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집밖을 나섰다가, 연휴 마지막에 추워진 날씨 때문에 방심하고 있던 사이 온 동네가 아카시아 꽃향기로 점령당한 걸 뒤늦게 깨달았다. 토요일은 여름 같더니만 다음날부터 내리 추워서 창문도 꼭꼭 걸어닫고 있는 바람에 아카시아 꽃이 피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가 완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아카시아 꽃 피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향기로운 꽃냄새를 실컷 맡으며 외출하긴 했지만 어쩐지 하루쯤 손해본 것 같아 속상하다.
며칠 지나면 또 말라 떨어진 꽃잎이 바스락거리며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텐데...
외출 장소는 간만에 홍대앞.
생각보다 버스가 빨리 와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바람에 일부러 골목골목 구경을 다녔다. 운이 좋아 일찍 나온 바나나빵 장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날씨가 더워져서 바나나빵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주차장길엔 노점상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다. 다만 새로이 생겨나고 바뀐 가게들이 어찌나 많은지 관광객처럼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 실컷 구경하며 실실 웃어댔다.
이젠 너무 방대하고 요란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홍대앞 골목골목엔 뭔지 모를 묘한 매력이 아직 살아넘친다. 나중에 가보고 싶은 카페와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마음껏 찜해두었더니 전혀 돈 될 거리가 아닌 짓임에도 통장에 저축해둔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ㅋㅋ
이요님과 해리님 블로그에서 알게된 리&키키봉에도 가봤다. 너무 잔뜩 기대를 했던 탓인지 막상 들어가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데 앉고 싶은 자리를 찾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 내가 선호하는 구석자리는 너무 구석이라 창고 같고, 아늑해 보이는 다락 같은 방석 좌석은 신발벗기 귀찮고...
동행에 따라서 어떤 날은 퍼질러 방바닥에 앉는 자리를 선호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발 벗는 게 귀찮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신발 벗는 게 번거로운 날이었고, 내가 앉은 쪽에서 빤히 들여다보이는 천장 낮은 방석자리에 앉은 남녀가 계속 별로 아름답지 않은 영화를 찍어대는 바람에 불편하고 민망했다. -_-;;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커피랑 카모마일 차는 맛있었고, 화장실 벽장식 타일이 예뻐서 그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동행과 입을 모았다. 다른 의자도 다 그런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의자가 푹신하질 않아서 꼬리뼈가 조금 아팠던 것도 마음 쓰였는데,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가지런히 접혀 있던 무지개 담요를 깔고 앉아야지.
외출해서 말을 많이 하고 듣다가 돌아오면 공연히 허허로운 날이 있고 속 시원하고 뿌듯한 날이 있는데 오늘은 후자쪽이다. 침묵이든 대화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남은 확실히 영혼의 자양분인 듯.
문화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간만에 머릿속이 채워진 것 같아서 이렇게 일기로 남겨두고 싶었다.^^
향기로운 꽃냄새를 실컷 맡으며 외출하긴 했지만 어쩐지 하루쯤 손해본 것 같아 속상하다.
며칠 지나면 또 말라 떨어진 꽃잎이 바스락거리며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텐데...
외출 장소는 간만에 홍대앞.
생각보다 버스가 빨리 와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바람에 일부러 골목골목 구경을 다녔다. 운이 좋아 일찍 나온 바나나빵 장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날씨가 더워져서 바나나빵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주차장길엔 노점상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다. 다만 새로이 생겨나고 바뀐 가게들이 어찌나 많은지 관광객처럼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 실컷 구경하며 실실 웃어댔다.
이젠 너무 방대하고 요란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홍대앞 골목골목엔 뭔지 모를 묘한 매력이 아직 살아넘친다. 나중에 가보고 싶은 카페와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마음껏 찜해두었더니 전혀 돈 될 거리가 아닌 짓임에도 통장에 저축해둔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ㅋㅋ
이요님과 해리님 블로그에서 알게된 리&키키봉에도 가봤다. 너무 잔뜩 기대를 했던 탓인지 막상 들어가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데 앉고 싶은 자리를 찾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 내가 선호하는 구석자리는 너무 구석이라 창고 같고, 아늑해 보이는 다락 같은 방석 좌석은 신발벗기 귀찮고...
동행에 따라서 어떤 날은 퍼질러 방바닥에 앉는 자리를 선호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발 벗는 게 귀찮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신발 벗는 게 번거로운 날이었고, 내가 앉은 쪽에서 빤히 들여다보이는 천장 낮은 방석자리에 앉은 남녀가 계속 별로 아름답지 않은 영화를 찍어대는 바람에 불편하고 민망했다. -_-;;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커피랑 카모마일 차는 맛있었고, 화장실 벽장식 타일이 예뻐서 그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동행과 입을 모았다. 다른 의자도 다 그런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의자가 푹신하질 않아서 꼬리뼈가 조금 아팠던 것도 마음 쓰였는데,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가지런히 접혀 있던 무지개 담요를 깔고 앉아야지.
외출해서 말을 많이 하고 듣다가 돌아오면 공연히 허허로운 날이 있고 속 시원하고 뿌듯한 날이 있는데 오늘은 후자쪽이다. 침묵이든 대화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남은 확실히 영혼의 자양분인 듯.
문화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간만에 머릿속이 채워진 것 같아서 이렇게 일기로 남겨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