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삶꾸러미 2007. 11. 24. 14:58

그간 화장실 수도꼭지가 느슨해졌는지 조금씩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신경에 꽤나 거슬렸는데
어젠 씨름선수 같은 힘을 발휘해 확 잠가보려다 결국 수도꼭지를 망가뜨렸다.
플라스틱으로 된 찬물 쪽 수도꼭지 손잡이가 아예 부서져버린 것.
오래 전 화장실 수리할 때, 원터치식 수도꼭지는 온수 온도 맞출 때 민감하질 않아 일부러 따로따로 있는 걸로 달아 달라고 아버지한테 부탁했던 것인데...
10년이면 수도꼭지도 명을 달리하나보다.

꽉 잠그다 망가진 것이라 밤새도록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안나서 좋긴 했는데
오늘 억지로 펜치(?)로 톱니나사 같은 부분을 돌려갖고 찬물을 틀어 씻고 나니 완전히 잠기질 않는다.
똑............똑...........똑 흘러내리는게 아니라 이젠 아예
줄줄줄줄 뚝뚝뚝뚝 물이 샌다.
물 떨어지는 소리도 당연히 더  귀에 거슬리는 것은 물론이다.

수도꼭지가 고장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일이 있을 때 그저 아버지한테 한 마디만 하면
득달같이 필요한 부품을 사가지고 돌아와 뚝딱뚝딱 30분 정도만에 모든 걸 고쳐주셨기 때문에
어젯밤 사고를 낸 뒤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했다.

인터넷으로 대강 수도꼭지 파는 곳을 알아보긴 했는데
과연 내가 그걸 사다가 혼자 달 수 있을지
부품을 사다놓으면 아버지와 달리 손끝 여물지 못한 동생놈들이 달아줄 수 있을지
처음부터 그냥 아예 사람을 불러다가 고쳐달라고 해야할지
이런 수리를 맡기려면 대체 어디에다 연락을 해야하는 것인지
집주변에 그런 수리점이 있기는 한 것인지...
태산같은 걱정들이 밀려든다.

아...
쓸데없이 예민한 내 귀에는 화장실 문을 꼭 닫아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라도 안들리게 받쳐놓은 대야라도 치워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
어차피 곧 넘쳐 하수구로 흘러들 물인데, 한 대야 정도 절약한다고 누가 상주겠나..
뭐 이런 생각 때문에 더욱 짜증.

게다가 왜 하필 주말인 것이냐!
사람을 부르려해도 월요일이나 되야할 판국.
에효..
대형마트에 가면 수도꼭지도 팔 것 같은데;; 이따 밤에 모험을 한번 해볼까 말까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젠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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