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외출

삶꾸러미 2008. 2. 19. 21:36
드물게도 오전 11시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수서에 있다는 서울삼성병원.
운전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아 주차비도 아끼고
온실가스 줄이기에 협조하자는 기특한 생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따뜻한 봄볕 같은 햇살 아래 공연히 기분이 좋아져 그간 부족했던 운동 삼아 좀 걷는 것도 좋겠지 싶었다.
반가운 만남과 짧은 병문안, 긴 수다로 한껏 고무된 터라 피로 따윈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총 6시간의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 눕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ㅠ.ㅠ

크기는 해도 별 무거울 것 없는 가방은 점점 어깨를 짓누르고
바윗덩어리 같은 다리와 발을 들어올려 집앞 언덕을 올라오는데 마치 네팔 어디 쯤에 있다는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처럼 숨이 턱에 부쳤다.

오자마자 쓰러져 허리와 다리를 쉬었는데도
등짝엔 담이 철썩 들러붙어 욱씬욱씬 결리고
허벅지와 장단지가 모두 찌릿찌릿 당긴다.

중간에 다른 볼일을 두어 개 더 보기는 했지만 줄곧 걷기만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듯한데
스스로 민망하고 황당하다.
원래부터 걷기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행을 다닐땐 아침부터 밤까지 걸어다닐 때도 있었는데
체력이 어째 이 모양이란 말인가.

불현듯 충동적으로 여권을 챙겨 떠나는 여행을 늘 꿈꾸면서
이대론 막상 떠날 여건이 돼도 몸이 따라주질 않겠다는 생각에 퍼뜩 슬퍼졌다.
거창한 운동은 관두고라도 날 풀리면 매일 좀 걷기부터 해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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