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투덜일기 2009. 3. 13. 00:18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어도 교정지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비교적 딴짓을 할 수가 없어 블로그질도 멀리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건만, 봄비오는 밤 누군가의 춘심에 뒤통수를 맞았다.
넌 왜 만날 그렇게 씩씩하느냐고 걸핏하면 딴죽을 거는 사람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나의 변함없는 씩씩함에 트집을 잡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외로워서 술 한잔을 하고도 계속 외로워서 자기보다 외로운 사람이 또 누가 있나 생각해봤더니 누군가 떠올랐다나. 그게 누군지 아느냐고 나에게 묻기에, 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곤 대답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내 대답도 듣기 전에 하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은 바로 나란다.
의지력이 강해서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고 씩씩하게 보이지만 속은 안그렇다고. 그래서 내가 안쓰럽다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며 섣불리 나를 재단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코멘트 쯤은 시큰둥하게 넘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고 여기고는 있는데, 세상에 안 외로운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웃어 넘기며 취기어린 목소리를 차단하는데 성공을 거두긴 했는데, 좀체 다시 교정지에 집중이 안된다.

그런가?

흥.
아니다.
외로운 걸 모를 정도로 심장이 무심하게 단련된 것인지 그냥 무신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절대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말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냥 나니까 안다.
쳇.
그저 비와 술이 웬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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