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투덜일기 2008. 12. 22. 17:30


이메일과 메신저가 사용되면서 손으로 써보내는 카드니 연하장이 대거 사라져버렸고
더욱이 지인들 사이에선 문자메시지 한통으로 새해인사를 하거나 그것도 생략하는 것이 대세지만
그래도 나는 거의 해마다 일찌감치 크리스마스와 연하장을 장만해둔다.
아마도 문방구 쇼핑중독과도 관련이 있지 않은가 싶은데, 매년 사들인 카드보다 보내는 카드의 수가 적어져
책상서랍엔 점점 많은 카드들이 쌓이고 있음에도 올해 역시 11월초부터 카드를 주문했다.
최근 애용하는 카드는 꿩먹고 알먹는 기분으로 사는 유니세프 카드.
올해엔 디자인이 더욱 다양하고 예쁘게 나와서 배달온 카드들을 보며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그러고는 12월초가 되면 우선 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고 나머지는 중순쯤 써서 날려야지 마음먹었다. 
그런 다음엔?
당연히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ㅠ.ㅠ 
장단기 기억력상실증환자인 내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만 주말에 정민공주의 생일파티에서 조카들에게
크리스마스를 받고나서야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어야 하는 시기가 이미 지나버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경우엔 굳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필요도 없고 연초까지 연하장을 받아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연하장은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연말까지 받아야 가장 의미가 깊지 않은가!

국내에 있는 지인들에겐 오늘쯤 우체국에 가서 빠른우편으로 보내면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시킬 수 있었겠지만 애당초 카드보낼 생각을 했던 멀리 있는 지인들에겐 완전히 기회를 잃고 말았다는 낭패감에다
손글씨로 뭔가를 단체로 끄적여 써보기엔 준비된 게 없어서 그냥 망연히 또 하루를 보냈다.

24장이나 산 데다 예년에 쓰고 남은 카드 십여장까지 합해서... 고스란히 해를 묵힐 확률이 크다.
그러고는 또 내년에 까맣게 잊고 또 새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문하겠지.
나이 든다는 건 점점 망각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뜻일까.
아니면 유독 나만의 병이 깊은 것인가.
왜 이러고 사는지 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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