
내년 4월이면 입주 만 3년이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사이드미러 안 접고 다녔어도
이런 일 단 한번도 없었는데 웬 낭패람.
처음부터 거울이 문제가 됐으면 주차타워 입고조차 안 돼야 정상인데 멀쩡히 작동하다
출고할 때만 문제가 될 건 또 뭔가...
하지만 차가 약간 한쪽에 치우쳐 입고됐을 경우 거울을 안 접으면 그런 일이 간혹 생긴단다.
그치만 맹세코 지금까진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단 말이다! 잉잉잉...
늦은 저녁이라 얼른 집에 가서 밥먹으려고 씩씩대고 내려왔다가
늦어진 것도 속상했지만, 단순한 실수로 공연히 바쁜 사람 오라가라 전화하는 사태 만든 내가 넘 싫었다.
으휴..

6. 집에 돌아와서 쇼핑목록 적었던 쪽지를 죽 읽어보니...
역시나 적어갔는데도 빠뜨린 게 있었다. 미쳐미쳐...
내일 모임에서 선물교환을 할지말지 모르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놓을 생각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하늘색 형광펜으로 적어놓은 걸 빼먹는 심보는 뭘까나. 참...

이렇게 주르륵 적어놓고 보니 어째 머피의 법칙이라기보다는
나의 미련함과 정신머리없음이 총체적으로 발현된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더 사고 안 치고 이미 하루가 지나버렸으니 다행이라 여겨야지.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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