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간혹 수증기 배출 직전의 압력솥처럼 머리끝까지 뜨거운 것으로 가득차는 느낌이 든다. 그럴땐 자동으로 추가 딸깍거리든지 수동으로라도 밸브를 꺾어 수증기를 뽑아주어야 하는데 이제 나에겐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생각에 위기감을 느낀다. 그냥 계속 화르륵화르륵 끓다가 고무패킹은 물론이고 솥째로 여기저기 망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전엔 그렇게 머리끝까지 뜨거워지기 전에 시원하게 식혀주고 달래주는 역할을 오롯이 아버지가 맡으셨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옛날보다 더 빨리 뜨거워지는 낡은 솥이 되었다는 얘긴지 잘 모르겠다. 그저 부재의 슬픔을 크게 느낄 뿐이다.
어제 저녁엔 간만에 느루를 끌고 나갔다. 벌써 낮엔 너무 더운 느낌이고 햇볕도 싫어 어둑어둑해진 다음 도둑고양이처럼 언덕을 내려가 개천변 산책로를 달리는데 초저녁에 운동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자연하천을 복원한다고 크게 광고는 했지만 군데군데 큼지막한 바위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개천 양쪽엔 수생식물을 심으면서 그 언저리를 시멘트로 떡칠해댄 꼬락서니를 보면 공무원들 가운데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 과연 없는 것인가 의아하다. 멀쩡하던 동산에 괜히 파이프를 올려 인공폭포랍시고 물을 내려뜨리고 우스꽝스럽게 복원한 물레방아와 조악한 나룻배 옆으로는 유치찬란한 조명과 함께 틀어놓은 음악분수가 용을 쓰는데, 인상 쓰며 얼른 그곳을 지나치는 나와 달리 사람들은 그저 좋아라 분수 앞에 모여 구경을 한다. 처음엔 거의 매일 돗자리까지 싸들고 나와 음악분수를 구경하는 인파가 상당했다. 아직 복원이 끝나지 않아 더러운 물비린내가 풀풀 나는 개천변 산책로라도 없었으면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서 무얼 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월드컵공원 인공호수 주변에도 삼삼오오 밤마실 나와 돗자리 깔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났다. 가보진 않았어도 한경둔치 역시 같은 풍경이었을 거다. 휴일날 사람들로 빽빽하게 뒤덮힌 한강 둔치를 보면, 사람들이 원래 물가를 그토록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공원 같은 휴식처를 미치도록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드라마만 봐도 주인공들이 걸핏하면 한강 둔치에 서서 고민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무작정 거니는 장면을 빠뜨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지경이니, 방송 쪽에서도 한강 둔치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멋대가리 없이 뚝 자른 듯 시멘트로 싸발라놓았을망정.
이제 또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고 한강변도 죄다 파헤쳐놨던데 말만 그렇지 은근슬쩍 또 여기저기 시멘트로 발라놓을 게 뻔하다. 그나마도 좋다고 날마다 산책나가고 자전거타고 돗자리 들고 소풍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누군가는 또 생색내는 놈한테 잘한다고 박수쳐주겠지. 느루와 바람을 쏘이러 나간 마당임에도 심히 뒤틀린 심사로는 곱게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거나 느루를 타고 느낀 밤바람 덕분에 오래 된 압력솥은 어제 또 폭발의 위험을 살짝 넘기고 열이 식었지만 아직도 안전한 배출용 밸브를 마련해볼 방법은 요원하고 그래서 오늘도 쉽사리 푸르르 푸르르 끓는 소리를 내고만 있다.
어제 저녁엔 간만에 느루를 끌고 나갔다. 벌써 낮엔 너무 더운 느낌이고 햇볕도 싫어 어둑어둑해진 다음 도둑고양이처럼 언덕을 내려가 개천변 산책로를 달리는데 초저녁에 운동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자연하천을 복원한다고 크게 광고는 했지만 군데군데 큼지막한 바위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개천 양쪽엔 수생식물을 심으면서 그 언저리를 시멘트로 떡칠해댄 꼬락서니를 보면 공무원들 가운데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 과연 없는 것인가 의아하다. 멀쩡하던 동산에 괜히 파이프를 올려 인공폭포랍시고 물을 내려뜨리고 우스꽝스럽게 복원한 물레방아와 조악한 나룻배 옆으로는 유치찬란한 조명과 함께 틀어놓은 음악분수가 용을 쓰는데, 인상 쓰며 얼른 그곳을 지나치는 나와 달리 사람들은 그저 좋아라 분수 앞에 모여 구경을 한다. 처음엔 거의 매일 돗자리까지 싸들고 나와 음악분수를 구경하는 인파가 상당했다. 아직 복원이 끝나지 않아 더러운 물비린내가 풀풀 나는 개천변 산책로라도 없었으면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서 무얼 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월드컵공원 인공호수 주변에도 삼삼오오 밤마실 나와 돗자리 깔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났다. 가보진 않았어도 한경둔치 역시 같은 풍경이었을 거다. 휴일날 사람들로 빽빽하게 뒤덮힌 한강 둔치를 보면, 사람들이 원래 물가를 그토록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공원 같은 휴식처를 미치도록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드라마만 봐도 주인공들이 걸핏하면 한강 둔치에 서서 고민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무작정 거니는 장면을 빠뜨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지경이니, 방송 쪽에서도 한강 둔치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멋대가리 없이 뚝 자른 듯 시멘트로 싸발라놓았을망정.
이제 또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고 한강변도 죄다 파헤쳐놨던데 말만 그렇지 은근슬쩍 또 여기저기 시멘트로 발라놓을 게 뻔하다. 그나마도 좋다고 날마다 산책나가고 자전거타고 돗자리 들고 소풍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누군가는 또 생색내는 놈한테 잘한다고 박수쳐주겠지. 느루와 바람을 쏘이러 나간 마당임에도 심히 뒤틀린 심사로는 곱게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거나 느루를 타고 느낀 밤바람 덕분에 오래 된 압력솥은 어제 또 폭발의 위험을 살짝 넘기고 열이 식었지만 아직도 안전한 배출용 밸브를 마련해볼 방법은 요원하고 그래서 오늘도 쉽사리 푸르르 푸르르 끓는 소리를 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