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픈 손가락 2008. 10. 17. 23:52

가을은 우울증의 계절이기도 하다. 1년 가운데 자살율이 가장 높은 달이 11월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읽기도 했지만, 튼튼한 사람들도 계절이 바뀌고 따뜻함이 줄어드는 걸 견디기가 쉽지 않으니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의 계절나기는 특히 어려운 게 당연할 것이다.

현대인의 30%가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다는 통계도 본듯한데, 유명인의 자살과 함께  늘 언급되는 우울증 병력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이제는 이상한 <정신병>으로 취급받는 일이 드물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우울증을 오해하거나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오랜 지병으로 갖고 있는 가족의 존재 때문에 일찌감치 우울증에 대해서 이런저런 지식을 얻게 된 나도, 막상 현실에서 우울증 환자를 대할 땐 나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른 뒤 나중에야 후회를 한다. 환자의 불안증세와 강박증이 본래 의중과는 상관없는, 순전히 병의 발현임을 알면서도 버럭 짜증을 내고 비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병에 대해 제법 안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럴진대 대부분의 무지한 사람들은 어떨지,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울증에 대한 가장 잘못되고 뿌리 깊은 편견은 <개인적인 나약함>에서 생긴 병이며 <본인의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의지력만으로 극복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조해지거나 맥이 빠진 것이지 병리학적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 없다. 우울증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한꺼번에 작용하여 생겨나는 <뇌의 질환>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나약함과도 상관이 없다. 우울증 환자에게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비유하는데, 감기에 걸려도 웬만해선 약을 먹지도 병원엘 가지도 않고 <그저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선 그다지 유용한 표현이 아니다. 우울증은 절대로 저절로 치유되지 않으며 혼자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병>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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