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뿔

투덜일기 2008. 5. 20. 16:16
다들 알겠지만 감기의 순우리말은 <고뿔>이다.
코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 열이 난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감기에 걸리면 줄줄 흐르는 콧물 단계를 절대로 피해가지 못하는 나에겐 어찌나 정확히 들어맞는 말인지 생각할수록 재미있다.

얼마만에 또 고뿔이 들었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주말 동안 좀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더니 자고 일어나선 침을 삼키기가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팠다. 목아픔은 반나절만에 삭신이 쑤시고 아픈 몸살기운으로 변했고 얻어맞은 사람처럼 아픈 몸엔 그저 잠이 보약이다 싶어 또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증상은 다시 콧물로 넘어갔다. 휴지통을 가득 채우다 못해 주변 방바닥에까지 그득하게 쌓인 코푼 휴지와 루돌프 사슴코 못지않게 빨갛게 헌 코를 보며 킬킬웃다가 온 집안에 감기 바이러스가 가득 찬 것 같아 창문과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감기 몸살로 낑낑대는 주제에 웬 청소냐고 엄마는 잔소리를 해댔지만 얼핏 땀이 배어나올 만큼 헉헉거리며 청소기를 돌리고 오만년 만에 걸레질까지 마쳤더니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졌다.

원래 감기는 약 먹으면 2주, 안 먹으면 보름간다는데^^ 어쩐지 이번 고뿔은 내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물러나줄 것만 같다. 한 집에 겨우 두 식구 사는데 둘 다 환자로 누워있는 형국은 제가 봐도 그림이 안나온다는 걸 감기란 놈도 아는 모양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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