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눈

삶꾸러미 2007. 11. 21. 23:09
첫눈에 이어 그 다음날에도 또 눈이 오다니
올해는 눈이 흔하려는 징조인가?

동네마다 휘리릭 날리다 마는 것으로 그치는 예년의 첫눈과 달리
올 첫눈은 그래도 눈발이 꽤나 굵었다.
눈이 올 가능성을 알리는 기상예보엔 둔감했었는데, 첫눈 온다고 창밖을 내다보라는
정민공주의 전화를 받고서 후다닥 밖을 내다보니 옛날과는 달라도 조금은 가슴이 설렜다.
첫눈 온다고 호들갑 떠는 메시지를 몇개나 날렸을 정도로... ^^
물론 곧이어 내린 비에 첫눈의 흔적은 죄다 씻겨 내려갔지만
두 번째 눈은 오늘 오후까지 응달에 쌓여있을 정도니 꽤나 내린 모양이다.

그런데 첫눈과 두 번째 눈에 대한 대우는 사뭇 다르다.
첫눈이 다 녹아 흔적도 없는 건 그리도 아쉽더니만
두 번째 눈이 고스란히 쌓여 하얗게 뒤덮인 차를 보니 제일 먼저 눈 치우는 게  귀찮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인간이 참 어찌나 간사스러운지...

드륵드륵 앞창과 뒷창의 눈만 간신히 긁어낸 뒤 짧은 외출을 하며
그리 춥지도 않은데 히터를 세게 틀고 툴툴거렸다.
작년엔 그래도 12월 들어서 공식 겨울을 인정했는데
올해는 12월을 열흘이나 앞두고서 겨울을 받아들여야하는 것인가, 하는 쓰잘데기 없는 푸념과 함께.

그나마 한 데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제라늄이랑 화분 몇개는 며칠 전에 뒷베란다로 들여놓아 다행이다.
지들이 안 얼어죽으면 내년에 다시 살아나든지 하겠지.

어쨌거나 세번째 눈이 내리는 날엔
찻집에서 마음 편한 지인들과 수다라도 떨 수 있으면 좋겠다.
주책없이 너무 늦게 내리거나 너무 일찍 내리지 말고, 웬만하면 시간 맞춰서 눈이 오면 좋을텐데
하늘한테 너무 욕심 부리면 안되는 건가?

겨울이 온 건지 어쩐 건지는 몰라도
암튼 나의 가을은 떠났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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