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삶꾸러미 2008. 4. 2. 17:29

4월이 열린 건 알았지만 어느새 목련과 개나리가 다 피었다는 걸 오늘에야 깨달았다!

집구석에 틀어박혀 지낸지 꽤 되긴 했지만 간간이 잠깐씩 나갈 일은 있었음에도
관심이 없었거나 관찰력이 부족해 꽃눈이 나온 것도 모르고 지났는데
오늘 보니 몽롱하게 지내는 내 머리통에 알밤을 쥐어박듯이
황사비를 맞고서도 우아하게 새하얀 꽃을 벌린 목련과 다닥다닥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가
집주변에 가득했다.

심지어 좁은 마당에 서 있는 앵두나무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나는 아직도 털 달린 겨울옷을 못 벗어났건만...

헐레벌떡 성급히 꽃을 피웠다가 금세 후두둑 꽃잎을 떨어뜨리는 봄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까지 공연히 숨이 가쁘다.
올해는 꼭 조금 멀리 꽃구경 가서 상춘곡이라도 부르려고 했는데 이러다 망연히 5월을 맞을까봐
가슴이 두근구근.

해마다 4월은 잔인했노라고 징징거렸지만
부디 올 4월은 퍽 보람있었다고 회상하게 되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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