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투덜일기 2008. 7. 23. 23:51

또 시작됐다.
나의 옮긴이의 말 울렁증.
일주일 내내 고민해도 가닥이 잡히질 않아 며칠째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옛날에 읽으며 주옥같은 문장에 반해 따로 챙겨두었던 책도 읽고 최근에 사들여 쌓아두고만 있던 책들도 읽으며, 뭔가 그럴듯한 화두가 떠오르길 빈다기보다는 글솜씨 뛰어난 작가들의 <글발>이 어떻게든 전염병처럼 내게 옮겨오길 빌었다.
그런데 별 소용이 없다.
그나마 밤이 내리면 감상의 과잉에 허덕이게 될까 싶어 일부러 연일 진한 커피를 들이키며 밤의 마법을 기대했건만 눈주변만 시커매질 뿐 그마저 효험이 없다.
오늘은 급기야 술의 힘을 빌어볼까 캔 맥주를 땄다.

번역가도 작가랍시고 꼬박꼬박 나를 선생님이라 추어올리는 이들은 내 이런 부끄러운 고통을 알까.
당연하겠지만 우리말로 옮기면서 애정이 많이 생긴 책일수록 역자후기 쓰는 게 어렵다.
번역하며 내가 즐긴 만큼 그 매력과 묘미를 독자들도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을 몇 문단의 진솔한 글로 전할 재주가 내게는 참 멀기만 하다.

종일 마셔댄 카페인에 맥주의 알코올 기운이 더해져 알딸딸 뇌가 뜨거워지니 기분은 아삼삼 좋기만 한데,
종일 열어둔 한글 문서엔 좀처럼 글자수가 늘어나질 않고
애꿎은 블로그만 들락거리고 있다.

전에도 술기운에 옮긴이의 말을 쓴 적이 있던가 없던가.
오늘은 다행히도 밤의 마법에 촉촉한 비의 효과까지 겹쳐지니 뭔가 결실이 있으려나 어쩌려나.
으휴.
새삼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
정말이지 난 아직 멀었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 재주에 불타는 질투심을 느끼는 밤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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