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임을 뻔히 알면서 저지르고 난 뒤 하는 후회는 특히 스스로에게 민망하다.
가령, 과음을 하면 다음날 숙취 때문에 괴롭다든지
커피를 제 시간에 안 마시면 두통에 시달린다든지
여유로울 땐 일감을 계속 미루다 발등에 떨어진 뒤에 헐떡거린다든지
레드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빠개진다든지
라면을 밤참으로 먹고 자면 팅팅 붓는다든지...
어젯밤엔 후회할 게 뻔한 일을 무려 세 가지나 동시에 저질렀나보다.
일은 하기 싫었고 괜히 무료했고 배는 고팠고 그래서 TV를 틀어놓고는 자정 넘어 라면을 먹었는데 하필 와인 마시는 장면이 나올 게 뭐람. 여세를 몰아 라면으로 텁텁해진 입을 와인 한잔으로 헹구며 기분낼 때까지는 좋았는데, 한잔 정도로는 괜찮을 줄 알았더니 웬걸.
머리가 너무 아파 새벽에 누워서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라면국물도 안 마셨는데 잠까지 못잤으니 얼굴은 팅팅 붓고 머리는 빠개져 카페인으로 살살 두통을 달래고는 있으나 아직 진정될 기미는 보이질 않고 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순간의 기쁨과 이어지는 후회의 관계는
비록 시간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긴 해도
결국엔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낑낑거리며 살아가는 인간의 몽매함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