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소포

투덜일기 2007. 9. 28. 18:17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직업상(?) 우체국 서비스를 애용하는 편이다.
바쁠 땐 퀵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원서를 출판사에 보내야 하거나
교정본 원고를 보낼 때 대부분 우체국엘 가서 주로 빠른등기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주변에선 편의점 택배가 더 편하고 빠르다고 충고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들이 모르는 말쌈이다. ^^
우체국에 가서 11시 이전에 당일특급으로 서류를 부치면 정말로 그날 오후에 배달되는 서비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은 서울시내로 한정되는 것 같은데, 나야 뭐 주로 서울 안에 있는 회사들과 거래를 하므로 그 이외 지역에 대해선 잘 모른다.

암튼...
등기로 서류나 물건을 부치면, 인터넷에 접속해 등기번호로 배달 상황을 추적할 수도 있으니
거의 분실될 염려도 없고,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까지 확인가능한 우체국 등기를 꽤나 신뢰하는 편이다.

다행히 우체국 출장소가 집근처에 있어서 꽤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가는 김에 지방에 있는 지인에게 불쑥 충동적으로 짧은 메모와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나만큼이나 문방구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줄 스티커북을 사둔지 몇달도 지난 게 생각나 주섬주섬 카드와 쪽지를 적고 포장해 소포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낼 책과 함께 우체국을 찾았다.
하필이면 그날 비가 오고 있었기에, 에쁘게 꾸민답시고 라벨지를 붙이고
연두색 수성펜으로 적은 주소가 좀 찜찜했지만 설마 별 일이야 있으랴 생각하며
등기로 소포를 붙였다.

그런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은 참 잘도 들어맞는다.
예기치 않게 소포를 받으면 당연히 연락을 해오던 지인이 잠잠한 걸로 보아
불안함 마음에 며칠 뒤 등기번호를 추적해보니,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ㅜ.ㅜ

설마 우리집까지 반송이 되랴, 오피스텔 앞에 가끔 붙어 있듯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우체국에 와서 등기 소포 찾아가라는 쪽지를 붙여놓았겠지 싶어 그 뒤로는 깜박 잊고 있
었는데 아뿔싸...

오늘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초록색 걸레덩어리처럼 찌그러져 여기저기 스카치 테이프가 붙고 고무줄로 칭칭 동여맨 소포를 들고 우리집에 찾아와선
혹시 여기서 부친 우편물이냐고 물어봤다. ㅠ.ㅠ
내가 수성펜으로 써놓은 주소는 빗물에 다 지워서 그냥 연두색 얼룩으로만 남아있고
등기 쪽지에 적힌 간략한 주소와 우편번호 내 이름만 어지럽게 볼펜으로 적혀 있었는데
그 정보만으로도 소포가 무사히 내게 돌아온 것이다!
물론 반송료 1500원을 내야하긴 했지만 어찌나 기쁘고 감사한지... (내용물 값은 그 10배도 넘는다!)
아저씨한테 몇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아버지 장례 인사장도 수취인 불명이나 주소 불명인 건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었다.

요샌 추석대목이라 가뜩이나 온갖 택배 배달에 정신없었을 텐데;;
너무도 당연한 서비스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엔 꽤 훌륭한 시스템이다.
으흐흐흐
앞으로도 많이 애용해줘야지!

Posted by 입때
,