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니 앵두꽃이 활짝 피었더라. 벚꽃보다 앵두꽃이 먼저 피는 거였는지 몰랐다.
그 역시 망할 내 기억력 때문이겠지만.
벚꽃도 며칠 안에 피겠던데...
많이 잘라내 성긴 가지에 핀 앵두꽃을 보며 새삼 멍했다.
봄꽃 피면 왜 꼭 다 팽개치고 꽃놀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드는지.
요번엔 책 잘 만들 욕심(잘 팔 욕심?)과 욕 안 먹고 싶은 마음이 옮긴이나 만든이나 똑같아 다행이기도 하고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 난생처음 같은 책의 두번째 역자교정을 하며 눈알 빠지게 골치가 아프다. 어제 받은 원고 오늘 퀵으로 보냈어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또 여전히 붙들고 낑낑대는 중이다. 카페인 힘을 빌어 잠을 안잤더니 마음이 바쁜데도 계속 멍하다. 머리가 맑아도 시원찮은 판국에!
만우절이 생일인 그리운 친구도 있고,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 때문에라도 4월의 첫날엔 뭔가 끼적이고 싶었는데 허둥지둥하느라 친구에게 전화 한통 못하고 멍청하게 보냈다. 시차 확인을 해보니 지금 LA는 밤 12시 40분이란다. 너무 늦었다. 서머타임이 시작됐는지 그것도 모르겠고. 이메일조차 없어 편지와 전화 아니면 아예 닿지 않는 아날로그형 옛 친구는 이럴때 야속하다. 다 내 게으름 탓이지만.
어쨌거나 멍하게 무너진 비루한 일상. 그것이 4월의 시작이다.
뭐 그렇다고.
순전히 잠깨기 용 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